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의 2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재산분할 결정이 최 회장의 경영활동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는 한편 이혼자금 충당 방식도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가 30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SK그룹은 24년 만에 격주 토요일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킨데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계열사 구조조정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법조계 일각에선 “2심 선고에서 1심보다 재산분할액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SK그룹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무리한 판결은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 회장이 재산분할 비용을 마련할 경우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2심 판결이 크게 바뀔 것 같진 않다"면서"최 회장은 과거에도 주식담보대출이 많았던 만큼 실제 처분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이 이혼자금 마련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지금 상태에서는 최 회장이 어떻게든 소송으로 막기 위해 대법원까지 항고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럴 경우 최 회장 입장에서는 항소에 더욱 집중할 것이고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경우 2~3년이 더 걸릴 것이 때문에 이혼소송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해선 지금 당장 고민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박 대표는 “그렇게 해서도 만약 (최 회장이)패소한다면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3%(1297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은 SK㈜ 지분이다. 현재 보유한 주식도 SK그룹을 지배하기에 탄탄하지 않은 지분인데 매각할 경우 경영권에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노 관장이 이번 소송에서 지분 대신 현금을 요구한 것도 언론에서 심경을 밝힌대로 SK그룹 경영권 자체가 흔들리는 걸 바라지 않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노 관장은 1심 판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요구한 것은 재산 분할이지 회사 분할이 아니다”라며 “상급심에서 정당하게 SK㈜ 주식을 분할받으면 SK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 밝혔다.
더구나 최 회장은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은 만큼 SK㈜ 지분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소버린 사태는 영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SK그룹 경영권 박탈을 시도한 사건이다. 당시 소버린은 SK 지분을 15%까지 늘리며 지난 2003년 8월 최 회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같은 해 11월엔 독자적으로 이사후보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듬해 3월 SK주총에서 최 회장이 승리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최 회장의 현재 SK㈜ 담보 대출금은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노 관장은 SK㈜ 지분 분할에서 청구취지액을 현금 2조원대로 변경한 상태다. 지난 2022년 1심 선고 당시 재판부는 최 회장이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2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SK 차입금 급속 증가 추세…대기업 중 당기순이익 최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SK그룹 당기순이익은 6592억원이다. 지난해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한 11조1004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공정자산총액(전체 계열사 별도 기준 자산총계 합산) 기준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금융·보험업을 제외하면 SK그룹은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올해 1분기 기준 SK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70%, 41%다. 연결 기준 매출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각각 33조268억원, 3조9046억원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는 그린에너지와 반도체소재, 바이오·제약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신규사업 투자 확대로 지난 2021년부터 자체 차입금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별도기준으로 2020년 말 6조9000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다만 SK㈜는 그룹 지주회사로서 자체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을 통해 경상적인 자금소요를 충당하는 현금흐름 구조를 토대로 자금 순유출 부담을 일정수준 제어하고 있다는 게 한기평 분석이다.
송종휴 한기평 실장은 “지주부문의 경우 배당금과 상표권사용수익 및 임대수익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부 자회사의 실적변동성을 보완하는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 역량은 안정적인 배당금수익 기반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SK E&S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배당금이 늘어 2022년 대비 전체 배당금수익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도 SK가 적극적인 신규 사업 투자 과정에서의 외부차입으로 별도기준 차입금의존도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인 40%에 근접한 수준에서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에너지 전환 사업의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점이 SK 그룹 전반의 수익구조에 부담이 됐다”며 “장기적 사업방향은 유효하지만 성과 부진과 중복 사업에 대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태원 대대적 경영쇄신…사업구조 재편·매각 추진·자금조달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SK의 위기감을 시사, 대대적인 경영쇄신을 예고했다.
그 일환으로 SK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맥킨지 등을 통해 사업구조 재편에 관한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 현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11번가와 SK렌터카가 매각을 진행 중이고,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인천석유화학 등이 매각 대상에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수요예측을 통해 자금 조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는 지난 22일 총 2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고자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목표액 1000억원 3년물에는 8100억원이, 1000억원 5년물에는 3900억원이, 500억원 7년물에는 170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SK는 지난 2월에도 자금 조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2년물과 5년물 두 자릿수 언더 발행에 성공해 약 1조4000억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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