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사고 진단
우리은행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고삐…‘신뢰회복 총력’(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올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이 넘는 금융사고들은 결국 은행장까지 끌어내렸다. 준법감시인을 교체하고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나 금융사고들이 반복돼 이미 추락한 신뢰도를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CEO 엮인 금융사고에 금융당국 미운털 박혀
우리은행은 올해 총 3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지난 6월 21일 105억 2000만원의 금융사고가 공시됐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경남 김해의 한 지점에서 기업 대출 직원이 대출자 17명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신청 서류를 위조, 허위 대출을 일으킨 것. 약 700억원대의 금융사고가 우리은행에서 발생해 은행권이 뒤집힌지 2년만이다.
당초 해당 직원의 범행 시점을 ‘올초’부터로 파악했으나 공시에선 발행 시점을 ‘지난해 9월 6일’로 명시했고 이후 ‘지난해 7월 19일’로 정정했다. 금융사고 검사과정에서 이전 부당대출 건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직원은 지난해 7월 개인 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사기를 범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정상적으로 대출 받은 고객에게 연락해 ‘남아있는 대출 절차를 위해 입금된 대출금을 잠시 인출해야 한다’고 속여 약 2억원을 지인 계좌로 송금받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관리·감독이 미흡했던 점이 드러났다. 특히 결재권자가 부재한 경우 실무자가 ‘지점장 전결’ 버튼을 눌러 대출 결재를 할 수 있는데 이를 별도로 확인이나 승인하는 과정이 없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우리은행의 박구진 준법감시인은 자진 사임했고 해당 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 라인과 소관 본부장, 내부통제지점장까지 후선 배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이어졌다. 심지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고다. 우리은행은 이를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고 있다가 지난 8월 16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로 뒤늦게 공시한 후 사고 금액을 249억 894만 6000원으로 정정했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우리은행이 약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줬고 검찰 수사로 70억~80억원 규모의 추가 부당대출도 이뤄졌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검찰은 여전히 압박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손 전 회장 자택과 우리금융 본사, 우리은행장 사무실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갔다. 또 조병규 행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이 사태와 관련해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모씨, 우리은행 임 모 전 본부장, 성 모 전 부행장 등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금감원의 검사도 길어졌다. 당초 지난 10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12월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2주일 더 정기검사를 연기했다. 또 검사 결과 발표도 내년 초로 연기했다.
지난달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에 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고 언급하며 재차 우리금융 경영진을 압박했다.
이후 지난달 17일에 추가로 금융사고가 공시됐다.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다. 지난 3월 14일 발생한 사고이며 손실 예상 금액은 미정이다. 이는 제보 접수 후 자체 조사를 통해 발견됐다.
◆흔들리는 리더십…은행권 “충성도 하락”
우리은행에서 이어진 금융사고에 대해 은행권은 단순히 직원 개인의 윤리성에 초점을 두고 있진 않다. 오랜 시간 이어온 한일은행과 상업은행간의 계파갈등, 이른바 ‘관치금융’이란 오명을 안은 낙하산 인사 등 문제들이 조직을 흔들고 있다고 언급한다.
한 시중은해행 관계자는 “우리금융 내에서 이러난 금융사고는 대부분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며 “이는 내부에서도 경영진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퐁당퐁당(번갈아가며)’식 수장 교체는 내부의 파벌을 조성해 하나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든다”며 “결국 이같은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끼리끼리 나눠 먹기 문화가 팽배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직에 개혁 의지가 있는지, 매니지먼트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고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해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최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낙점했다.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기업문화를 바꾸고 우리은행이 강점으로 내밀었던 ‘기업금융’에 탄력을 주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최근 임원 규모를 감축하고 기존 부행장도 절반 가량 교체했다. 내부통제 조직도 고도화했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과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해 책무구조도 이행에 힘을 줬다.
정 후보는 지난 2일 “직원들이 업무부담보다 내부통제를 우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영업점 경험이 묻어난 답변을 내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를 강화하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절차가 복잡해지고 문제가 많이 드러나 영업을 확대하기 어려워진다”며 “이같은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알고 있는 정 후보가 가져올 변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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