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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하이얼, 한국시장 진출의 전략적 목적'

NSP통신, 김정태 기자, 2006-06-02 14:17 KRD1
#하이얼 #중국 #LG경제연구원
NSP통신

(DIP통신) =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기업 하이얼이 최근 중국계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내 공중파 TV 광고를 실시하는 등 국내 가전시장에서의 공격적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기업의 급성장과 추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적지않았다. 하지만 제품력 및 브랜드력의 열세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선진시장에서 브랜드 사업을 본격 전개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가전, IT 부문 선진시장에 해당하는 국내시장에 하이얼이 브랜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자, 저가/OEM 사업 중심이라는 그간의 이미지를 깨고 글로벌 기업과의 정면 승부를 시작했다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시장 공중파 TV 광고 개시, 에어컨 등 프리미엄 제품 본격출시 등 일련의 행보 속에 숨은 하이얼의 전략과 예상 파급 효과 및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LCD TV를 내세워 국내 주류시장 입성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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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은 작년 하반기에 최첨단 영상가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중대형 LCD TV를 출시한 데 이어 금년 2월에는 PC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LCD TV의 경우 하이얼이 최근 TV 공중파 광고까지 실시하면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전략품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하이얼의 LCD TV 광고 카피의 핵심 컨셉이‘뛰어난 화질’이라는 점인데, 이러한 광고 컨셉은 하이얼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알려내는 소기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제품의 성능과 품질은 아직까지 국내 대기업 제품에 비해 상당히 뒤쳐질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국내 소비자들로 하여금 하이얼이라는 기업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란 어느 정도 용인 가능한 수준까지는 다소의 과장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이얼 TV를 직접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광고에서 나타난 하이얼의 자신감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화질에 대해서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얼 LCD TV를 판매한 영상가전 전문 사이트와 인터넷 쇼핑몰에올라온 사용기를 살펴보면, 품질에 다소 불안감을 가지고 구매했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저렴한 가격에 비해 화질은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디자인이나 사용 편의성 및 기능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을 낸 소비자들도 화질에 대해서만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LCD TV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이처럼 하이얼의 LCD TV가 성능 및품질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먼저 하이얼을 위시한 중국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폭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한 하이얼의 제품 전략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하이얼은 LCD TV 판매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하이얼의 제품이 단순히 가격만 싼 제품이 아니라 성능도 우수한 제품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얼은 핵심부품을 중국이 아닌 국내에서 조달하여 조립 생산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최근에 옥션을 통해 출시한 42인치 LCDTV의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은 LG Philips LCD를 통해, 튜너는 LG 이노텍을 통해 조달하여 국내에서 생산했다고 한다. 만약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디스플레이 패널은 대만 기업으로부터, 그리고 나머지 핵심부품들도 중국 등지에서 조달하고, 제조도 중국에서 했어야 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에 해당하는 국내부품을 사용하면 제조원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얼은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국내 중소 브랜드 제품보다도 싼 값에 출시하고 있다. 결국 이 대목에서 하이얼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LCDTV 사업에 있어서 손익을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하이얼의 LCD TV는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정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LCD TV를 통해 하이얼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심어준다면 백색가전 등 타제품으로의 사업 확장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얼은 LCD TV 판매가 예상대로 성공을 거둘 경우, 스탠드형 에어컨 등 고가 백색 가전부문으로 제품 영역을 점차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 LCD TV 부문의 성과가 궁극적으로 하이얼의 국내시장 진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공산이 크다.

총 세 번에 걸쳐 국내시장 진입 시도

사실 하이얼의 국내시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이얼은 2002년을 필두로 총 세 번에 걸쳐 국내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첫 번째 시도는 2002년 상반기였다. 이 시기에 하이얼은 국내 대기업과 판매망 상호교환방식을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을 최초로 시도했다. 기본 전략 방향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저가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었다. 하이얼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방식으로 일본시장 진출에 성공했는데, 제휴 상대는 일본의 산요 전기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휴를 시도한 LG전자와 삼성전자로부터 거절당했고,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되었던 SK글로벌과의 제휴도 실패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또한 할인점, 인터넷쇼핑몰, 양판점 등 중국산 제품 도입을 검토하던 기타 유통업체들도 최종 단계에서 도입을 포기함에 따라 하이얼의 본격적인 국내시장 첫 진입 시도는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

당시 하이얼의 국내시장 진출 실패는 2002년 7월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PL)법과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수입업자와 제조업자를 동일하게 보고 있어 제품 결함에 대한 책임을 수입업자들이 고스란이 떠안아야 한다는부담이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중국산 = 저급품’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강해 수입업자 입장에서는 제휴에 따른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하이얼은 자사의 브랜드를 통한 본격적인 한국시장 진입은 미루고 저가 PB 상품을 원하는 국내 유통업체에 OEM으로 공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니치시장 공략을 통해 두 번째 진입 시도

하이얼의 두 번째 시도는 2004년 말에 이루어졌다. 하이얼은 2004년 말 니치제품을 통해 다시금 한국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비록 주류시장이 아닌 니치시장을 겨냥했지만 이 때부터 하이얼은‘하이얼’이라는 브랜드를 한국 소비자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하이얼은 5kg 미만의 미니 세탁기를 출시하였는데, 출시 6개월 만에 월 판매량이 2배로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로 부터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큰 세탁기가 필요 없는싱글족과 소용량 세탁 전용의 세컨드 제품이 필요한 가구를 중심으로 한 잠재 니즈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5kg 미만의 세탁기는 국내 가전기업들이 생산하지 않고 있는 영역이어서 국내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경쟁도 피할수 있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하이얼은 작년 5월, 한국 법인인 하이얼코리아를 설립하여 와인 냉장고와 미니 냉장고 등 니치형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점차 제품군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본다면 니치시장을 공략한 두 번째 시도에서 하이얼은 이미 국내시장 진입의 첫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시장은 선진시장 진출을 위한 Test Market

하이얼이 이처럼 우여곡절을 거치면서까지 국내시장에 진입하게 된 것은 과연 무슨 목적에서일까? 단지 수익 창출 가능성만을 두고 보면 국내가전시장은 하이얼에게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선진국과 동일한 소비 수준을 보이고 있는 까다로운 소비자들과 전체 가전시장의 80% 이상을LG전자와 삼성전자 두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견고한 경쟁 구도 등 어느 하나도 만만한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 창출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국내시장 공략에 드는 비용을 동남아 시장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일 것이다. 동남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중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얼이 국내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단기적인 수익 창출을 넘어서는 전략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향후 선진시장에서의 경쟁 대상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홈 그라운드인 한국시장에서 미리 경쟁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체질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즉 국내시장을 일종의 Test Market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이얼은 2002년부터 중국 내수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글로벌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그 결과 백색가전의 경우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던 비중은 2003년 14%에서 2005년 24%로 급격한 증가세를 시현하는 등 나름대로는 성공을 거두고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해외매출은 주로 OEM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브랜드 사업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화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시장은 Test Market으로 적합한 조건 보유

하이얼이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듯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사업 강화는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이와함께 저가/OEM 중심의 기업이라는 그간의 이미지 탈피도 동시에 필요하다. 그러나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미국, 일본,유럽 등 거대 시장의 경우 이 과제들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제품력이 아직 선진기업과 정면 승부를 할 수준에 도달해 있지 못한 데다가 시장이 넓어 브랜드를 알려내기 위해서는 대규모 비용 투입이 요구되는 등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시장은 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비 수준 및 경쟁 환경 등대부분의 측면에서 선진시장과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시장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아 투입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의 경우 우수한성능의 핵심부품 조달이 용이하기때문에 전략 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부족한 제품력을 보완, 제고하기에도 유리하다. 이렇게 본다면 하이얼이 국내시장에서 브랜드 사업을 강화하는 목적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브랜드 사업 전개에 대비한 Test Market으로의 활용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일차적으로 중소 브랜드에게 적지 않은 타격 예상

궁극적으로 하이얼은 국내시장에서 3대 가전업체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은 LCD TV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를 내세운 LCD TV에서의 성공은 하이얼이 이른바‘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어느 정도 극복함을 의미하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백색가전에서의 선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LCD TV 부문에서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하이얼의 공격적인 LCD TV 시장 공략은 비슷한 경쟁 포지션을 갖추고 있는 국내 중소LCD TV 업체들에게는 작지 않은 타격을 안겨 줄 것으로 판단된다. 2005년 국내 LCD TV 시장에서 중소 브랜드업체들은 1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이얼이 1차적인 목표로 삼고있는 시장이 바로 중소 브랜드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인데, 이 시장만 효과적으로 공략해도 하이얼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얼의 가격 정책도 철저히 중소업체를 겨냥하고 있다. 하이얼은 금년 4월, 월드컵특수를 겨냥하여 42인치 LCD TV를 199만원에 출시하였는데, 이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중소 브랜드 제품보다도 싼 가격에 해당한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핵심부품을 확보하고 있지 못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중소 브랜드업체의 경우, 가격이 아닌 디자인과 부가기능을 통한 차별화로 승부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대형 가전업체들에게도 잠재적 위협으로 작용

반면, 주요 핵심부품을 내재화하고 있고 제품 경쟁력과 함께 브랜드력도 확보하고 있는 국내 대형 가전업체들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하이얼의 공세가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얼이 국내의 주류시장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단기간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브랜드 가전 제품의 메이저유통 채널은 양판점인데, 하이얼이 아직 양판점 유통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하이얼이 국내의 중소 브랜드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백색가전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하이얼이 국내시장에서 10%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하게 될 경우 국내 대기업에게는 단순히 10% 내수시장 상실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하이얼의 국내시장 공략이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전의 성격이라면,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바로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에서의 공세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얼의 입장에서 볼 때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은 시간의 문제이지, 진출 여부는 논할 필요도 없이 명확하다.

따라서 하이얼이 국내시장에서의 성공 체험을 바탕으로 선진시장 진출을 앞당기게 된다면 국내대기업들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품력,브랜드력 등 모든 면에서 하이얼을 압도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하이얼의 국내시장 잠식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LG경제연구원 배수한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