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두고 시중은행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해져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가 기업 금융 지원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6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2조 2290억원으로 전월 대비 0.56% 감소했다.
은행권이 이처럼 중소기업대출 규모를 줄인 이유는 연말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52%로 1년새 0.13%p(34.5%) 늘었다.
앞으로 연체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법인 파산건수는 2022년 1004건에서 2024년 10월말 기준 1583건, 11월말 기준 1745건으로 급증하는 등 장기불황과 고금리, 원자재값 상승 등의 직격타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중소기업대출 규모를 전월 대비 각각 0.69%, 2.44%, 0.89% 줄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이 평상시보다 더 몸을 사린 면이 있다”며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연체 우려 차주에 대해 사전에 컨텍을 해서 조치를 취하고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은행권은 기업금융 확대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3일 중소기업 신년인사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과감하고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신년사에서 “서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하고 민생침해 금융범죄에도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교체된 신임 행장들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기도 했다. 정진완 신임 우리은행장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메인비즈협회에 방문해 중소기업 지원 및 기업 공급망 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활성화 등을 논의했다. 또 신한은행의 경우 설 명절을 맞아 15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권 실무자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은행들을 압박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면 이로 인해 부실이 발생해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은행 자체의 평가가 낮아져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을 살리고 싶다면 은행들에 출자를 받아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금융지원을 해야지 전체적으로 대출을 늘리라고 하면 은행은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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