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때아닌 골품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산업은행이 부산의 지역은행 된다”며 “하반기 채용부터 신입사원들이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이와 관련해 한 산업은행 직원은 “지금 산업은행 내부에선 올 하반기 뽑힐 신입사원을 두고 ‘민영화 세대의 재림’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막말로 ‘쉽게 들어온 애들’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신입사원이 들어오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분란의 씨앗이 보인다”며 “부산 이전으로 인해 파벌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영화 세대’란 2008년부터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며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했고 2015년 다시 통합될 때까지의 직원들을 일컫는다.
이 직원은 “당시 산업은행의 민영화 소식에 ‘이제 영업도 해야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대적으로 학벌이나 조건이 떨어지는 인원들이 입사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 이후에 다시 통합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아졌고 높은 경쟁력을 뚫고 들어온 후배들이 ‘민영화 세대’의 선배들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당시 입사한 사람들을 막말로 ‘쉽게 들어온 애들’이라 불렀다”며 “아직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부산 이전설로 인해 약간 하향평준화돼 뽑힐 것 같다는 말이 나오며 갈등의 싹이 트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되면 경쟁력이 떨어져 부산의 지역은행이 된다는 말이 나온다”며 “지역인재전형으로 매년 30%씩 부산 지역 인재들을 뽑게 되면 몇 년만 지나면 부산지역의 ‘지역은행’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의 지점들이 많은 산업은행 특성상 본사가 부산으로 가면 정말 능력 있고 괜찮은 직원들은 수도권 지점으로 지원해서 올라가고 결국 중요한 기획이나 인사 분야는 지역 사람들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며 “조직이 산으로 간다는 말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사례를 보면 일종의 파벌주의가 심화된다는 얘기가 있다”며 “특정 지역 학교 졸업생들이 지역 할당으로 입사하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그들끼리 파벌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도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소식은 산업은행 지원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한 산업은행 직원은 “하반기 채용이 ‘레몬마켓’ 같은 느낌을 준다”며 “‘역대급으로 채용을 한다고 하는데 지방 이전을 하니 직원들은 많이 나갔고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산업은행에 지원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레몬마켓은 시고 맛없는 레몬만 유통되는 시장에서 비롯된 말로 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이른바 ‘신의 직장’ 산업은행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하반기 채용이 지나면 부산 이전이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하반기 퇴사 인원이 상반기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산업은행에서는 총 76명의 인원이 퇴사를 했는데 이 중 30명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과 신입사원들까지 포함되기도 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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