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NSP통신] 박광석 기자 = 하동 결혼이민자가 만든 털모자는 아프리카 어린 아이들의 생명수.
하동지역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아프리카의 어린 생명들을 구하고자 팔을 거둬붙였다.
지난 28일 오전 하동종합사회복지관 4층 북카페에 하동지역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유는 털모자를 짜기 위해서다.
이날 이곳에 모인 사람은 여성결혼이민자 50명을 포함해 모두 100명. 일반 군민 50명도 동참했다.
하동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자리를 마련한 것.
비록 작은 힘이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큰 힘이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각자 챙겨온 뜨개질 도구와 털실로 모자를 뜨기 시작했다.
손뜨개 전문가로부터 나름 이론과 실기교육을 받았지만 손놀림이 서툰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손뜨개 실력을 갖춘 일반 군민과 1:1 짝을 이뤄 즉석 가르침을 받아가며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털모자를 뜬다.
2∼3시간 쯤 정성을 들이자 털모자가 모양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이들이 짠 털모자는 모두 100개. 참가자 100명이 모자 1개씩을 짰다.
이들이 짠 털모자는 세탁과정을 거쳐 밀봉팩에 하나씩 포장된 뒤 유네스코 산하 국제아동구호기관 ‘세이브 더 칠드런’을 통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아이들에게 보내진다.
각종 질병과 기아에다 저체온증 등으로 죽음에 내몰린 신생아들에게는 작은 기적의 선물이 되는 셈.
이미 알려진 대로 아프리카를 포함한 전 세계의 수많은 어린 생명이 출생과 더불어 죽음이라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실제 세이브 더 칠드런의 보고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200만명의 아기들이 태어난 날, 그리고 400만명의 신생아들이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목숨을 잃는다.
그 중에는 아프리카의 낮과 밤 기온차로 인한 폐렴이나 질병, 저체온증 같은 위험에 노출되면서 숨지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털모자가 아기들의 체온을 보호하고 유지시키는 것은 물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캥거루 케어 방식만으로도 전 세계 신생아들의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이 팔은 걷고 나선 것도 이 때문.
털실 같은 재료는 하동군의 지원과 일반 군민의 현물기부로 구입했다.
베트남 출신의 보티란(22.적량면) 씨는 “다문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주위에서 도움만 받았는데 이젠 베풀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 참여했다”며 “비록 모자 하나이지만 어린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광석 NSP통신 기자, bgs77@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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