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연양의 명탐정
탁 트인 광안대교 뷰(view)와 함께 누리는 호사, 부산 이기대 ‘이가한우’(부산=NSP통신) 차연양 기자 = ‘차연양의 명소 탐방 정복기(차연양의 명탐정)’에서는 영남지역 곳곳의 숨은 명소를 소개하고 그 속에 녹아든 주인공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전한다. 누군가에게는 생업이고 누군가에게는 신념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이기도 한 생생한 현장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언제 봐도 늘 좋고, 볼 때 마다 감탄해 마지않는 부산 바다. 그 중에서도 광안대교를 등에 업고 펼쳐진 푸른 물결의 향연은 사계절 내도록 한 폭 그림이 된다.
햇빛이 비쳐도, 달빛이 걸려도 아름답지만 특히 요즘같이 하늘이 높은 계절이면 감동은 배가 된다.
이 기막힌 광안대교 뷰(view)와 함께 근사한 한 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한우 전문점 ‘이가(李家)한우’, ‘알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소문에 소문을 물고 있다.
◆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근사한 부산 명소, ‘이가한우’
말(馬)마저도 살이 찌는 이 계절에 지나치게 입맛을 돋우는 야속한 맛집이 있다는 소식에 찾아간 곳은 부산시 남구 용호동 이기대공원 근처.
4층 건물의 고급스러운 외관이 바다 배경과 딱 떨어지게 어울린다.
평생 건축가로 살았던 이가한우의 이용수 대표가 마지막으로 지은 건물인 만큼 구석구석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다.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에스프레소 머신이 갖춰진 카페 바(bar)와 고기를 손질하는 작업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식당에 올리는 고기와 더불어 매장용과 동일한 품질의 고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식육점이기도 하다.
고기 뿐 아니라 선물세트나 국거리, 특히 진하게 우려낸 사골육수도 판매하고 있어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곰국을 준비하는 손님이 많다.
2층은 넓은 홀, 3층은 룸과 단체석으로 운영한다. 때문에 단란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미리 3층 자리를 예약할 것.
그러나 일반실이든 예약실이든 어느 층이어도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순간, 감탄을 절로 토해내게 된다.
통유리를 통해 광안대교와 푸른 바다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 맑은 날은 맑아서, 흐린 날은 흐려서 더욱 멋진 전망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바로 옆에 해양수상레포츠 전문점이 위치하고 있어 바다를 가르는 제트스키의 시원한 물줄기와 요트를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
3층 룸에서는 위치에 따라 선착장이 바로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곳도 있어 마치 선상에서 식사를 하는 기분도 누릴 수 있다.
전망을 더 한껏 즐기고 싶다면 추워지기 전에 테라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좋은 재료, 맛있는 음식이 신선놀음의 흥 한층 돋워
고급스러운 내부 분위기에 부합하는 정갈하고 깔끔한 모양새로 상이 차려진다. 야채와 찬이 싱싱하고 푸짐해 마음에 든다.
모든 재료는 국내산, 음식에 조미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중간 중간 부족한 것은 없는지 살피는 종업원의 서비스도 제대로 대접 받는 기분을 고조시킨다.
특이한 점은 불판. 숯을 피워서 불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각 자리에서 숯을 지핀다는 것.
연기를 빨아들이는 닥트가 천장이 아닌 불판 가운데에 있어서 냄새와 연기를 바로 빨아들이기 때문에 굳이 따로 숯을 지펴서 가지고 올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고기를 구우면서 냄새와 연기가 즉각 흡입돼서 식사를 마친 후라도 “나 고깃집 갔다 왔어요~”하는 티가 훨씬 덜하다. 가장 좋았던 점 중에 하나.
좋은 곳에서 좋은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호사라 여겼으나 음식 맛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최상급 한우야 당연히 맛있을 터이지만 곁들이는 찬까지 입맛을 돋우니 한 입 한 입 만족감이 물씬 퍼져서 ‘음식점은 역시 음식이 맛있어야...’하는 간사함이 올라온다.
핏기만 가시도록 살짝 익힌 한우 한 점과 아삭한 백김치. 새콤한 장아찌도 맛있고 매콤쌉쌀한 도라지 무침을 구워 먹으니 별미다.
생수 대신 보리차, 쌀밥 대신 흑미밥이 나오고 후식으로는 과일과 수정과가 준비된다.
작은 차이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정성의 차이’로 다가온다.
최상급 한우암소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가격걱정을 안할 수가 없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다.
양념구이는 110g에 2만원, 갈빗살 등심 모듬은 120g에 2만3000원이다.
저녁에는 한우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평일 낮 시간에 점심특선을 찾아오는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도 많다.
전망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았다는 여대생 테이블도 있고 손을 잡고 예약자 이름을 얘기하는 앳된 커플의 모습도 여느 한우집과 달리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만5000원에 숯불양념구이와 된장 또는 냉면이 함께 나온다. 곰탕, 갈비탕, 불고기전골 등 식사류도 상당히 괜찮은 편.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 다소 어려운 위치인데 택시를 타고 들어온 20대 초반의 두 여자 손님이 신기해 물어보니, ‘알바비’ 들어온 기념으로 점심 먹으러 온 근처 경성대 학생이란다.
“평일 점심특선은 1만5000원이니까 크게 부담도 없고, 좋은 뷰에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기분전환 할 수 있어 주머니 두둑할 때 택시타고서라도 가끔 들러요. 저는 미리 예약해서 룸에서 조용히 먹는 편이 좋은데 친구는 탁 트인 홀이 좋대요.”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조용한 룸이든 탁 트인 홀이든 바다를 보며 즐기는 한우는 무조건 옳다.
◆ “세상은 혼자 사는 것 아니다” ‘장사’보다는 ‘대접’의 의미
젊은 층이 비교적 많이 찾아오는 이곳이지만, 이용수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광경은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모시고 오는 경우다.
80대 지긋한 연배의 이 대표는 건물을 짓는 건축가로 평생을 보냈다.
본인 인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가한우 건물. 1년을 매일같이 공사현장에 나왔을 정도로 60년 건축인생을 이곳에 고스란히 쏟아 부었다.
깐깐히 고르고 골라 자재도, 시공업체도 최고만을 고집했다.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고.
도심 속에 갇혀 사는 요즘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휴식과 여유를 즐기게 하고 싶어 그 방식을 고민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한우전문점을 생각해냈다.
“나만사람들(‘나이가 많은 사람, 노인’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 휠체어 타고 지팡이 짚고 양쪽에 부축 받아가며 와주는 게 그렇게 고마워요. 그래서 우리집에는 노인네들 편하라고 문턱이 하나도 없죠. 건물 지으면서 제일 잘한 일이 엘리베이터부터 만든 겁니다.”
다시는 지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애정을 쏟아 부은 이곳. 일일이 티가 나지 않아도 모든 곳에는 이 대표의 배려가 스며있다.
테이크아웃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4층 하늘정원도 식사 후 마지막 걸음까지 손님을 배려한 것.
나이 들수록 부모생각이 간절하다는 만큼 집안에 하릴없이 갇혀 있는 ‘나만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잠시라도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으면 하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바람이다.
‘노인네들’ 자식 눈치 보일까 가격도 ‘웬만할 정도’로 맞췄단다.
“‘이 집 먹을 만하다’라고 느낄 정도는 돼야 다시 오시지. 아무리 맛이 좋고 서비스가 좋아도 웬만하게 쓸 수 있는 돈이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제와 새삼 느끼는 것이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더라”는 이 대표. 평생 모은 것을 이곳에 쏟아 부은 것은 ‘장사’가 아닌 ‘대접’하고 싶다는 마인드 때문이었다.
‘부산사람은 부산바다 안 간다’고 누가 그랬던가.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에 시름을 던져버리고, 눈앞 광안대교에 근심걱정 걸어 놓을 수 있는 ‘부산의 풍경’.
특별한 날, 근사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집나간 입맛까지 붙들어 오고 싶다면 부산 남구 용호동 ‘이가한우’에서 오랜만의 호사를 ‘제대로’ 누려보길 추천한다.
NSP통신/NSP TV 차연양 기자, chayang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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