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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일 등대사 사건 연구조사 책임자, “훈련받은 양심은 시대·장소 초월”

NSP통신, 강은태 기자, 2019-09-04 14:35 KRD2
#홍영일 #등대사 #양심 #병역거부 #헌법재판소

“역사는 변해도 양심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변해서는 절대 안 된다”

NSP통신-만 2년을 안양 교도소에서 복역한 등대사 사건 연구조사 책임자인 홍영일 씨가 역사는 변해도 양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강은태 기자)
만 2년을 안양 교도소에서 복역한 등대사 사건 연구조사 책임자인 홍영일 씨가 역사는 변해도 양심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강은태 기자)

(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대학원 1학년 때 학교 친구와 성서에 대한 토의 중 ‘너희들 왜 군대 안가니’라고 묻는 질문이 계기가 돼 1990년 4월부터 1992년 5월까지 병역법 위반으로 만 2년을 안양 교도소에서 복역한 등대사 사건 연구조사 책임자인 홍영일 씨는 한국의 유일한 경제뉴스 통신사인 NS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훈련받은 양심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에 NSP통신은 한국의 첫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인 등대사 사건의 연구조사 책임자인 홍영일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동안 인권 사각지대에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훈련받은 양심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한국의 첫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인 등대사 사건의 역사적 의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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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등대사 사건 80주년 기념 특별전의 전시 주제인 ‘변하는 역사, 변하지 않는 양심’이라는 표현이 알려 주듯이 등대사사건은 성서로 훈련받은 양심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일제 시대 천황 숭배와 징병을 거부하여 당시 ‘등대사원’이라고도 칭해지던 여호와의 증인을 일본 경찰이 모두 체포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한국 역사 최초로 발자국을 남기게 된 이래, 그들의 후손으로 계속 이어져 온 사건이기 때문이다.

또 등대사 사건은 한반도에서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고 일본과 대만 등 동아시아 전역의 사건이고 좀 더 넓게는 일본과 동맹국이었던 나치 독일에서 수천 명의 여호와의 증인이 하일 히틀러라 외치기를 거부하고 병역을 거부하자 이들을 사망하게 한 나치 독일의 정책을 일본이 따라했음이 등대사 연구 기록이 밝히듯, 당시 전 세계 여호와의 증인들이 동일하게 병역을 거부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특히 등대사 사건을 한반도로 좁혀 설명하자면 일제가 천황 숭배와 징병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1939년 6월 29일부터 41년 11월에 걸쳐 한반도에서 총 66명을 검거해 치안유지법 위반과 불경죄 등으로 처벌한 사건으로 증인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단순 가담자들을 제외하고 평균 4년 6개월의 실형을 살게 하고 그 가운데 6명은 옥사하게 한 사건이다.

- 그동안 알려진 등대사 사건이 이전에 알려진 것과의 차이는

▲과거 일부 자료와 경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1939년 6월에 38명의 여호와의 증인이 체포된 사건이라고 알려졌었지만 2017년 여름부터 6000페이지에 해당하는 방대한 자료를 세밀하게 조사 분석한 결과, 그 검거자 수가 최소 66명에 이른다는 것과 검거 작전이 1939년 6월에 있었던 1회성이 아니라 1942년 11월까지 지속된, 그야 말로 여호와의 증인들을 발본색원하고자 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으며 옥사자를 한 명 더 찾아낼 수 있었다.

또 당시 일제가 나치 독일의 여호와의 증인 탄압 정책을 들여와서 시행했음을 알려 주는 방증 자료들과 직접적인 증거 문서들을 찾아 낼 수 있었다.

NSP통신-등대사 사건 80주년 기념 특별전이 진행중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내부 (강은태 기자)
등대사 사건 80주년 기념 특별전이 진행중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내부 (강은태 기자)

-등대사 사건 후 한국의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처우와 한국 사회의 시선은

▲해방 후에도 여호와의 증인들은 일관 되게 병역을 거부해 왔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등대사 사건에 대한 연구 조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군국주의 일본에 저항했던 귀중한 유산으로 평가된 반면,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징병제가 이어지면서 병역을 계속 거부하였기 때문에 연구, 조사나 관심은 고사하고 편견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국사편찬위원회 등에서는 일제 저항에 대한 명백한 증거라고 여겨 재판 기록 일체를 잘 보존해 주어 오늘과 같은 등대사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의 상황은

▲2018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서 군 복무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해 8월말 현재 937건의 병역법 재판 중 무죄 확정은 24건에 불과하고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 건수는 913건이다.

판사들의 무죄 선고에 검사들이 치열하게 항소 하면서 공방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양심의 진지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수립하는 과도기적인 단계라고 본다.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권, 법 개선에 미친 영향은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9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18년 한국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 양심 등에 따른 대체 복무를 허용한 결정을 인권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아울러 인권이사회 실무그룹은 ‘한국의 법률적 발전이 다른 나라에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간 법조계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늘 논란의 중심이 되어 왔다. 같은 사건을 두고 어떠한 법원에서는 유죄, 어떠한 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었다.

허나 2018년 헌재, 대법의 판결은 이러한 입법 논란을 해소시켰고 우리 헌법이 인권을 더욱 보호하는 선진 헌법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민주 사회가 지켜가야 하는 양심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우리 사회가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병역 거부 기사 댓글에 ‘군대 가는 사람은 비양심이냐’는 댓글이 붙곤 하는데 사람마다 양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병역 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이다.

-한국 사회가 과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용할 것으로 보는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역사적인 2018년 판결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반세기 넘게 분단과 대립과 전쟁을 경험한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대단한 포용력이라고 본다.

사실 대만은 대체복무가 도입되기 전인 2000년까지 병역거부자들은 한국보다 훨씬 긴 7~12년까지 징역을 선고받곤 했다.

그러던 대만이 2001년부터 대체복무를 시작했고 군복무 기간의 1.5배로 시작한 대체복무는 이제 군 복무 기간과 같아지기에 이르렀다. 포용력이 생기는 것과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은 비례하는 것 같다.

한국도 대체복무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크지만 제도 운영을 통해 그런 염려가 해소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포용력이 생길 것이라 본다.

NSP통신-등대사 사건 80주년 기념 특별전 전시관 입구에 전시된 홍보물(좌)와 첫 입구(우)가 일제시대 당시 감옥 문 크기로 점점 좁혀져 가도록 꾸며져 있어 당시 감옥에 들어갈 때의 참담한 느낌이 생각나게 돼 있다. (강은태 기자)
등대사 사건 80주년 기념 특별전 전시관 입구에 전시된 홍보물(좌)와 첫 입구(우)가 일제시대 당시 감옥 문 크기로 점점 좁혀져 가도록 꾸며져 있어 당시 감옥에 들어갈 때의 참담한 느낌이 생각나게 돼 있다. (강은태 기자)

-어떤 형태의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국제 표준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에게 군과 전적으로 무관한 조직에서 군과 무관한 일을 부여하며 군복무 기간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은 각국 최고 법원에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한국의 인권 보호 체계가 매우 향상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국제 표준을 따르지 않는 그래서 징벌적인 성격의 대체복무제도가 만들어진다면 인권 수준은 다시 후퇴하는 것이고 시민들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게 아니라 결국 소수자들의 양심은 무시해도 되는 것이라는 획일적인 사고만 강화시켜 주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최근 포용력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역사는 변해도 양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아니 변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쪽에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NSP통신 강은태 기자 keepwatc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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