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통신 ] 똑같은 김치찌개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그리고 똑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인데도 주인장이 얼마나 사랑과 정성을 쏟느냐에 따라서 각 지점별로 맛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뽀빠이 아저씨 말씀은 유치원 다니는 철이, 영이도 다 아는 말일 것이다.
오늘 개그식객은 죽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죽은 수술한 다음에 먹거나 아니면 아픈 환자, 때로는 소화가 안 될 때 먹는 음식 중에 하나다. 특히나 어린시절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 아파서 식은땀을 흘리다가 어머니가 정성껏 만든 미음, 죽을 먹고 있노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얼마 전 필자의 후배가 길동사거리에 위치한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는 강동구에 살며 동북중학교를 거쳐 한영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이 동네를 잘 안다. 예전에는 필자가 껌 좀 씹으며 돌아다닌 동네다. 한류스타 배용준도 필자의 고등학교 직속후배다. 그런데 만나보고 싶어도 만나지를 못한다. “용준아, 혹 이 개그식객 보면 형한테 전화해라. 소주한잔에다가 맛있는 죽 사주마!”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오늘 내용은 죽이야기다. 요즘 본죽 간판이 자주 눈에 띈다. 그만큼 죽이란 음식은 먹기에 거북함이 없는 건강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여러 집을 들어가도 대충 그 죽이 그 죽이었지만, 강동구성심병원 앞에 위치한 본죽집은 그게 아니었다. 후배를 위해 병문안을 가면서 뭐 사갈까 물어봤더니 죽을 먹고 싶단다. 아니 내가 지 아버지도 아닌데 왜 나한테 죽을 사오랄까?
하지만 필자도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손님은 왕이 아니라, 환자는 왕이다. 병실에 누워 있으며 보험비 타먹으며 주위 사람들을 죄다 시켜 먹으니! 쩝! 어쩌랴! 본죽집에 들어가 버섯굴죽과 호박죽을 시켰다.
필자는 전날 곡주를 한잔 마시고 해장을 안한지라 매콤한게 먹고 싶었다. 필자만 그런지는 몰라도 술 먹은 다음날이면 쫄면, 비빔면 등 매콤하게 먹고 싶을 때가 많다. 환자가 먹을 죽을 시킨 후에 필자도 맛을 보기위해서 낙지김치죽을 시켰다.
예상대로 조금 맵다. 하지만 시원한 동치미에 먹는 낙지김치죽은 맛이 기가 막혔다. 낙지가 안씹힐줄 알았는데 씹힌다. 입안이 얼얼한게 저녁 때 화장실가면 뒤가 약간은 화끈거릴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왜냐고? 매운 것을 먹은 날이면 어김없이 다음 날 볼일 볼 때 뒤가 얼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맛있는 죽 이야기 하면서 자꾸 구린 이야기해서 미안하다.
똑같은 재료와 요리방법을 선택해도 역시 주인장이 누구고 조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더욱이 이 집의 주인장이 마음에 드는 것은 버섯굴죽과 호박죽을 얼마 후에 먹을 것이냐를 물어본다는 것이다. 시간에 따라서 물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세심함이 대단하지 않은가, 베스킨라빈스에서 흔히 “몇 시간 후에 아이스크림 드세요?”라는 질문은 받아봤어도 죽집에서 같은 질문을 받기는 처음이다. 이러한 세심함과 정성, 그리고 죽 맛과 푸짐함이 이곳만의 장점이다.
여담이지만 가끔은 어떤 죽집을 가면 말 그대로 건더기는 별로 없고 정말 묽은 죽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주인장을 죽이고 싶다.(필자주: 주인장 나쁘다는 뜻이다) 설마 귀하디귀한 생명을 내가 어떻게 하랴! 죽이야기니 웃자고 하는 소리다. 또 혹 이 이야기를 잘못 알아들어서 검찰이나 경찰에 고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잘 소개 안한다는 필자의 기본규칙은 있지만 강동성심병원 앞에 위치한 본죽 집을 요약해 보자.
일단 다른 곳보다 주인장의 푸짐한 서비스 정신으로 양이 많다. 역시 주인장의 가족이 먹는 죽처럼 만들자는 슬로건처럼 재료가 많이 들어가 있다. 포장해가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 안배도 한다. 이러한 정성 때문인지 포장해달라는 예약 주문 전화가 필자가 죽을 먹을 때만 몇 통이 왔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죽장사를 하신지 6년째라서 자세히 죽맛을 보니 죽의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글을 보고 ‘죽맛이 뭐 별거 있어’하는 식객이 있다면 죽을 본인들이 끓여봐라, 정말로 죽은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맛이 없다.
손님이 많은 가게에 가면 다 이유가 있다. 죽사장님 죽도록 고생하셔서 만든 죽, 부디 많이 파셔서 죽을 먹고자 하는 중생들에게 죽맛을 깨닫게 하소서!
혹 강동성심병원에 병문안을 가거나 강동구 길동 쪽에 사는 식객들이라면 필자의 구라발(?)에 속은 셈치고 꼭 한번 들러봐라. 정말 이 구라가 거짓이 아닌 진실이라는 것을 곧 느끼게 될 것이다.
개그식객 기사를 보고 왔다면 재료 더 듬뿍, 양 듬뿍 넣어주기로 했으니 꼭 참고해라. 매운 맛을 원한다면 매콤한 낙지김치죽을 주문해봐라. 필자의 고통(?)스러웠던 그 때 그 얼얼한 기억을 함께 하고 싶다면 말이다.하하하. 문의 02-471-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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