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김다은 기자 = 맘카페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콜대원키즈’ 사태가 대원제약의 자발적 회수로 일단락됐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펜시럽에서 상분리현상(맑은액과 불투명액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견됐고 이에 대한 우려가 맘카페, 블라인드(직장인 익명게시판) 등에서 제기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성분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다만 대원제약이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제대로 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성분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복용방법 자체애 대한 불안감, ‘콜대원’ 시리즈에 대한 불신 등을 표했다.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펜시럽 직접회수 결정에도 정작 고객센터는 통화량이 많아 먹통인 경우가 허다했다.
이같은 위기관리 대응의 미흡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대원제약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대언론·소비자 초기대응 미숙…불안감은 ‘콜대원’ 시리즈로 번져
콜대원키즈펜시럽의 상분리현상(맑은액과 불투명액이 분리되는 현상)과 관련해 맘카페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 이슈로 떠오른 뒤 대원제약의 공식 입장문이 나올 때까지 약 일주일이 소요됐다. 안전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자연스러운 현상”, “안전성이나 품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할 뿐이었다.
이같은 대원제약의 해명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부족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분리 현상 발생 시 약이 제대로 혼합되지 않아 투약 속도, 투약 성분량 등에 차이가 발생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기 때문.
그 사이 콜대원키즈펜시럽에 대한 우려는 ‘콜대원 시리즈’ 전체로 퍼져나갔다. 언론은 적극적으로 해당 사건을 기사화했고 헤드라인에 ‘콜대원키즈펜시럽’이 아닌 ‘콜대원’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콜대원키즈펜시럽과 콜대원의 차이를 언급했으나 이미 퍼진 기사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콜대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약품 전체에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가뜩이나 소아과 대란 사태 속 어린이 해열진통제 일반의약품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아제약 챔프시럽이 갈변현상으로 판매중지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라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챔프시럽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당시 맘카페에서는 ‘대체제’에 대해 묻는 글들이 폭주했고 일부 커뮤티니에선 ‘대체제라고 나온 제품은 진짜 믿을 수 있나’라는 걱정이 묻어있는 글들도 올라왔다. 챔프시럽의 대체품이었던 콜대원키즈펜시럽마저 문제가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더욱 분노했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진 ‘효자상품’ 매출에 발목
지난해까지 대원제약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되며 감기약, 해열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주력 판매상품인 콜대원키즈펜시럽의 인기가 급상승했고 대원제약은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하는 등 판매량을 2배 이상 늘린 바 있다.
당시 업계는 대원제약의 한 해 매출이 4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 실제 매출은 이를 훌쩍 뛰어넘은 47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 증가한 것. 특히 콜대원키즈펜시럽의 경우 전년 대비 무려 252% 뛴 9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콜대원 ‘버프(Buff)’를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콜대원키즈펜시럽 1개의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였지만 이 1개의 제품이 쏘아올린 공은 ‘콜대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 약품으로 튀었다.
제조번호가 달라도, ‘콜대원키즈펜시럽’이 아니더라도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일단 어쩔 수 없는 콜대원 보이콧’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악재가 발생하자 대원제약의 주가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같은 흐름에 비춰 업계 안팎에서는 적어도 올해까지 지난해와 같은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챔프사태와는 달리 ‘빠른 사과’는 ‘Good’, ‘반쪽 소통’은 ‘Bad’
지난 17일 콜대원키즈펜시럽에 대한 조사를 마친 식약처는 “소비자 문의에 따라 진행한 해당 제품의 상 분리 현상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 제조공정과 품질관리에 위반은 없었고 상 분리 제품의 분할 복용 시 주성분의 양이 다소 적거나 많아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실제 위험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전문가들은 상분리 제품을 분할해 복용하는 경우 투약되는 주성분량이 다소 적거나 많아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해당 제품은 제제 개선 등을 거쳐 제품의 균일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해 자발적 회수를 권고하고 개선을 확인할 때까지 제품 제조와 판매를 잠정 중지시켰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인 18일 대원제약은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선 대원제약은 소비자들께 “식약처의 조사 결과를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셨을 많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무리 제품에 이상이 없고 상 분리 제품의 분할 복용 시 위험이 극히 낮다 하더라도 어린아이를 키우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 점은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이는 앞서 발생한 동아제약 챔프시럽 사태와는 다른 태도다. 당시 동아제약은 챔프시럽 갈변현상에 대한 온·오프라인 회수 및 환불 안내 공지에 “소비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했을 뿐 제대로 된 사과문은 없었다. 반면 대원제약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고 고객들이 제기한 복용 방법의 문제나 이에 따른 불편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통 큰 결정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고객 소통’에 대한 부분이다. 고객센터가 불통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
대원제약은 식약처가 내린 잠정 제조·판매중지, 영업자 회수 권고 조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회수’를 택했다. 대원제약은 콜대원키즈펜시럽 회수를 위한 온라인 환불 창구를 개설했고 소비자의 착불택배 접수를 당부했다. 직접 회사가 택배비용을 부담하고 고객계좌로 환불하는 방법이다. 대원제약은 홈페이지에 환불 관련 접수 방법을 안내했고 고객들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환불 신청 및 택배 접수를 할 수 있도록 네이버 오피스 폼 링크를 함께 게시했다.
그러나 디지털취약계층이나 컴퓨터 접속이 어려운 상황인 소비자들, 또 다른 궁금증이 있는 소비자들은 직접 소통을 원했지만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미 일부 맘카페에서는 “택배를 어떤 박스로 보내야 하는지 몰라 고객센터에 전화를 수차례 했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 “아무리 전화해도 전화를 끊어버린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원제약 관계자는 “통화가 몰려 전화 연결이 어렵다”고만 설명했다.
◆위기관리 전문가 “전형적인 프로세스, 다만 식약처와는 갈등 구도”
이번 ‘콜대원키즈’ 사태에 대한 대원제약의 대응 태도는 촛불 진화에서 머뭇대다가 산불로 키운 격이다. 촛불은 콧김으로도, 손가락으로도 꺼트릴 수 있지만 산불은 수십 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돼도 쉬이 꺼지지 않는다.
자발적 회수를 택한 것은 잘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를 제외한 타이밍, 위기 대응 속도, 고객 소통 등 모든 것이 아쉽다는 평가다. 입장문에서는 식약처와의 갈등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위기관리 및 기업 PR전문가는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펜시럽 사태 관련 대응은 식약처와 제약사 간 일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며 “대응을 살펴보면 일단 자발적 회수 및 관련 조치를 이행해 리콜 이슈에서 아주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밟았다”고 말했다.
자발적 회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의약품은 특성상 한번 논란이 발생하면 이미지 개선이 어렵다. 이에 한 번에 논란을 잠재우긴 쉽지 않고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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