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DIP통신] 맛을 찾아 팔도를 마다하지 않는 미식가들 사이에선 소고기전문점으로 4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대도식당을 모르는 이는 없다.
왕십리에서 처음 고깃집을 낸 대도식당의 육류는 신선도와 맛이 일품으로 소문나 한번쯤 발길을 안한 미식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나름 미식가라는 평을 듣는 필자는 창피하지만 대도식당의 고기 맛을 처음 맛 본게 지난해다.
태생이 강원도의 한 산골마을로 넉넉지 않았던 가정형편 탓에 어린시절 고기보다는 밭에 나는 채소나 산나물을 주로 먹고 자랐다. 이 때문에 특별한 날에만 밥상에 오르는 고기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것도 돼지 불고기나 제육볶음이 고작이었고, 소고기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같은 연유로 고기 맛에 길들여 있지 않은 필자는 육류를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편이다.
만약 필자에게 누군가 육류와 해산물을 놓고 선택할 것을 권유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해산물에 손을 들 것이다.
그만큼 육류는 필자의 식생활에서 멀어져 있다.
하지만 방송활동을 하면서 자주 회식을 겸해야 하는 필자에게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육류도 즐겨 찾아 먹어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이러한 필자에게 지난해 초 한 선배가 소개시킨 대도식당의 고기 맛이 독특함으로 전해졌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고기 맛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준 파무침이 신선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단 한 번 맛보았지만 이 곳의 고기 맛은 뇌리에 오래 기억되며, 서울 곳곳에 분점을 내고 성업중인 대도식당의 강남직영점은 아내와 지인들과도 자주 찾는 단골집이 돼버렸다.
최근 장시간 비행을 떠났다 돌아 온 아내와 봉은사 인근에 위치한 이 곳을 다시 찾았다. 나름 피로가 누적된 아내에게 “오늘 만큼은 그녀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실컷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연 듯 들었기 때문이다.
1, 2층으로 된 이 식당에는 여느 때 처럼 손님이 가득했다.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집의 마루바닥을 지날 때면 빙상처럼 미끈함에 ‘혹여 넘어질까?’하는 기우를 하게 만든다.
그만큼 왕래하는 손님이 많아 마루바닥이 닳고 닳았다는 의미다.
종업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한켠에 자리를 했다. 주문은 등심이다. 친절한 이모(?)는 무쇠같은 불판에 고기 기름을 올려 판을 달군다. 달궈진 불판은 오늘의 주인공인 등심과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조우한다. 둘의 뜨거운 사랑처럼 등심은 불판에서 지익하는 소리로 사랑의 세레나데를 울린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적당히 익은 고기 한 점을 약간의 소금에 찍어 이집만의 파무침과 함께 입에 넣고 살며시 깨물면 입안 가득 흐르는 육향(肉香)과 파향의 오묘한 맛의 조화에 부드러운 치감(齒感)은 새삼 고기를 싫어했다던 필자의 생생한 증언을 무색하게 할만큼 깊은 맛에 빠져들게 한다.
기름장도 제공되지만 기름의 진한 향에 고기의 맛은 반감되는 듯해 필자와 아내는 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앞서 필자가 밝혔듯이 이 집의 파무침은 일미이다. 그 때문에 갈 때마다 파무침은 여느 집에서 먹는 양보다 2~3배는 많다. 그래서일까? 이 식당에 다녀 온 다음 날이면 입이 얼얼하고 마비된듯해 방송에서 말을 할 때 버터를 바른 것처럼 발음된다. 아마도 이런 필자의 발성에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께서는 노여움을 금치못하실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방송이 있는 전 날에는 결코 이 집을 찾지 않으려 노력한다.
입 맛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로워 목청껏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필자의 아내마저 사로잡은 이 집의 고기 맛은 단연 으뜸이다.
하나 더 이집의 팁을 알려준다면 고기를 다 먹은 불판에 잘익은 시원한 깍두기 국물을 부어 지글 지글 끓기 시작할 때 밥을 넣고 비벼 콩나물국과 한 술 뜨면 그 맛 또한 최고다. 밥을 손수 비벼먹는게 수고스럽다고. 걱정하지 마라. 후덕해 보이는 친절한 이모가 해 줄테니까.
가격은 싼 편이 아니지만 고기 양을 여느 식당과 달리 많이 주는 편이라 통과.
혹 요즘 사업이 안되거나 일이 잘 안풀리는 식객이 있다면 독특한 아이디어로 대박난 이집을 찾아 기를 한 번 받아 봄이 어떨런지. 이 집을 찾는다면 저녁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만큼 서두르는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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