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교도소 수용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성서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구미시을)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도소 수용자(2014-2024.7)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가 총 4만 4519건 이지만 이 중 217건만 인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다.
이에 강명구 의원은 “살인자도 인권을 주장할 권리는 있지만, 수용자 진정 제도가 수용자들의 놀잇감이 되어 누군가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매우 끔찍한 일이다”며 “수용자들이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유료 서비스를 도입해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1조에 따라 교도소나 구치소 수감자들에게 진정권을 보장하고 인권 침해 주장에 따라 교도관 등 직원을 조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성 있는 규정이 남용되면서 수감자들이 이를 이용해 교도관을 괴롭히고 수감 생활을 편하게 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낮은 인용률이 이러한 진정권 남용 사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실제로 한 수용자는 2년 6개월 동안 396건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하며 가장 많은 진정을 제기한 수용자로 기록됐다. 그러나 단 한 건도 인용되지 않고 모두 기각됐다. 이 수용자는 살인죄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20년 이상 장기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자들이 제기한 정부나 공공기관이 잘못된 행정 판단을 내렸을 때 그 결정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인 ‘행정심판’ 역시 기각률이 매우 높았다. 지난 10년간(2014-2024. 현재) 4개 지방교정청에서 접수된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5273건 이었으나 인용된 건수는 단 14건으로 인용률이 0.3%에 불과했다.
또 공무원에게 자료를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 건수도 10년간 36만 건을 넘어섰다. 이들 청구 중에는 ‘수용자에게 매월 라면을 지급하는 규정’이나 ‘본인이 법무부 장관에게 표창을 받는 방법’, ‘말귀를 못 알아먹는 근무자를 수용동에 근무하게 하는 방법’ 등 황당한 요구뿐만 아니라, ‘교도관들의 가족관계와 집 주소’, ‘직원들의 신분증 사본’ 등 복수를 암시하는 위협적인 요청도 포함됐다.
따라서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들의 ‘불만 창구’로 전락하면서 미국처럼 정보공개 청구에 복사비를 부과하거나 진정과 행정심판과 같은 청구 사건은 변호사를 통해 대리로 진행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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