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박지영 기자 = 신간도서인 이야기의 이야기의 이야기(저자 이만교, 출판사 상상)는 이야기가 어떻게 생겨나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을 울고 웃기며 진짜 이야기가 되는지, 이야기 장수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야기의 기원과 본질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전기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글공부를 접고 떠돌이 장사꾼이 된다.
조선 후기에 고전 소설을 전문적으로 읽어 주는 사람을 전기수라고 했는데 이름만으로도 주인공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이야기 그 자체이며 이야기에 관한 소설인 것.
장사를 하는 데에도 이야기는 유용하다. 광고에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털보는 기수에게서 ‘체 장수 어머니 이야기’를 사서 장사 밑천으로 삼는다. 그러다가 기수는 털보와 함께 아예 이야기 가게를 차린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에게 값을 치르고 이야기를 다시 각색하고 필사하여 되팔았다.
이야기보따리 중에는 안데르센의 ‘벌거숭이 임금님’부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비롯해‘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한국 영화의 서사도 아우르고 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는 국경과 시대를 초월해 오랫동안 전해지며 사랑받는다.
그런데 내용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이야기보따리가 압수당하고 기수는 관아에 끌려가 고초를 겪다가 속전을 바치고 나서야 풀려난다.
감옥에서 만난 활빈당원 쑥대머리는 “내 죽은 뒤에 이야기로라도 남는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을 걸세”라며 기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를 듣고 기수는 드디어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찾게 된다.
기수가 쓰던 ‘꺽정이 이야기’ 속 꺽정이가 실존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직접 찾아 떠나는 여정은 소설의 허구와 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재치있게 보여준다. 활빈당의 은거지에서 함께 지내던 기수는 “보고 듣고 겪은 그대로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자신의 뜻대로 이야기를 완성하고 난 후 선우를 시켜 이야기보따리를 털보에게 전달하고 선우와 함께 청나라로 떠난다.
돈을 벌기 위해 이야기 가게를 차렸던 기수는 이야기를 수집하고 필사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불합리와 이를 상대하는 이야기의 힘에 눈뜨게 된다.
그리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는 사람들 입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활빈당의 정의로운 모습과 부정적인 부분까지 체험한 기수는 비로소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해설에서 “가치 있는 이야기란 무엇이며 이야기꾼, 곧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지향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진정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자 이만교는 ‘문예중앙’에 시가 문학동네에 단편소설이 각각 당선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 ‘나쁜 여자 착한 남자’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등의 소설을 출간했다.
글쓰기를 천직으로 글쓰기 강의를 천운으로 여기며 현재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서 창작을 강의하고 시민 강좌 ‘글쓰기 공작소’를 진행하고 있다.
글쓰기 책으로 글쓰기 공작소 시리즈인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글쓰기 실전을 위한 글쓰기 공작소’ 등을 출간했다
NSP통신 박지영 기자 jypar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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