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훈 물류칼럼
HMM의 민영화 조속히 마무리 돼야(서울=NSP통신) NSP인사 기자 = 최근 뉴노멀이란 것은 물류 산업의 경우에 연관산업인 유통, 무역, 제조, IT 플랫폼 등 산업 간의 경계가 붕괴와 파괴가 진행형이다. 이제는 전통적인 물류업이나 해운업이 독자적으로 해당 산업을 더이상 리드하기 어렵다.
이에 글로벌 공급망을 제대로 설계하고 공급망 상의 수많은 연관 기업들과의 네트워킹과 협업을 누가 리드하고 성공적으로 통합해 가느냐에 기업의 경쟁력과 성공이 달려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2년간 전 세계는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로 미국과 EU 등 최대 시장으로 향하는 상품의 해상운송이 지연되고 항만에서는 항만노동자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부족과 체선, 체화가 만성적으로 이어지고, 항만과 연결된 철도나 도로운송이 원활치 못해 결국 최종 수요자와 소비자에 배송되는 상품의 공급이 제대 인도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유통물류 공급망의 붕괴를 경험해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2년간의 펜데믹 하에서 전 세계 소비자가 오프라인이 아닌 비대면 온라인 구매 요구에 대응한 기업들의 재고 축적과 재택 소비 시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상품 수요의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지난 2년간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던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5000 포인트에서 피크 아웃 돼 2주째 하락 중이고 벌크화물의 경우에는 컨테이너화물에 비해 더욱 이른 시기에 큰 폭으로 BDI(발틱건화물운임지수) 지수가 하락 중이다.
사실 펜데믹으로 인해 가장 호혜를 입은 산업은 바로 해운과 물류 산업인데 글로벌 해운선사의 경우 세계 최대 선복량을 자랑하는 Maersk(덴마크), MSC(스위스), CMA-CGM(프랑스), COSCO(중국), Hapag Lloyd(독일) 등 글로벌 Top 5 해운선사의 경우는 물론 그 밑에 있는 ONE(일본), EVERGREEN(대만), HMM(한국), ZIM(대만) 등 선사의 경우에도 급격한 매출 증가와 더불어 폭발적인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그중 세계 1위 선사로 올라선 MSC의 경우 현재 컨테이너선의 경우 발주 잔량에 있어서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밀어내고 있으며 대만 최대선사인 EVERGREEN의 경우에 직원들에게 사상 최대의 4,000%의 상여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의 ZIM 라인의 경우 수년 전만 해도 거의 파산 위기에 직면했으나 구조조정과 혁신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미 증시에서 주가의 급등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대표 국적선사인 HMM 역시 작년 실적으로 보면 3분기까지 매출이 9조 25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5조 3335억 원 대비 73.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이 4조 65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손실 -3285억 원 적자에서 무려 4조 원 이상의 폭발적인 이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이러한 HMM의 사상 초유의 실적은 펜데믹으로 인한 컨테이너 화물 수요의 증가에 기인한 것보다는 해상운임의 폭등(약 3배~6배), 2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대량 발주와 인도 및 투입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한 TEU당 운송원가 절감 효과가 더해지면서 선복(space)이 없어서 화물을 선적할 수 없을 정도로 초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해운업의 특성상 경기 변동성이 매우 크므로 언제 다시 예전에 침체의 깊은 수렁에 빠질는지 모른다. 펜데믹 하에서 운임의 이례적인 폭등으로 인한 초호황으로 엄청난 영업실적을 좋아해야만 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HMM, SM라인 등 국적 선사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선사들 역시 엄청난 영업이익의 실현으로 초호황이기 때문이지 국적선사만 경영을 잘해서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쉬우면 남들도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 국적선사만의 강점도 아니며 진정한 경영 능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2년간 수출입 화주들은 코로나19 펜데믹이란 매우 특수한 상황이 지속하는 시점에서 중소화주의 경우에는 아예 선적 자체가 매우 힘들고 대기업 화주조차도 운임이 비싼 중국 항에서 선적하는 일이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를 경험했다.
불과 얼마 전 뉴스에 의하면 세계 2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MSC사가 최근 지속적인 선박 발주로 인한 선대확장으로 인해 드디어 20년간 1위를 수성해온 덴마크 선사인 Maersk사를 제치고 1위로 등극했으며 지난 20년간 세계 1위의 선사로 지위를 유지했던 MSK가 작년에 홍콩에 기반을 둔 LF Logistics사를 36억 달러(4조 27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5개 기업을 인수해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장했다.
또 해운 강국 중 하나인 대만의 경우 EVERGREEN, WAN HAI사 역시 최근 공격적인 선대확장 중이고 3위 선사인 프랑스 CMA-CGM사는 항공 화물사업에 진출해 항공기 10대를 구매하여 종합물류기업으로 영역확장 중이며 중국이 국영선사인 COSCO는 지속적인 M&A와 물류 기업 설립 등 글로벌 1위를 향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해운 경쟁국인 대만의 에버그린의 경우 해운 경기가 좋지 않을 시점에 과감히 컨테이너 선박을 발주해 현재 8위인 HMM에 비해 월등한 선복량 차이를 보이며 질주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글로벌 해운기업들이 과감한 M&A와 인프라 투자 전략으로 규모를 키울 때 우리 국적선사들은 안이하게 해운시장을 내다보았는데 특히 2016년 파산한 한진해운의 경우 파산하기 수년 전부터 신규 선박 발주가 전혀 없었으며 오로지 장기용선에만 매달리는 치명적인 우를 범한 것이다.
다른 외국 선사들이 해운 시황의 변동성 추이와 용선 시장의 리스크를 인지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할 시점에 이미 한진해운의 오너는 해운과 물류의 경험도 없으면서 경쟁 선사들이 선박 발주에 집중할 시점에 단 한 척의 선박도 발주하지 않은 채 용선(chartering)에 올인 하다가 매년 1조 원의 용선료 지급불능 사태에 이르러 결국 글로벌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을 공중에 날려 보낸 경험이 있다.
정기선 해운선사는 부정기선처럼 소규모로 가능한 사업이 아니라 자동차나 반도체와 같은 장치산업처럼 대규모 선박 선대와 컨테이너 박스 등에 대한 재무적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며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가 있어야만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해상사업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해운산업은 상당수 선사가 영세한 규모를 가지고 오너 중심의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하루빨리 해운업을 유망하게 보는 자본력 있는 기업들이 들어와 해운산업을 더욱 크고 건실하게 키워야 할 때라고 본다. 그리고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역량이 부족한 해운기업은 M&A 등을 통해 퇴로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요즘 대한민국은 유통, 금융, 정보통신 등 모든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과 연구·개발 투자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운산업 역시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통한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돼야 하는데 글로벌 해상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영세하고 오너 중심의 폐쇄적인 경영을 해온 한계 기업들을 수십 년간 누려온 이익을 유지하려다 보니 해운산업 발전은 뒤처지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운임이 저렴한 외국 선사들을 화주들이 이용하다 보니 국적선 적취율이 낮은 이유인데 우리 수출입 화주 기업들이 국적선에 싣고 싶어도 운임이 맞아야 싣는 것이고 결국은 가격과 서비스 경쟁력이 관건이다. 만약 우리 국적선사가 운임과 서비스 경쟁력이 있다면 화물을 국적선에 싣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해운산업의 육성과 한국해운의 재건은 화려한 말로만 해서 되는 건 아니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정부가 전적으로 하라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역량이 없는 특정 선사를 구원하는데 헛되이 쓰이는 게 아닌지 잘 봐야 한다.
지난 2012년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이 대대적인 선대확장과 1만8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을 한국 조선소에 대량 발주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파멸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한 해운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고 이에 팔로워인 MSC, CMA-CGM, COSCO, Hapag Lloyd 등 글로벌 상위 선사의 컨테이너 선복 확장 전략에 따른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발주 러시가 있었고 결국 이러한 경쟁 선사들의 행보와 달리 해운 시황의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에 용선료의 급등으로 인해 한진해운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례를 우리는 명백히 보았다.
그런데도 해운업계에서는 여전히 한진해운의 파산원인이 정부의 지원 부족이었다는 남의 탓을 하며 스스로 힘을 키우고 리스크를 관리해 생존능력을 높이고 파멸적 경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다.
HMM 역시 현대상선 시절에 주가가 주당 20만 원을 넘는 좋은 해운기업이었지만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2013년 10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감당하지 못한 채 나중에 결국 산업은행의 관리하에 넘어갔으며 팬오션(구 STX팬오션) 역시 같은 해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대한해운은 이미 법정관리 중이라는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 바 있다.
팬오션의 경우 하림그룹이 인수해 곡물 수송 등 지난해 영업실적이 양호한 편으로 아직은 순항 중이다.
HMM의 경우 산업은행의 관리하에 들어간 후 정부의 한국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으로 지난해 9월까지 해운선사에 지원한 총 6조 5040억 원 중 HMM에만 4조 128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대량 발주를 통한 선대와 선복량의 확충으로 파산을 모면하게 된 것이다.
펜데믹 기간에 해상운임이 3배~6배 이상 폭등하는 덕분에 HMM 역시 이에 편승해 작년에 약 7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실현하고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순항을 하는 중이다.
만일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HMM은 그야말로 한진해운과 비슷한 사태를 격을수 밖에 없었고 해운기업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정부 지원책에서도 특정 해운기업에 쏠린 지원책으로 나머지 중소선사들의 볼멘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정부의 정책은 형평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문제는 HMM과 같이 정부 지원을 매번 반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해운산업의 특성과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국제운송을 수행하는 경쟁력이 부족한 선사가 특단의 경영 혁신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경우에도 국민의 혈세로 국가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국민 혈세의 낭비이며 과연 누구를 위한 지원인지 궁금하며 오랜 기간 경쟁력이 없는 기업으로 드러난 해운선사 오너와 대주주를 위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
따라서 정부는 경쟁력 있는 선사를 육성하고 선복량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그 일은 재무적 투자가 가능한 자본력이 있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강한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들어와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통폐합도 추진하고 규모도 키울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하고 관계 법령이나 정책을 갖추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국적선사인 HMM 대표가 여러 번 언급했듯이 해운산업도 이제 port to port(항구에서 항구까지) 해상운송 서비스 위주가 아닌 end-to-end 서비스가 가능한 integrated logistics 즉 종합물류로 가야 한다. 그래야만 해운시장의 특성상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간 우리 해운기업은 지극히 사기업답게 오너 중심의 기업으로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과실을 소수 대주주들이 취하는 데 집중했고 해운업의 변동성을 잘 알면서도 결국 경영 부실이 반복되어 수많은 해운기업의 도산과 정부 지원이나 인수합병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해 왔다.
이제 우리 해운기업도 MSK, MSC, COSCO, EVERGREEN 등 글로벌 해운선사들의 사업 방식과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사업 다각화든 포트폴리오든 간에 리스크를 풀링(pooling)하고 분산(hedge)해 스스로 생존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당면한 과제가 있다.
이미 1980년대 초 군사정권 시절에 한국 해운산업의 부실화로 인하여 해운 합리화 조치가 단행돼 컨테이너와 벌크 양대 선사로 통합하는 뼈아픈 경험이 있으나 그로부터 무려 40년 넘게 지난 현재에 이르러 별반 달라진 게 없이 상당수 영세하고 부실한 해운기업이 존속하고 있다.
지금은 예외적으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오히려 해운선사들은 초호황을 맞이하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근래 보기 힘든 급격한 증가율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돼 급기야 미 연준에서는 올해 금리를 수차례에 걸쳐 대폭 인상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는 비단 미국만 아니라 유럽, 중국, 한국 등 거의 모든 국가에 해당할 수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이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해운산업은 특수한 산업이므로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인가? 이제 해운업계와 해운협회는 무조건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무적 투자와 더불어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ESG 경영의 실질적인 실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도저히 역량이 미달하는 선사들은 정부에서 현실적인 퇴로의 여건을 조성해주고 가능한 공격적인 M&A를 통해 해운기업의 규모를 키워서 글로벌 해운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필사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100% 투자기관인 산업은행과 해양 진흥공사 역시 HMM의 영구전환사채(CB) 주식전환에 따른 지분의 증가로 대우해양조선과 같은 자회사가 되면 주인 없는 기업으로 장기간 공적 관리하에 둔다면 과거 여러 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시 부실화가 될 수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HMM 주식의 경우 매출 증가와 엄청난 영업이익의 실현에 힘입어, 개인투자자는 물론 공매도 세력의 최대 관심 종목인데다가 작년 5월 최고가인 5만1500원 주가가 전대미문의 영업이익 실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무려 50% 이상 폭락하여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니 차익 실현을 위해 뛰어든 수많은 동학 개미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공매도 세력과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당사자인 산은과 해양 진흥공사에 비난과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자칫 HMM 주식의 공매도와 전환사채의 주가 희석효과와 함께 이미 해상운임이 피크아웃 시점을 지나고, 미국 소비자 물가의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대응책의 하나인 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에 대한 소식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과 석탄, 원유, 희토류 등 자원 전쟁 등 국제 정치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에 대한 리스크 급증으로 인해 해상화물 수요가 감소하고 이미 발주한 선박들이 조만간 인도에 따른 글로벌 선복 공급의 과잉으로 인한 해상운임의 하락이 예상되므로 자칫 HMM을 민영화하려는 산은과 해진공의 계획이 뜻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HMM의 개인주주 들에 대한 중장기적인 관리와 전환사채에 대한 명확한 대응책을 시장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제 해운 물류업계는 무한경쟁이고 모든 기업은 직영 물류 아니면 계약 물류만이 존재한다. 그런데 아직도 해운업계와 해운협회는 2 PL(2자 물류), 3PL(3자 물류)로 프레임을 씌워 구분하면서, 2 PL은 대기업이 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고 3PL은 중견·중소기업이 하는 사업이라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고, 한발 더 나아가 사기업 총수 일가의 물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잣대를 국민의 기업이자 재벌 오너기업도 아니고 공정거래법 적용대상도 아닌 외국인과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포스코 그룹에 들이대려 하는데 그러한 해운업계의 시각는 매우 편협한 것이다.
더욱이 HMM의 민영화에 따른 인수와 관련하여 주무 부처 해수부조차 인수기업의 순위를 해운기업이 1순위이고 물류 기업이 2순위이고 화주 기업은 3순위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는데 이는 물류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필자가 보기에 해운기업이 반드시 HMM을 인수하는 것이 해운기업의 능력이 충족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선사들의 현주소를 되짚어 볼 때 심히 그 인수 능력에 의문부호를 매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 혈세를 수조 원 지원하고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투입해 펜데믹의 유리한 해운 경영환경 아래에서 예외적인 성과를 낸 HMM을 인수해 조기에 정상화하면서 파멸적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글로벌 탑 5의 해운사로 우뚝 솟을 수 있는 해운기업이 있는지는 1982년 해운 합리화 이후 지난 40년간 우리 해운산업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본다면 아마도 강한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물류업계나 해운업계도 ESG 경영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입과 그에 걸맞은 투자와 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업의 경계에 전봇대를 박고 다른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진입장벽을 치면서 재무적 투자와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곶감 빼먹듯이 수익만 가져가려는 경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만의 밥그릇을 고수하는 데 총력을 쏟는 기업이 아니라, DHL, 쉥커, 머스크 등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세계 최고의 물류 기업으로 업계를 선도하듯이 이제 우리 기업들도 투명하고 공정한 룰에 기초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산업의 균형적인 성장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어야 한다.
이제 어느 산업이든 기업이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전략이 요구되며 과거에 머무른 구태의 전략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이제 해운과 물류를 전문화 대형화로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 첨단화와 자동화된 스마트 물류시설의 투자에 집중하고 기존의 해운 물류 기업도 그러한 과정에서 전략적 협력이든 합작기업이든 M&A든 간에 화주 기업과 물류 기업 간의 혼합도 가능하고 그 와중에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매각을 통해 물류사업의 확대를 꾀하는 기업이 인수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는 등 산업 내 산업간 자연스러운 융복합이 다이내믹하게 진행이 돼야 한다.
지금도 그 밥에 그 나물 식으로 산업을 재단하고 경계를 치고 장벽을 세우면서 그들만의 리그로 살아가는 것은 이제 기업의 존립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본다.
만약 여태까지의 관행대로 물류나 해운이 같은 길을 걷는다면 영세한 중소기업은 도산하기 쉽고 무역 대국을 이끌어가는 수많은 수출입 화주들 역시 힘들어질 뿐인 것이다.
이제 업의 경계가 붕괴하여 융화가 일어나는 빅 블러(Big Blur) 시대에서 치킨게임을 하는 와중에 해운업계가 아직도 3PL 운운하면서 정부의 보호와 지원만 기대하는 것은 생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은 의지가 별로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 선사들과의 무한경쟁에 생존 가능한 탄탄한 재무적 능력을 갖추고, 이미 글로벌 사업과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이 인수하는 게 적절함은 당연하다고 본다.
특히 폐쇄적인 의사결정과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그리고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에 저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오너 리스크의 우려가 있는 대기업보다는, 반복적인 해운기업의 부실화를 제거하기 위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지속해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대기업 중 적격 인수자를 물색해 공개적이고 투명·공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HMM의 인수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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