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현재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하 한은) 안에 출장소로 입점한 시중은행은 외국계 ‘SC제일은행’뿐이다. 1997년부터 한은에 터를 잡은 SC제일은행을 두고 금융업계에선 “공개입찰을 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에 수익 자체가 크진 않지만 고신용 고객 확보, 신사업 확대,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장기적인 성장에 있어 강점이 커 SC제일은행이 이른바 ‘특혜’를 받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이기 때문에 보안 문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1997년 제일은행 시절부터 한은에 출장소로 자리 잡았다. 당시 SC제일은행 외엔 입점은행이 없었다. SC제일은행이 한은에 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치적 장점 때문이었다.
한은 급여후생팀 관계자는 “당시 한은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은행이 제일은행 본점이었다”며 “그러다보니 이미 한은 직원들이 제일은행 계좌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고 제일은행이 제일 편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자 제일은행 출장소가 한은에 입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SC제일은행은 출장소가 한은 안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한은 직원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수월하다.
한 한은 직원은 “한은에 입사했을 당시 SC제일은행 계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의향을 묻기도 했다”며 “출장소가 한은 안에 있으니 업무 중 쉬는 시간에도 방문할 수 있어 SC제일은행 계좌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급여 계좌는 다양한 은행에서 만들 수 있고 급여 계좌를 직원이 추후 바꿀 수도 있게 돼 있지만 일단 일종의 보험처럼 위치적으로 가까운 곳에 계좌를 보유하는 것을 택한다는 것.
문제는 단순 계좌 신규 발급뿐 아니라 한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화 상품 개발을 통한 신사업 확대,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 ‘급여 계좌 지정’을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 등 파생된 효과가 상당하지만 SC제일은행의 한은 출장소 입점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해당 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이유는 계약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 급여후생팀 관계자는 “SC제일은행 출장소 입점은 수의계약”이라며 “‘정부를 당사자로 하는 법률’을 보면 5000만원 이하의 임대차 계약은 수의계약 조건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 기간은 1년 단위이며 내년 2월에 재계약이 예정돼 있다.
이 관계자는 “한은 출장소 입점이 경쟁입찰로 진행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때문에 지점이나 출장소를 오히려 줄이려 하는 추세인데 한은 출장소는 직원들만 상대하기 때문에 수익도 잘 안나온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가 아닌 바깥에 있는 일반 은행 지점이나 출장소는 직원 외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지만 한은 내부에 있으면 고객층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이 확산되기 전 시절에는 은행에 직접 방문을 해야 하니 가까운 은행에서 급여계좌를 많이 발급받았지만 최근에는 비대면 뱅킹이 편해져 직원들이 평소에 쓰던 계좌를 급여계좌로 지정해 두기 때문에 SC제일은행에서도 급여계좌가 줄고 있다”며 “SC제일은행이 우리(한은) 쪽에 오히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역시 한은 출장소로 유의미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제일은행 시절부터 쭉 한은에 출장소로 있었다”며 “한은 고객 거래로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법원, 병원, 학교과 같은 기관금융은 시중은행 사이에선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손에 들어오는 수익만 보면 한은에 입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를 통해 파생되는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SC제일은행이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진짜 수익이 나지 않았다면 진작에 한은에서 나가겠다고 정부에 항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시금고에 지정이 되면 이 자체가 하나의 ‘신뢰를 높이는’ 광고가 되고 직원들이 자주 방문하거나 거래하는 은행으로 자리잡혀 이를 통해 발생하는 안정적인 거래 수익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여신을 확대할 수 있다”며 “당장의 직원들뿐 아니라 이들의 자녀들도 미래의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관금융은 은행에서 별도의 부서까지 만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한은 출장소가 경쟁입찰로 바뀐다면 은행에선 즉시 ‘한은 출장소 TF’를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중앙은행 내부에 외국계 은행이 입점한 것 자체가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한은 규정상 보안 심사를 다 통과해야 한다”며 “외부인들이 오면 임시 출입증을 발급 받아야 하고 임시 출입증으로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은 과연 국내은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4대 시중은행도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는 상황”이라며 “단지 외국계 은행이라는 이유로 한은에서 나가야 한다고 하면 외국계 은행 차별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추세를 보면 SC제일은행도 한은에서 빠지고 싶은 생각도 들 것 같다”며 “보안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접근을 못하다 보니 한은 직원들만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예전에는 지리적인 위치가 은행 급여 계좌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면 지금은 비대면 뱅킹으로 지리적 우위가 많이 희석돼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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