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통신 윤찬영 인턴기자] ‘무한정 먹어도 된다. 하지만 자신의 양만큼만…’
3000원만 내면 자신의 양만큼 실컷 먹을 수 있는 이색 국수집인 서울 신촌 덕실리 국수가 연일 화제다. 여기서 자신의 양만큼이라는 것은 말그대로 자신의 양만큼이다.
단, 욕심은 금물이다. 먹지도 못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시켜 놓으면 남긴 음식을 처리하는데 환경오염 등 각종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양만큼 먹고나서 양이 안 차면 또 먹을 수 있다.
덕실리 국수집은 단 돈 3000원에 국내 아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잔치국수, 비빔국수를 제공해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상위 검색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국수 제공으로 인해 음식 낭비와 쓰레기로 손님들조차 문제를 삼아, 음식도 안 남기고 자신의 양만큼 무한정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새롭게 내놨다.
먼저 한 종류뿐이었던 국수의 양을 다이어트, 소, 중, 대 등 4가지로 세분화 했다.
다이어트는 일반 국수집에서 나오는 1인분 양, 소는 보통 국수집의 곱빼기 수준, 중은 보통 국수집의 2인분, 대는 3인분 양이다.
하지만 가격은 4가지 양 모두 3000원으로 동일하게 책정했다. 이는 양을 세분화한 것이 가격을 편법 인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간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간 이 집 국수의 양은 ‘충격과 공포- 국수 먹다가 배불러 죽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가게 앞 플래카드에 적힌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곱빼기 차원을 넘어서 다른 집 국수 양의 3배 수준에 달했다. 그야 말로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적은 용돈으로 배불리 먹지 못하는 신촌 지역 대학생들을 위한 주인인 가수 이광필씨(사진)의 배려였다.
이씨는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에 달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젊은 시절 영국에 유학할 때 접시닦기 등을 하며 고학하던 생각이 났다"며"그간 쌓아온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에서 맛있는 국수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컨셉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처럼 양이 많다 보니 문제 역시 많았다.
처음엔 억지로라도 다 먹던 손님들이 한 번 두 번 오다 보니 반 정도를 남기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납북자 송환 운동, 해외 입양인 돕기 등 시민운동가로 맹활약 중인 이씨로서는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는 음식물 쓰레기 양산을 방치할 수 없었다.
남아서 버려지는 국수가 많다는 것은 국수집의 수지타산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자칫 젊은이들에게 봉사하겠다는 의미로 시작한 국수집 운영이 음식 쓰레기 때문에 난관에 봉착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욕심껏 국수를 비우다가 배탈이 나서 119 구급대 신세를 지는 손님들이 여럿 등장하고, 손님들을 위해 비치해놓은 소화제가 두 달 동안 몇 박스씩 동이 날 정도가 되면서 우려가 증폭됐다.
엄청나게 양 많은 국수 한 그릇이 여러 긍정적인 성과 못잖게 많은 부정적인 사태를 낳은 것이다.
양을 세분화하자 손님들의 반응은 오히려 좋다. 아침을 안 먹은 손님은 자신있게 ‘중’이나 ‘대’를 시키고, 많이 안 먹을 손님은 알아서 '소'를 주문한다. 여자손님들은 ‘다이어트’를 선택한다.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무료 리필’을 이용해 추가 부담 없이 자신의 정량만큼 더 먹을 수 있다.
이씨는 “양을 세분화한 이후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1/3 이하로 줄었다”며 “낭비되는 국수가 없어져 비용 부담이 적어져 더욱 품질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고 양 많은 국수를 오래도록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실제로 이 집은 신촌 지역 대학생들 사이에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100% 천연 멸치로 국수를 끓여내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양과 가격에 이어 맛으로도 인정 받고 있는 것.
물론 아직도 무리해서 많은 양을 시키는 손님들이 많다.
때문에 이씨는 음식을 남길 경우 ‘벌금’으로 1000원을 받고, 먹다가 배터져도 가게 측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공지하는 등 손님들을 자제시키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현재 덕실리 국수(02-333-5455)는 오픈할 때 2900원이었던 국수 값이 지금은 100원 올라 3000원이 됐다. 이는 100원을 거슬러 받는 것이 불편하다고 손님들이 100원만 올려달라고 거듭 요청을 해와서다.
DIP통신 윤찬영 인턴기자, youna1288@dipts.com
<저작권자ⓒ 소비자가 보는 경제뉴스 DIP통신.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