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NSP통신) 김성철 기자 = 광양시 원도심이 레트로 감성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레트로(Retro)’는 추억이나 회상을 뜻하는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로 과거의 감성을 현재에 재현하려는 복고적 흐름을 의미한다. 광
양역사문화관, 인서리공원 등 광양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원도심은 과거의 추억과 현대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곳으로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오래된 것에서 새 가치를 발견하고 재해석하려는 현대적인 흐름 속에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때 광양의 중심지였던 원도심은 시간이 지나며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나지막한 담장들이 긴 세월 어깨를 겯으며 만든 좁은 골목은 미로를 걷는 아늑함과 즐거움을 준다. 기와지붕 아래 정갈한 돌담 너머로는 은사시나무, 동백나무, 감나무 등과 다소 이국적인 종려나무가 고개를 내밀어 낯선 방문자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본다.
저마다 내밀한 이야기를 지닌 한옥이 촘촘히 포개진 고즈넉한 골목의 한가운데 문턱이 없는 열린 복합문화공간 ‘인서리공원’이 있다. 낡은 한옥 14채를 멋스럽게 재생한 이 공간은 전시 공간, 스테이, 카페, 아트숍 등을 아우르며 감성적인 공간으로, 지난해에는 MZ세대를 위한 전남의 핫플레이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원형을 최대한 살린 한옥 스테이는 100년 전통의 ‘다경당’, 아늑함과 감각적인 ‘홰경당’, 모던하고 세련된 ‘예린의 집’ 등으로 구성됐다. 각 숙소는 고택이 주는 고풍스러운 온기를 골목에 뿜어내며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곳에는 예술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공간도 마련됐다. 아트프린트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아트숍 ‘아트앤에디션’, 빈 차고를 다목적 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킨 ‘01’은 전시공간 ‘반창고’와 함께 인서리공원의 얼굴을 맡는다.
폐허에 가까웠던 낡은 집을 작은 미술관으로 꾸민 ‘갑빠오의 집’은 회화, 공예, 조각 등을 넘나들며 장르를 확장하는 아티스트 ‘갑빠오’의 감동적인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옛 양곡창고의 분위기를 닥지닥지 정겹게 붙이고 있는 전시공간 ‘반창고’에서는 ‘유쾌한 봄,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전이 4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시에서는 구상화의 대가 김종학 화백, 행복을 그리는 스페인 작가 ‘에바 앨머슨’을 비롯해 해학적이고 천진난만한 이왈종, 유쾌한 갑빠오 작가의 오브제 등을 만날 수 있다.
인서리공원은 무엇보다 광양예술창고, 광양역사문화관, 서울대학교 남부연습림 관사 등 인근 근대 문화유산을 잇는 문화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울러, 인서리공원을 중심으로 광양예술창고와 광양역사문화관으로 뻗어나가는 ‘아트로드’가 조금씩 그 색채를 드러내며 새로운 아우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
광양예술창고는 60년 된 폐창고를 재생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미디어 영상실과 이경모 아카이브로 구성된 ‘미디어A’, 소통 공간이자 문화 쉼터 역할을 하는 ‘소교동B’로 나뉜다. 내부는 목재 트러스 구조를 그대로 노출해 개방감을 높였으며, 인근 전남도립미술관과 연계해 관람객들의 동선을 확장시킨다.
광양역사문화관(등록문화유산 제444호)은 1943년 일제강점기 전형적인 관공서 양식으로 건립돼 한국전쟁 화재 후 개보수를 거쳐 2층을 증축한 광양군 청사를 재생한 곳이다. 광양의 역사, 4대 산성, 선각국사 도선, 매천 황현, 의병 활동, 전통 건축물 등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전시하고 있어, 광양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에 여행 전 지역의 배경을 이해하거나, 여행 후 경로를 되짚어보기에 적합한 장소다.
서울대학교 남부연습림 관사(등록문화유산 제223호)는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남부연습림 내 직원 관사로 지어진 건축물로 일본식 주택 구조와 독특한 공간 구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건축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김미란 관광과장은 “광양의 원도심에는 광양예술창고, 인서리공원을 비롯해 옛 정취를 그대로 살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 즐비하다”며 “봄으로 가는 길목인 2월, 오래된 골목을 느긋하게 거닐며 무뎌진 감성을 충전하고 광양의 숨은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광양의 원도심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