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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헌의 20’s Navi

밀양에 ‘색깔’을 씌우지 말기를

NSP통신, 도남선 기자, 2013-11-15 08:55 KRD5
#밀양 #송전탑 #스페인내전 #전교조 #강정해군기지
NSP통신-홍준헌 WANNA 편집장.
홍준헌 WANNA 편집장.

[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대학 학생회장 선거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다. ‘어느 후보가 운동권(또는 정당 가입자)이라더라’는 말이다. 소문이 도는 순간 그가 내세운 공약들에는 색깔이 씌인다.

정치 논리를 가져왔다는 둥, 학교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는 둥 하는 평가로 인해 그 후보는 낙선하고 만다. 학교를 위해 무엇인가 해 보고자 했던 그의 ‘가치’는 그렇게 (확인되지도 않은) 외부와의 연계에 의해 몰가치화하고 만다.

강자는 약자를 쉽게 이기는 방법을 지극히 잘 안다. 시민의 연대에 얽힌 선의(善意)를 곧이곧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전교조에 대해 “전교조 본연의 가치와 무관한 해직자들을 배제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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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해군기지 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와 종교인에게 “외부인들은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한다. 약자를 도우려는 선의를 배제함으로써 그들끼리만 싸우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합리적이라 말하며 외부 세력은 선동가라 부른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도 매한가지다. 국가는 밀양 시민들을 NIMBY라 평가해 보상금을 제안하고 대화라는 이름의 설득을 한다. 그러나 농민들이 왜 터전에 집착하고 있는지, 송전선의 전자파를 우려하고 있는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땅을 포기한다는 것은 밀양 시민들에게는 생활 환경과 양식, 인맥 등이 모두 재편성됨을 의미한다. 이사를 하더라도 회사로 출퇴근만 하면 되는 도시 사람들은 땅을 일굴 수 없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밀양 시민들의 막막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을 단지 보상만 잘 해주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는 것은 밀양이 안고 있는 우려와 무관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말겠다는 의지로만 보인다.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들에게 ‘지역 이기주의자들’이라 낙인 찍고 그들이 지키려는 가치의 본질을 흐리는 정부. 외부 세력이 시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암시하는 주요 언론.

정부와 밀양 시민들이 수 차례 주고 받은 논쟁은 이러한 덧칠로 인해 산에 배 띄우고 노 저은 격이 되고 만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 당시 시민들은 자신들이 택한 정부를 전복하려는 반란군을 목숨 걸고 저지했다. 그럼에도 파시스트들의 도움을 받은 반란군은 시민군에게 승리했고 역사는 이를 일러 공산주의에 맞선 군부의 승리라 부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페인 시민군을 지지하는 유럽 각국의 시민들이 개인의 자격으로 참전했으며 헤밍웨이 등 많은 지성인들도 사상과 무관하게 시민군을 지지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사상이 역사를 호도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그러나 역사를 시민 중심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본질은 흐려지고 만다. 정부는 밀양의 매듭을 진정으로 풀고자 한다면 송전탑 문제를 둘러싼 기초 스케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본 기고/칼럼은 뉴스통신사 NSP통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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