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평가다.
2일 이 총재는 2025년 신년사를 통해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앞으로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여야가 국정 사령탑이 안정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관심이 금융·외환시장 불안을 넘어 국정 컨트롤타워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로까지 확대됐다”며 “정치적 갈등 속에 국정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어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도 풍랑 속에서 중심을 잡고 정부 정책에 조언하며 대외 신인도를 지켜내는 방파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미국 경제의 호황 지속으로 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에 대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흐름은 안정됐지만 금리인하가 계속될 경우 불안 요소로 발전될 수 있으므로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점검해 나가야 한다”며 “정치 상황의 전개에 따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어려워진 대외여건과 중첩돼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증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우리 수출 구조가 다변화되지 못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몇몇 주력 상품 위주로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매출액 상위 15대 기업을 10년 전과 비교하면 미국은 7개 기업이 신규로 진입한 반면 우리는 2개 기업만이 바뀌었고 그중 신산업을 통해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기업은 1개에 불과해 사실상 신규 진입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들이 경쟁과 창조적 파괴 과정을 통해 주식시장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며 “경제 부문만큼이라도 혁신을 제한하거나 기득권을 보호해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하루속히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관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기를 고려헤 비부동산 가계부채 및 비수도권 부동산 대출에 대한 미시적 조정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단기적인 부양과 함께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조정 문제에 집중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상공인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임을 언급하며 “이 비중이 점차 낮아질 수 있도록 채무조정, 전직 교육, 퇴직자의 재취업 기회 제공 등을 통해 자영업자들이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진출하게 도와주는 구조조정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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