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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농협은행)

(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올해 농협은행의 금융사고 공시는 총 6건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많았다. 금액도 총 450만원 규모로 많은 편이다. 업계는 농협은행의 취약한 내부통제에 대해 시스템의 문제에 앞서 지배구조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공시된 금융사고만 6건…총 450억원 규모

농협은행에서 올해 배임이 3건, 횡령이 1건, 사기가 2건 공시됐다. 우선 지난 3월 5일 109억 4733만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배임이 드러났다. 지난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이뤄진 사고다.

이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은 3월 초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내부통제의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추가로 2건의 배임사고를 공시했다. 2020년 8월 11일부터 지난해 1월 26일까지 51억 194만 9000원 규모의 공문서 위조와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채무자가 위조한 공문서를 확인하지 않고 고가 감정으로 초과대출이 발생한 것이다. 이어 같은날 11억 225만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또 공시됐다. 이는 2018년 7월 16일부터 2018년 8월 8일까지 발생한 사건으로 부동산 가격 고가 감정으로 인해 발생한 초과대출이다.

이후 지난 9월 3일에는 121억 547만 1000원의 횡령사고가 공시됐다. 당초 이는 117억원 규모로 알려졌었다. 2020년 11월 5일부터 2024년 8월 16일까지 발생한 사고다. 농협은행이 해당 지점에 대해 즉시 감사에 착수하고 행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형사고발과 인사조치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감사 도중 해당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2건의 사기가 공시됐다. 지난 10월 9일에는 부동산 담보대출 적정성 여부를 자체감사하던 중 총 140억원의 이상거래를 발견했다. 농협은행은 이를 제3자에 의한 사기로 의심, 당사자를 수사기관에 고소조치했다.

또 10월 25일에는 15억 2530만원 규모의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발생한 금융사고가 공시됐다.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농협은행 지점에서 허위문서를 제출, 과도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 사실을 부동산 사기를 수사하던 경찰로부터 전달받아 인지하게 됐다.

이외에도 10억원 미만이라 공시되지 않은 금융사고를 포함하면 금융사고가 10건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10월 24일에는 농협은행 울산 지역의 한 지점에서 직원이 70대 고객의 예금을 빼돌린 사건도 있었지만 금액이 2억 5000만원대라 공시되지 않았다.

(사진 = 농협은행)

◆농협은행, 지배구조 등 근본 문제 해결해야

은행권은 농협은행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미흡한 내부통제시스템 만큼이나 ‘지배구조’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일단 농협은행을 포함해 농협금융지주의 인사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은 농협중앙회가 100% 소유하고 있다. 중앙회장은 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감사권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황제’체제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에 속한 농협은행 역시 중앙회장의 영향력 안에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 구조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지난 4월 정기검사를 진행하며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해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해질 소지가 있다”며 “금융사고에 따른 NH농협은행 손실과 소비자 피해 발생 등으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10월에 농협금융지주 수시검사결과에서 인사 개입 절차를 투명하게 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영유의사항 및 개선사항을 내놓기도 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이같은 이유로 교체됐다. 최근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지나오며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도 흐려진 상황에서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이 발탁한 이석용 행장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내부통제 시스템도 쇄신이 필요하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다.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및 보고 수행을 이사회가 직접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지배구조의 개선 없이 실효성을 갖긴 어렵다.

또 농협은행에 있는 ‘순회감사자’ 제도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은행 업무 경험이 있는 퇴직자를 채용해 2~3개 영업점에 대한 지점 감사 등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제도로 약 10년간 농협은행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내부통제 정책 수립, 주요 업무에 대한 법규준수 측면의 사전검토, 자금세탁 방지 등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최근 순회감사자들이 횡령사고가 발생했던 여신을 ‘정상여신’이라고 세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말한 121억원 규모의 횡령사고와 관련해 순회감사자들이 100건이 넘는 불법대출을 정상 판정 내린 것이다. 때문에 4년간 이뤄진 횡령사고를 잡아내지 못했다.

한편 차기 농협은행장에는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권이 내부통제와 인적쇄신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경험과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강 내정자는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적재적소 인사 구현을 통해 농협은행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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