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한 업계 주요 화두는 대외 변수와 미래 먹거리 등으로 조사됐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외 리스크와 겹악재 등으로 업황이 악화되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를 돌파하기 위해 미래 첨단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2024년 1월 1일부터 6월 27일 오전 10시 기준) 배터리업계 주요 키워드는 중국이 79.6%로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저장장치(ESS)가 45.6%로 뒤를 이었다.
3위부터 10위에 오른 키워드는 리튬이온철(LFP)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전고체, 제너럴모터스(GM), 원통형, 테슬라, 보조금 등 순으로 집계됐다.
주제별로는 중국과 유럽, IRA 등 대외 리스크 관련 키워드 비중이 가장 컸다. ESS와 LFP, 전고체, 원통형 등 미래 먹거리 및 중장기 성장동력 관련 키워드는 연관어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금리 장기화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IRA 폐기 가능성, 리튬을 비롯한 핵심광물 가격 하락 등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며 배터리 시장 불안정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배터리업계는 불활실한 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ESS와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 중국·유럽·IRA 등 지정학적 변수와 대외정책 관심 가장 커
국내 배터리업계는 대외 리스크 영향이 큰 만큼 중국, IRA, 유럽 등 지정학 관련 키워드 생산 가중치가 컸다.
중국은 80%에 육박하는 가중치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 배터리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로 뽑혔다.
중국 키워드가 가장 많이 언급된 건 공급망 이슈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지난 2022년 기준 이차전지 음극재용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을 수입한 금액은 약 2억4100만달러다. 이 중 중국 수입 규모가 93.7%를 차지한다. 미중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광물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CATL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맹추격도 해당 키워드 생산률을 키웠다. CATL뿐만 아니라 패러시스, 선우다, CALB 등 중국 업체들 모두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지난 19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용량을 기록한 업체는 중국 CATL로 집계됐다. CATL은 시장 점유율 3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9%에서 31%로 줄어들며 2위로 밀렸다. 삼성SDI는 1% 증가한 10%를 기록해 3위에 안착했다. SK온은 10%에서 9%로 하락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급상승한 대외 리스크 관련 키워드는 ‘IRA’다.
실제 배터리 3사는 IRA에 따른 세액공제(AMPC) 혜택을 톡톡히 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 AMPC 1889억원을 반영했다. SK온은 지난해 연간 6170억원, 올해 1분기엔 385억원을 반영해 총 6555억원의 추가수익을 냈다. 삼성SDI는 작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67억원을 반영했다.
IRA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AMPC 정책 폐지 여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전기차 전환 지연과 IRA 폐지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도 IRA가 폐지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투자유치 지역 대부분이 공화당 선거구에서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AMPC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북미 지역 전기차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이에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수요 회복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지역 생산 거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미국 테네시주의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JV) 2공장 양산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GM JV 3기와 스텔란티스, 혼다, 북미 현대차 JV가 생산된다. 단독공장인 미시간 증설과 애리조나 원통형과 ESS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다만 당초 알려진 설비투자(CAPAX) 규모는 일부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CAPAX로 전년과 유사한 규모인 10조9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1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능동적인 투자 규모 및 집행 속도 조정을 통해 CAPAX 규모를 낮출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올해 7조5000억원으로 예정된 설비투자 금액 중 대부분이 북미 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포드자동차와의 JV인 블루오벌SK 테네시공장과 현대차와의 조지아 JV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CAPAX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올해 약 6조원대 설비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텔란티스와의 JV인 1·2공장과 GM과의 뉴칼라일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 위기 돌파 위해 ESS 등 미래 성장동력 집중
불활실한 여건에 대한 대응전략과 미래 먹거리 등에 관심 집중돼 ESS, LFP, 전고체 등 키워드 비중도 상승했다.
특히 ESS는 전기차 캐즘 상황이 지속되면서 배터리 3사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속화 등 영향으로 전력 소모가 폭증하면서 북미와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ESS 시장이 전기차 시장보다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지난 20일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늘어난 400억달러(약 54조7200억원)에서 오는 2035년 두 배 수준인 800억달러(약 109조4240억원)까지 성장한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ESS 시장은 전기차 다음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LIB 시장”이라며 “캐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으로 우려가 큰 LIB 업계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3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대안책인 동시에 미래 먹거리인 E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다양한 ESS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이달 19일부터 21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 주요 화두 역시 ESS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시회에서 주택용 ESS 제품인 엔블록E를 공개했다. 주택용을 시작으로 전력망, 상업용 등에 이르기까지 ESS 솔루션을 점차 확장할 방침이다. 삼성SDI도 전시회에서 공개한 SBB 1.5를 중심으로 ESS 셀 라인업을 구축하고 2026년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AI 시대 가속화에 따른 신규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함으로써 글로벌 ESS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이번 인터배터리 유럽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연계용 ESS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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