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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민자, 정체성의 대물림을 바라지 않는 아버지의 속사랑

NSP통신, 박정환, 2012-04-08 11:43 KRD5
#이민자 #야끼니꾸드래곤 #영화
NSP통신

[서울=NSP통신] 박정환 = 부모가 자식에게 전하는 사랑을 묘사하는 영화의 대다수는 아버지의 사랑보다는 어머니의 사랑을 묘사한다. 아버지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거나 혹은 표현하더라도 자상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가 어머니의 사랑을 선호하지만 이민자는 흔치 않은 방식인 아버지의 사랑을 묘사한다.

이민자는 알고 보면 오리지널 텍스트는 아니다. 파시스트 정권의 폭압과 경제 불안으로 고통 받는 1940년대의 이탈리아를 그린 네오리얼리즘의 걸작 ‘자전거 도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이탈리아는 미국으로, 원작의 자전거는 트럭으로 바뀌는 등 현재의 미국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이민자를 연출한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이전에도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바웃 어 보이’를 통해서 다룬 적이 있다. 어바웃 어 보이를 통해 부자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에 있어 남다른 재능이 있음을 증명한 바 있는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이번 이민자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연출함에 있어서도 남다른 재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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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카를로스(데미안 비쉬어)는 정원사로 일한다. 정원의 잡초를 베어내는 정도의 업무라면 좋겠지만 어떨 때는 높디높은 야자나무에도 올라가 일해야 한다. 혹여 실수로 야자나무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산재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위험천만한 업무다.

한술 더 떠 정규직이 아니라 하루하루 일감을 찾아야 하는 날품팔이 정원사다. 아침에 일감을 구하지 못하면 그 날은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어야 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불안정한 삶을 아들에게 물려주길 바라지 않는다. 아들이 학업에 충실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길 바란다. 자신의 날품팔이 인생을 아들에게 물려주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아들 루이스(호세 줄리안)는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에게 돈도 없으면서 왜 자기를 낳았느냐고 말하는 철부지다. 루이스의 여자 친구 가족은 라티노 갱단 패밀리다. 루이스의 친구는 라티노 갱단에 루이스가 입단하길 바란다. 루이스의 여자 친구 역시 이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까딱하면 루이스는 아버지의 염원과는 반대되는 길을 가기 일보직전이다.

카를로스처럼 자신의 고단한 삶을 물려주기를 원하지 않는 아버지의 속사랑은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재일교포인 용길의 아들 도키오는 일본인이 다니는 학교에서 매일 이지메(왕따)를 당한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당장 아들을 재일교포가 다니는 학교에 아들을 전학시켜 줌으로 왕따를 막아줄 테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전학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아버지 용길은 아들이 이지메로 힘들어 하는데도 도키오를 전학시킬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들을 전학시킨다면 당장은 이지메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재일교포가 다니는 학교에 다니면 재일교포라는 아버지의 정체성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물려주길 바라지 않는다. 재일교포라는 정체성을 물려주지 않고 아들이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길 원한다. 아들이 일본인이 된다면 일본 주류 사회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들이 이지메를 당해서 맨날 맞고 멍들어 돌아와도 전학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 게다.

야끼니꾸 드래곤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일교포라는 정체성을 물려주길 원하지 않듯 <이민자>에서 아버지는 불법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아버지에게 물려주길 바라지 않는다.

이민자건 야끼니꾸 드래곤건 아버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들에게 대물림하길 싫어한다. 아들이 주류 집단에 속하길 바란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향한 자신의 바램을 아들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 속으로만 간직한다. 정체성의 대물림을 바리지 않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이민자와 야끼니꾸 드래곤 두 작품의 공통분모다.

박정환 칼럼니스트

박정환 NSP통신 , js7keien@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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