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나도은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 수소경제의 허와 실(서울=NSP통신) NSP인사 기자 = 대한민국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디지털 분야에서 블록체인만큼이나 녹색경제 분야와 정부, 지자체의 그린뉴딜 분야에서 탄소 경제를 수소경제로 바꾸는 기후 위기 대처에 있어 유일한 방안이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차 있다.
수소가 미래 경제의 핵심이 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며 친환경 에너지혁명을 이끌 원천으로 보는데있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얘기다.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채택하기만 하면 다양한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국민 경제가 한껏 살아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보다는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문제다.
수소법 제정, 수소경제위원회 출범, 수소발전 의무화제도(HPS) 도입에 이어 수소 드론 개발 기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말로만 수소경제지, 실제론 수소차, 정확히 말하면 수소연료전지차가 그 중심에 놓여있다. 우려스러울 정도로 수소연료전지차 비중이 높은 것이다. 참고로 우리 정부는 2030년에 수소연료전지차를 85만대(2020년 기준 85배), 전기차는 300만대(2020년 기준 22배) 생산 목표를 잡았다. 확실히 수소연료전지차 우대 정책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대부분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수소차가 전기차와 전혀 다른 차가 아니라 수소차 역시 전기차다, 다만 전기차와 다른 것은 배터리로 모터를 돌리는가 연료전지로 모터를 돌리는가의 차이뿐이다. 그래서 수소차를 수소연료전지차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다음 세 가지 기술적 난제를 풀어야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수소저장기술이다.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가장 큰 한계는 수소 저장탱크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기체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고압 저장 기술로 주행 거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고압으로 부피를 줄이는 한계치와 폭발 문제로 내부 온도를 85도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로 고압저장이 어려워 고압 저장탱크 개수를 늘려 주행 거리를 향상 시키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고압 저장탱크는 수소 분자의 손실을 막기 위해 고가의 탄소섬유로 용기 외부를 감는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앞으로 대규모 양산이 되더라도 원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번째는 동력성능을 저하 시키는 연료전지의 발열 문제다. 수소연료전지차의 동력원인 연료전지에서는 발열 반응이 일어나 전기와 함께 열이 발생하나 연료전지에서 발생한 열의 배출구가 따로 없어 연료전지 수백 겹이 적층 돼 있는 ‘스택’ 내부로 냉각수를 강제 순환시켜 열을 흡수하고 라디에이터를 통해 방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 스택은 발열량이 많은 데다 수명을 늘리기 위해 스택 내부 온도차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다량의 냉각수를 순환시킬 수 있는 대용량 라디에이터가 필수다. 4배로 늘어나는 라디에이터와 고압저장탱크의 수를 늘려 실을 공간이 없다.
세 번째는 전기차보다 한참 낮은 에너지 효율 문제다.
고분자형 연료전지(PEMFC)가 내는 최대 효율은 83%다. 그런데 수소연료전지차의 열효율은 스택에서 발생 되는 마찰저항과 열, 기타 연료전지 구동에 필수적인 장치들의 에너지 손실까지 감안해 40%대로 떨어진다.
전기차 배터리 열효율(약 90%)의 절반도 안 된다. 게다가 연료탱크, 연료전지, 복잡한 열관리 장치 때문에 차량 중량도 전기차를 넘어서서 실주행 연비는 더욱 악화 된다. 연료전지의 집합체인 스택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복잡한 장치들을 필요로 하는데 이 장치(압축기, COD 히터, 워터펌프, 고성능 냉각팬, PTC 히터(실내 난방용), 인버터, 컨버터, 메인 모터 등)들 대부분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결국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연료전지의 이론 열효율, 스택의 저항, 열관리 등 근본적인 문제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술적 난제들이 겹겹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소경제’로 가기 위한 모든 기술의 집합체인 ‘수소연료전지차’를 중심으로 수소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대량 생산에 성공해도 전기차를 제치고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소가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 저장 형태’란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수소는 대체로 화석연료(C-H의 화합물), 또는 물(H-O-H의 화합물)의 구성성분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화합물의 화학적 연결을 떼어내는 데는 태양, 풍력, 천연가스, 우라늄과 같은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때 화석연료를 이용한다든지 물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화석연료로부터 생성된 전기를 써서 얻어진 수소 즉, 탄소배출을 수반한 수소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그레이 수소’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추출해서 얻는 그레이 수소다.
반면 태양, 풍력에너지로부터 발생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얻는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하고 그린수소를 생산, 압축, 액화(-250도), 저장, 운송하는 기술을 ‘업스트림’ 분야라고 한다. 그리고 이 수소를 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용도에 활용하는 기술을 ‘다운스트림’ 분야라고 한다.
현재 한국의 수소경제는 수소연료전지차 등과 같은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조금 앞서고 수소 생산과 운송과 같은 업스트림 분야에서 선도국보다 뒤처져 있다.
결국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문제는 2030년까지 ‘그린수소’ 계획이 불분명한 채 ‘그레이수소’에만 의존한다는 것과 업스트림 기술이 부실한 상황에서 다운스트림, 그것도 주로 자동차에만 집중한다는 것에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분야가 낙후되어 있으면서도 맥락 없이 무조건 수소경제만 강조하는 ‘매우 불균형적인 수소편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수소경제’가 주력할 분야는 재생에너지 발전과 생산이고 다음이 ‘잉여전력의 저장과 수송’ 문제의 해결이다.
즉 수소의 에너지전환 효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배터리 보다 일정기간 안전하고 밀도 높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여기에 수송 즉, 송전 문제를 보완하면 되는데 여기에 필요한 기술이 업스트림 분야인 것이다.
결국 수소 기술은 전체 그린기술 분야의 특화된 기술을 말한다. 그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잉여에너지 저장 분야와 제철소 환원제 대체용(현재 제철 과정에서 환원제로 쓰이는 것은 석탄추출 코크스지만 제철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수소가 환원제로 사용될 수 있다), 버스·트럭, 상용차와 기차·선박 등 공간이 넓어 수소 저장탱크를 여러 개 싣고 방열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장거리 운송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대안으로 사용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는 생각보다 배터리 전기 자동차에 비해 경쟁력이 크지 않다. 그린수소 생산과 액화, 저장과 운송기술이 부족한 반면 생산된 수소를 수소연료전지로 만들어 자동차 등에 활용하는 기술은 확보돼있는 그렇게 초점이 어긋난 수소 기술을 조정하는 것이 급할뿐더러 또한 수소경제라고 잔뜩 거품이 들어간 부분을 왕창 덜어내고 우리나라보다 앞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일본·독일처럼 수소를 기반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수소를 기반으로 한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최근 현대차가 2025년 출시 목표였던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소식에 증권가가 떠들썩하게 뒤집힌 모양이다.
수소차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한 것이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해 그동안 제기됐던 모든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당당히 대응해 온 몇 안 되는 기업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중단 선언은 아마도 연료전지의 생산단가와 관련 있는 듯하며 현대차의 이런 행보는 일반 승용차 시장에서는 전기차에 집중, 수소차는 산업용 수용에 대응한다는 전략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략적인 파이프라인의 조정이라고 봐야 한다. 현대차는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업체 중 수소 트럭을 양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업체다.
이런 현대차의 움직임은 앞서 제기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상의 기술적인 난제나 수소연료전지차 쏠림현상, 그린수소의 생산, 활용체계 구축 문제와 수소 기반 경제생태계 조성 문제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
그렇다면 현재 109만 인구의 특례시로 지정된 고양시의 수소경제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필터를 통해 산소를 모으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의 99.9%를 제거하면서도 환경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아 미래형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 각광 받는 수소연료전지차를 미세먼지 특별대책에 따른 보급 활성화 정책으로 ▲수소차구입시 보조금 지원 ▲수소충전소 설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도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수소차를 13만대 보급할 경우, 3억4000리터의 가솔린 대체효과, 35만1000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와 더불어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도 507톤 감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4만3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1조5000억 원의 경제투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연료전지차가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정부나 고양시의 주장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수소연료전지차에 사용되는 수소 생산은 화학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현대차의 발표대로 연간 50만 대의 수소차를 생산하려면 결국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추가로 생산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에도 물을 전기 분해하는 전기의 상당 부분이 화력 발전소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산화탄소(CO₂) 감축 효과는 미미하다.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차의 온실가스 감축효과와 미세먼지 감축 효과도 사실과 다르다.
수소연료전지차가 공기를 정화하는 원리는 ‘필터’다. 수소와 순수한 산소 포집을 위해 공기 흡기구에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특수하게 설계된 고가의 화학필터를 장착해 공기 중 초미세먼지를 99.9%까지 제거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미세먼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걸러져 차내에 쌓이는 것뿐이다.
그리고 또 자주 교체해줘야 한다. 그런데 일반 내연기관차도 시간당 20㎏ 이상의 공기를 흡입한다. 이 필터를 지금 당장 거리 위에 돌아다니는 2300만 대의 내연기관차에 장착해도 똑같은 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현재 수소차의 미세먼지 절감 효과는 마치 수소차에서 이뤄지는 특정 화학 반응에 의해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것처럼 홍보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라리 수소차 대비 에너지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전기차에 공기정화 장치를 탑재하고 남는 에너지로 가동하면 수소차 이상의 미세먼지 정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현대차의 경우에서 극명히 드러나듯이 수소차와 전기차의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이미 판단이 끝났다,
전기차는 승용차 시장, 수소차는 대형 장거리 운송시장으로 서로 갈리고 있어 수소차 보조금 지원과 승용차 수소충전소 설치는 시장의 흐름과 명백히 어긋나고 있는 정책이다.
따라서 고양시 등 지자체와 정부도 마찬가지로 ‘수소경제로의 전환 선언! 궁극의 친환경 수소차지원’ 같은 선언적 구호보다는 수소를 기반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실질적인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수소를 기반으로 한 경제생태계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NSP통신 peopl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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