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통신 황기대 기자] 가수 겸 생명운동가 이광필이 ‘젊은이들에게 봉사한다’는 뜻으로 차린 잔치국수·비빔국수 전문점인 덕실리 국수에서 손님들 때문에 남 몰래 울고 웃고 있다.
이광필은 지난해 9월 서울 신촌 창서초등학교 정문 앞 자신의 5층짜리 건물 지하 전층에 덕실리 국수집을 열었다.
충격과 공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 집은 다른 집의 최대 3.5인분이나 되는 양의 국수를 단 돈 3000원에 제공해 일약 신촌 일대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오픈 당시 이광필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과 취업난으로 한창 먹을 나이의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위축된 삶을 사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며 “생명운동가로서 봉사하는 뜻으로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낌 없이 퍼주는 국수집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국수집은 연세대생들 사이에 ‘꼭 가야할 명소’로 자리 잡았고, 신문 방송을 비롯한 각종 매스컴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심지어는 일본에서 ‘납북자 송환 운동을 벌이는 용기 있는 연예인’으로 한류스타 못잖은 지명도를 갖게 된 이광필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이나 유학생들까지 찾을 정도가 됐다.
이광필은 올 1월에는 신촌 U플렉스 현대백화점 사거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명물거리 입구 대로변 건물 2층에 덕실리 국수 연대점(02-312-6601)을 추가 오픈했다.
이 자리는 그가 15년 간 ‘케익&카페 광’을 운영하면서 ‘제과점에서나 먹던 케익과 분위기 좋은 카페의 만남’, ‘24시간 오픈’ 등 국내 외식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했던 유서 깊은 자리. 권리금만 해도 수억원에 달할 정도로 목 좋은 곳이다.
황금상권이라 불리는 그런 자리에 그가 국수집을 오픈한 것은 바로 덕실리 국수의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광필은 연대점 오픈을 앞두고 기자와 만나 “좋은 자리를 찾는 대형 외식업체들로부터 가게 인수 제의가 잇따랐다”면서 “하지만 그 동안 밤잠 안 자고 열심히 일해 남부럽지 않은 재력을 쌓아 돈 욕심은 없는만큼 생명운동가로서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젊은이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리로 사용하기 위해 또 하나의 덕실리 국수를 오픈하기로 결정했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그간 남 모를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부딪친 것은 음식 쓰레기 문제다.
처음엔 모든 손님에게 무조건 3.5인분을 제공했다. 그러다 보니 다 먹지 못하고 남겨져 버려지는 것이 태반이었다. 생명운동을 한다는 입장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메뉴를 다이어트(일반 국수집 보통 보다 조금 많은 정도), 소(일반 국수집 곱빼기 양), 중(일반 국수집 2.5인분), 대(일반 국수집 3.5인분)으로 세분화 해서 먹을 수 있는 양만큼 주문하게 했다.
그러자 남기는 양이 줄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객기를 부리며 무조건 많은 양을 시키는 손님들이 있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벌금제. 자기가 주문한 양을 다 먹지 못하면 1000원을 받는 것. 처음엔 농담으로 생각했던 손님들도 진짜 받자 다음부터는 적정양만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음식 쓰레기 문제가 해결됐다.
이어 부딪친 문제는 나눠 먹기였다.
본점 오픈 초기에는 나눠 먹기를 허락했다. 양을 많이 주니 두 명 정도가 국수 하나를 시켜서 나눠 먹을 수 있게 한 것. 음식 쓰레기가 양산되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속 용인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3명이 와서도 무조건 ‘대’를 시키고 나눠 먹은 뒤 3000원만 내고 가는 것이었다.
이런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본점의 적자누적이 증폭되면서 폐업까지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결국 취한 조치가 나눠 먹기 금지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광필로 하여금 나눠 먹기 금지를 결심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단골손님들.
일부 손님들이 자꾸만 나눠 먹기를 하자 이를 지켜 보던 단골손님들이 나서서 이광필이나 가게 직원들에게 나눠 먹기를 금지하라고 건의했다.
이광필은 “여러 단골손님들이 제게 나눠먹기가 계속되면 사장님 부담이 커지실테고 그러면 이렇게 저렴하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덕실리 국수의 운영이 어려울 것 아니냐. 막아야 한다고 얘기하더라”며 “그런 단골손님들을 보며 ‘덕실리 국수가 어느덧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곳이 됐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요즘 덕실리 국수 본점과 연대점에서는 나눠 먹기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이광필은 “속사정을 모르는 손님들 중에는 금지문을 보고 서운해 하실 수도 있다”며 “하지만 덕실리 국수가 계속 순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광필의 새로운 고민은 역시 덕실리 국수 연대점의 ‘정체성’이다.
매월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내는 곳이니만큼 본점과 달리 매출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것.
그는 그 해결책으로 본점과 달리 양을 ‘다이어트’와 ‘소’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양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정중히 본점으로 갈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 ‘거리표 떡볶이’의 맛은 고스란히 살리면서 식자재를 훨신 고급화한 덕실리 떡볶이가 그 대표적인 예다. 가격도 착하다. 거리표 떡볶이 보다 단 500원 더 비싼 3500원이다. 양도 거리표 보다 훨씬 많다. 남녀 커플이 와서 국수와 떡볶이를 시켜 나눠 먹기도 한다. 이런 건 나눠 먹어도 눈 감아 준다.
그리고 밤에는 연대점을 ‘한국형 이자까야’로 변신시켜 매출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국수와 함께 해물파전(소 5000원, 대 1만원), 김치전(3000원) 골뱅이 무침 등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고 맛있는 술 안주를 내놓는 것. 주류도 맥주 호프, 소주, 막거리 등 다양하게 판매해 식사 손님들이 밤 시간에 저렴하게 술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
이광필은 “영국 유학에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 20여 년간 술장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연대점이 빠르게 안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술을 취급하기 시작했다”며 “덕실리 국수는 ‘맛있고 국수를 저렴한 가격에 원 없이 먹는 곳’이라는 정체성이 매출 문제로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가도 밤에 오는 손님들 중 많은 분들이 ”낮에 국수를 저렴하게 먹여줘서 고마운 마음에 술을 먹으러 왔다“고 할 때 다시 기분 좋아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덕실리 국수 본점은 앞으로도 계속 아낌 없이 퍼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연대점은 덕실리 국수를 알리는 안테나숍 역할을 하게 할 생각”이라며 “이를 통해 젊은이들이 돈 걱정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덕실리 국수의 미래가 만들어지고, 납북자 송환운동, 북한 인권개선 운동, 자살 예방 운동, 해외 입양인 돕기 운동 등 제가 펼치는 생명운동들이 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DIP통신 황기대 기자, gidae@dip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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