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은행권들이 발행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이 무늬만 갖춘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 정부는 ESG채권 중 녹색금융채권만 인정하고 있다. 제대로 된 규제와 감시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워싱’ 일명 ‘채권 세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현재 금융업계에서 ESG채권이라는 이름을 달고 발행되고 있는 채권들은 총 3종류다. 녹색금융채권(그린본드, E), 사회적채권(소셜본드, S), 지속가능채권(G)이다. 은행들에 따르면 이는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프로젝트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거나 중소기업 지원, 취약계층 지원, 사회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대출 자원으로 사용된다.
이 가운데 관할 정부 부처나 분류체계 및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것은 녹색금융채권뿐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환경부, 환경산업기술원, 한국거래소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공동 제정했다. 그린워싱 채권(실제로 환경 개선 효과가 없으나 녹색 채권으로 분류되는 채권)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조달자금의 사용▲프로젝트 평가와 선정과정 ▲조달자금 관리 ▲사후보고라는 의무사항들을 충족시켜야 ‘녹색금융채권’으로 유효성이 성립된다.
문제는 이같은 가이드라인이 사회적채권과 지속가능채권에는 없어서 일반 채권도 충분히 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 채권들의 ‘채권 세탁’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론 ESG와 관련이 없지만 ESG채권으로 둔갑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은 정부기관에서 인증한 것이지만 지속가능채권이나 사회적채권은 그런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충분히 일반 채권을 발행하고 나서 사회적 채권이나 지속가능채권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어서 은행입장에서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즉 채권세탁에 취약하다는 것.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사회적채권이나 지속가능채권은 워싱을 막을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며 “일반채권도 사회적·지속가능 채권으로 발행됟 수 있기 때문에 이 채권들을 발행했다는 통계가 ESG로 연결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ESG는 엄밀히 따지면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속가능발전 목표 중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뽑아서 만든 것이 ESG인데 혼동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향후 정례적인 ESG채권 발행을 늘리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채권 세탁’ 위험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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