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국내 소상공인 분야 종사자 비중은 28%로 농어업 등의 1차 산업이나 대기업 비중의 몇 배에 달하고 있어 소상공인 분야를 ‘일자리 저수지’라 부르고 있다.
또 최근 각종 통계조사 자료에는 신규 취업자의 절반 정도가 자영업 분야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소상공인 분야는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분야 중 가장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분야인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지 않는 듯한 인상이 짙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일자리를 제대로 지켜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폐업한 자영업자 수가 790만 명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었던 잃어버린 20년 동안 자영업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미국의 4배 OECD평균의 2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자영업자 수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부채수준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고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멀지않은 장래에 이른바 ‘자영업 대란’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커다란 질곡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소상공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조차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소상공인에 대한 연구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고 소상공인 관련 정책이 제대로 수립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상공인 연구개발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 몇 가지를 적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한·중 FTA는 산업별 피해영향조사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영향조사를 하지 못한 채 발효됐다.
국회는 2015년 11월 30일 한·중 FTA를 비준 처리했다. 박근혜 정부가 TV광고까지 동원하면서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결과였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은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으로 인하여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피해와 무역조정의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에 따라 역대 정부는 농·어업 분야에 대한 분야별 피해영향조사를 바탕으로 그동안 직불금 등을 비롯해 수백조원의 예산을 퍼부었다.
2015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대한민국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 체결 후 10년 동안 제조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5만 3964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농수산 분야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겨우 16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하게 된다. 어떻게 단 단위까지 정확수를 유추해 냈는지 정말 방법론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또 놀라운 것은 농수산 분야 감소 160명을 단 단위까지 유추해 냈던 정부의 피해 영향 분석에는 그 어디에도 영세 중소상공인에 대한 일자리 감소 피해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조차 없었다.
이에 주얼리 협회 등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소상공인들이 집회를 열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정부는 산업연구원에 추가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의 보고서는 국회 비준이 끝난 후인 2016년 1월에 발표됐다.
사전이 아닌 사후 영향평가가 된 셈이고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영향조사 없이 한·중 FTA가 발효된 꼴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소상공인에 대한 체계적인 DB의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달리 표현하면 기초자료가 없어 영세한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치명적인 실수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또 산업연구원 보고서에는 ‘한·중 FTA가 2015년 12월말부터 시행됨에 따라 2016년 소상공인 지원 사업이 한·중 FTA와 관련된 사항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후에도 소상공인 피해관련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았다.
한·중 FTA체결 이전 주얼리 협회는 정부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주얼리 산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이 30만 명은 될 것이라고 호소했는데 정부는 고작 3만 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기 때문에 각기 다른 주장을 한 것이다.
산업자체가 워낙 열악해 협회나 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해 정부에 한 마디 하소연도 해보지 못한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한·중 FTA체결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백만 소상공인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인지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소상공인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단체들과 각종 현안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할 때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연구개발 보고서가 없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때가 많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현안해결을 위해 협상 또는 논쟁을 해야 할 상대는 전경련, 은행연합회, 여신전문금융협회, 대기업 연구소 또는 국책 연구소 등이다.
이들 단체에는 수십 명의 석박사급 전문가로 구성된 R&D 인재들이 수시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자신에 유리한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측은 절절한 보고서나 논리 없이 명분만을 내세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떼만 쓰는 집단이라는 오래를 받기 십상이다.
따라서 소상공인의 권익을 적절하게 대변하는 논리나 연구보고서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셋째, 중소기업연구원은 소상공인에 관한 R&D(연구·개발)를 등한시하고 있다.
현재 소상공인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정부지원을 받는 단체는 중소기업연구원이다.
국회 김종민 국회의원 실에 제출된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연구원이 보유한 연구 인력은 약 60여명에 박사 학위 소지자만 해도 30여명에 이르며 매년 수십억 원의 연구 예산이 책정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최근 5년간 작성한 소상공인연구보고서는 고작 7개에 불과하다.
소상공인 관계자들은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런 연구 과제를 결정했는가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안고 있는 현안들의 절박함에 비해 선정된 과제들이 현안과는 괴리가 있고, 보고서 내용도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현실 문제 해소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소상공인 단체들은 재정형편이 열악해 유능한 인력을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개별 단체가 안고 있는 현안이 무엇인지조차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문제해결을 위해 국회나 정부에 어떤 자료를 가지고 어떻게 접촉을 해야 할 지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에, ‘중소기업청장은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수립·시행을 위하여 해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중소기업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동법 제21조 제1항 제11호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성장을 위한 조사 및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에 연구개발을 위한 예산을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소상공인 전체를 아우르는 현안들과 개별단체들이 안고 있는 시급한 현안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소상공인 현안 연구와 관련된 충분한 예산지원을 해야한다.
또 정부는 중소기업연구원에 배정된 소상공인 연구 관련 예산을 소상공인 연합회로 이관해 소상공인들에 대한 R&D과제 선정과 연구에 소상공인들의 필요가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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