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NSP통신) 윤민영 기자 = 한국은 조선해양산업의 인프라 규모와 기술면에서 세계 조선해양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화학산업이 한국을 근대화시키고 자동차산업이 한국의 역사를 바꾸었다면, 조선해양산업은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
화학과 자동차산업 대기업 본사와 교육원은 대부분 서울에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뿌리를 울산에 두고 있어 울산과 혼(魂)이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제교역의 침체와 유가하락으로 인해 해양플랜트 수주량 급락하면서 세계 조선해양산업이 몸살을 앓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특히 울산은 대기업의 수주량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까지 악화돼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플랜트를 중심으로 협력업체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은 취업유발계수가 큰 노동집약형 제조업이다.
전통산업이긴 하지만 선진국인 일본도 계속 시설을 투자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산업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이때 우리나라와 울산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천혜의 바다와 기후, 한국인 특유의 솜씨와 근면성으로 일구어 온 조선해양산업은 사람이 힘을 합치고 혼을 바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산업이다.
제9회 ‘조선해양의 날’(6월 28일)을 맞아 조선해양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 본다.
현재 세계 조선소들은 생존 경쟁 중이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현재 중국이 세계 조선해양산업 시장의 최대 점유국이다. 2006년 이후 수주량 1위로 부상한 이후 현재 가장 많은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선종 구성은 아직 한국이 우월한 상황으로 조선소 인프라 수준과 설계 및 시공 기술로 보면 한국이 압도적이다.
한국은 LNG/LPG선, Container선, Offshore(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Bulker(화물선), Tanker(유조선) 등 일반선박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전문선박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수주량이 2014년 이후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엔저로 인해 일본의 가격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
Clarksons의 ‘World Shipyard Monitor' 6월호에 따르면, 2014년 수주량이 전년 대비 표준화물선환산톤수(Compensated Gross Tonnage, CGT) 기준으로 중국 35%, 한국 33%, 일본 18% 감소했다.
중국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다.
2014년 건조량에서는 한국이 12.1백만 CGT(34.5%, 이하 mCGT)로 중국 11.7mCGT(33.3%)을 추월했다. 중국의 품질문제와 인도 지연이 원인이었다.
2015년에도 Bulker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Tanker와 Container 비중이 확대되면서 중국보다는 한국의 실적이 나은 편이다.
6월 둘째 주까지 한국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7.09mCGT 기록, 수주량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78.6%, 일본은 49.9% 각각 감소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회복과 유가상승 없이는 2013년 이전의 물량 회복이 불투명하다. 한국의 중소조선소가 구조 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중국은 활동 중인 조선소가 2012년 300개소에서 2015년 151개소로 빠르게 통합되고 있는 추세이다.
2015년 5월말 현재 전 세계 439개의 조선소 수주잔량 전체는 108mCGT이다.
중국(41.1, 38%), 한국(32.2, 30%), 일본(19.3, 18%) 세 나라가 전 세계 수주잔량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Top 4 그룹이 25%, Top 14가 50%, Top 35가 75%를 건조하게 된다.
현재 Top 4 그룹은 현대중공업 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이마바리조선이다.
Top 14로서 한국은 7개 그룹이 있는데 Big 3 이외에 현대미포조선(5위), STX(11위), 한진중공업(12위), 성동조선(13위)이 있다.
중국은 5개사로 후동중화조선(7위),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8위), 상하이 외고교(9위), 양쯔장조선(10위), 시노퍼스픽(14위)이 있다.
엔저로 조선산업이 부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이마바리조선(4위)과 JMU(6위)라는 2개 조선소가 활동 중이다.
규모가 큰 조선은 한국이 절대적으로 우위이지만, 중소 조선소는 중국의 상하이 주변과 일본의 세토내해를 중심으로 절대적으로 많은 수의 조선소가 포진해 있다.
그래서 수주잔량 기준 150위 이내 조선소는 한국은 14개 조선소에 불과한 데 비해 중국은 68개, 일본은 38개가 있다.
중국의 기술성장, 일본의 엔저로 인해 한국 중소형 선박의 생존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 한국 조선산업의 판도가 바뀔 것인가
한국은 1970년대 정부의 중공업 육성정책으로 고용효과가 큰 조선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1970~1971년 대한조선공사가 걸프사로부터 2~3만톤급 Tanker 6척을 수주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봤다.
이후 현대가 1972~1974년 그리스 Livanos사의 26만 DW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Atlantic Baron/Baroness)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초대형 선박건조국가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러한 성공에 자극받아 1978년 대우조선 1 도크, 1979년 삼성중공업 1 도크가 완성됐고 1982년 현대미포조선까지 건설됐다.
그 후 1997년 9월 15일에는 한국 조선 연간 수주량이 1,000만톤(GT)을 넘어서게 됐는데, 2004년 한국조선해양협회는 이 날을 ‘조선해양의 날’로 지정했다.
발전을 거듭해 조선해양산업은 2008~2009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약 10%를 차지하며 수출품목 1위에 올랐다. 지금도 수출액의 약 6~7%를 차지하며 자동차 다음가는 수출품목이다.
2015년 5월 현재 우리나라 조선소별 수주잔량은 거제의 대우조선해양(8.3mCGT, 26%)과 삼성중공업(5.5mCGT, 17%), 울산의 현대중공업(4.5mCGT, 14%) 순서이다.
지난 해 건조량에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1위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업계 판도가 구조적으로 변할지 주목된다. 한국 조선해양산업 Big 3가 곧 글로벌 Top 3인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의문이다.
중국이 아직 품질문제가 있고 중소조선 중심의 구조라 한국 Big 3와 경쟁력 차이가 있긴 하지만, 향후 구조개편을 거쳐 대형조선 10여개가 등장하게 되면 지금보다는 그 때가 진정한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위기일 것이다.
▲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산업의 글로벌 리더
현대중공업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정주영 회장의 특유의 개척정신으로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하면서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1972년 조선소 건설과 선박건조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1974년 VLCC를 건조했고, 1983년 이후에는 세계 1위의 조선소로 도약했다.
이후 업종다각화 전략을 추진해 해양, 플랜트, 엔진, 전기전자시스템, 그린에너지, 건설장비 분야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조선사업을 통해 축척된 기술로 세계적인 종합중공업 회사로 성장했다.
2013년 기준 30대 그룹 중 9위, 단일회사로는 매출액 기준 13위의 기업이며 시장 점유율 5위 이내, 5% 이상인 세계일류상품이 37개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2014년 매출액 23.5조원을 기록했으며 조선해양 부문만 유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16.8조원, 삼성중공업의 12.9조원과 많은 격차를 보인다.
지난 5월에는 드릴십 ’Ocean Blacklion'호를 미국 Diamond Offshore사에 인도함으로써 2002년 1,000척에 이어 13년 만에 세계 최초로 2,000척을 인도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 동안 건조한 선박을 톤수로 환산하면 1억 2,600GT으로 2014년 세계 건조톤수(6,380만GT)의 두 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1974년 이후 지금까지 51개국 308개사에 선박을 인도했다.
국적별로 보면 그리스 254척, 독일 238척, 일본 120척, 덴마크 101척 등이며,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 583척, 벌크선 357, 탱커 232, 원유운반선 147척 등의 순서이다.
최근 신규 수주 부진으로 울산 조선소의 순위는 떨어졌지만 현대중공업그룹 전체를 합하면 수주잔량 기준으로 아직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4위, 현대미포조선이 5위, 군산조선소가 23위, 베트남 비나신조선소가 49위이다.
조선해양부문 이외에도 현대중공업은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미래를 개척해 온 프런티어이다.
1976년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시공할 때 울산조선소에서 자켓을 만들어 운반하는 대역사(大役事)를 벌여 이후 한국의 중동진출 가속화에 크게 기여했다.
1988년에는 현대건설이 남극 세종기지를 건설할 때 자재와 장비를 울산조선소에서 조달해 갔다.
또한 20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건조했으며, 2013년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발사대 시스템을 국산화했다.
멀지 않아 현대중공업 홍보관에 전시돼 있는 미래해양도시 모형이 현실화될 날을 기대한다.
▲ 울산의 골리앗 크레인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울산의 조선해양산업은 자동차와 함께 울산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제조업이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세진중공업 등 310여 업체에 4만 3천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2013년 생산액이 22조원으로 경남에 이어 전국 2위(29.7%), 수출액은 10조원으로 역시 경남에 이어 전국 2위(25.3%)이다.
울산에서는 제조업 총 생산의 10.2%, 수출의 10.3%,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울산지역의 조선소 현재 총 수주잔량은 거제(13.8mCGT)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7.5mCGT)으로 현대중공업의 조선부문을 보완하던 해양플랜트산업이 침체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세계적인 중소조선 경쟁에서 최종 승자 그룹에 들었고 해양플랜트 부문이 없어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 발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올 해와 내년 충분한 수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작년 건조량 대비 향후 수주잔량이 현대중공업은 1.2, 현대미포조선은 1.7에 불과하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2.7, 삼성중공업은 2.9로 안정된 수주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도 거제의 조선소들이 최근 울산에 비해 좋은 실적을 보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사관계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최근 인력효율화를 마무리하고 ‘움직이는 선실’ 개발에 성공하는 등 경쟁력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또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VLCC 발주 프로젝트, 인도의 LNG선 발주 프로젝트를 노리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 재도약을 기대해 본다.
울산시는 그 동안 조선해양산업 발전을 위해 부족했던 R&D기관 유치와 함께 연구 인력과 기능인력 양성을 지원해 왔다.
특히, 조선산업 블록화에 맞추어 블록 제작을 위한 산업용지 공급에 전력을 다해 조선산업이 장생포와 신항만 배후부지, 온산 국가산단 해양매립지 등 울산의 전 지역으로 확장됐다.
현재는 조선해양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구축해 기술개발 지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스마트쉽 건조를 위해 ICT 융복합 Industry 4.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친환경 선박 건조를 위해 장수명기술지원센터, 도장표면처리 연구기반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울산 조선해양산업의 앞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노사관계 개선 등 생산경쟁력 회복이다.
1995년 이후 19년 무분규 기간에 울산 조선해양산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더한 노사관계 악화 속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가 없다.
울산의 조선산업은 천혜의 항만과 온난한 기후에 더해 철강과 비철금속, 화학소재 공급처가 근접해 있어 세계 어느 곳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난 40년간 구축한 도크와 부두, 야드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상태이다.
노사간의 신뢰와 화합, 글로벌 리더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만 있으면 ‘울산의 골리앗 크레인은 절대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NSP통신/NSP TV 윤민영 기자, yoong_jn@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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