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가 노소영 나비아트센터관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를 검찰 고발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이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환수위는 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노 관장과 김 여사 등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수익은닉죄와 조세범처벌법위반죄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고발장을 통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돈 즉, 비자금이 범죄수익임을 알고 있었음이 본인의 진술로 드러났다”며 “그렇다면 노소영은 이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노 전 대통령 가족 공범에 속한다 할 수 있다”고 노 관장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또 환수위는 “노태우 일가가 그동안 은닉해 오다가 이번에 노 관장이 스스로 세상에 공개한 것은 다름아닌 감춰왔던 노태우 비자금”이라며 “노 관장의 진술과 김 여사의 메모들은 노 관장을 포함한 노태우 일가가 범죄수익을 은닉해왔다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 사법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지난 5월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 항소심재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 실체를 입증하는 김 여사의 육필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때 노 관장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가족들만 아는 비밀로 했다.(중략) 부득이 관계 당사자들을 설득해 양해를 얻어 증거로 제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환수위는 노 관장 등 노 전 대통령 일가는 불법비자금 등과 같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공범이라는 점과 법률적으로 범죄수익은 개인재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데 2심재판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서 “천문학적인 뇌물을 받아 이리저리 숨겨놓고는 돈이 없다고 잡아뗀 사람들”이라며 “노소영이 이혼사건 1심에서 패소하자 어쩔 수 없이 공개한 비자금 메모를 증거로 인정하고 이를 근거로 승소판결을 해준 것은 국민정서와도 맞지 않고 사회정의에 완전히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또 환수위는 “그 돈의 조성 경위나 불법성 여부 등은 따지지 않은 채 선경 300억원, 최 서방 32억원 등이 적힌 메모를 근거로 최 회장의 선경 주식 매수 자금에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포함됐음을 인정했다”면서 “그렇다면 결국 노소영은 최 회장과 이혼 시 아버지 노태우의 비자금을 종잣돈 삼아 수조 원대의 자산가가 되는 것인데 법이 불법자금의 상속을 인정하는 게 과연 옳은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민법(제746조)에는 불법원인급여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불법적인 돈 즉 불법원인급여에 대해 소송으로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2심재판부가 불법원인급여를 따져 보지도 않고 비자금을 개인재산으로 인정하고 특히 범죄수익은닉이 엄연한 범죄인데도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환수위 설명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며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노 관장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사실상 노 관장의 재산으로 인정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근거는 노 관장이 증거로 제출한 김 여자의 메모 2개였다. 김 여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이 메모에는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동생인 노재우 씨 등의 이름과 함께 2억~300억원의 숫자가 기재돼 있다. 이에 재판부는 김 여사의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 등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선경그룹(현 SK)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봤다.
김영삼 정부시절 전정권 청산 차원에서 밝혀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약 4500억원이고 이중 약 2600억원만 추징됐다. 추징되지 못한 1900억원 중 900억원의 행방이 노 관장이 공개한 김 여사 메모들에서 드러난 것이다.
노 관장은 300억원이 “선경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고 2심 재판부는 이 돈의 현재 가치를 1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판단, 이를 노 관장의 돈이라고 결론 내렸다. 300억이 1조4천억원으로 가치상승된 것을 단순 대입하면 30년 전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불법으로 조성해 감춰뒀던 비자금 중 이번에 메모로 드러난 900억원은 지금 가치로 4조가 넘는 셈이다.
또 환수위는 고발장에서 “김옥숙, 노소영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성한 돈이 불법 비자금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은닉 은폐해 조세를 포탈했고 그 상태는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국세청 고발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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