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박유니 기자 = 경제, 사회, 문화, 과학, 환경, 국제 분야를 대표하는 지식인 36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팬데믹, 기상 재앙, 러·우 전쟁, 경제위기 등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현실을 진단하고 2023년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각종 분야의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작금의 상황은 분야를 망라한 총체적 고찰을 통해서만 제대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들 36인은, 집필위원장 이영한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를 중심으로 한 5인의 집필위원회가 분야별로 수소문하여 섭외한 지식인들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 분야를 대표하는 중견 교수, 새로운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의 공직자, 대중과 열성적으로 소통하는 기업의 대표 등 부지런한 연구와 발표로 올 한 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최고의 전문가들이 한 권의 책을 위해 함께해 주었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중도 성향의 집필진으로 구성된 36인의 전망은 대체로 신중하다. 표피적인 트렌드를 훑으며 단정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을 펼치기보다, 오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맥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각자의 의견을 개진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공통으로 힘주어 말하는 내용이 있으니, 2023년 대한민국은 경제 · 사회 · 과학 · 국제 모든 면에서 다양한 위기에 겹겹이 둘러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집필진은 이를 ‘다중(multi-layered) 위기’로 명명한다. 멀고도 험한 엔데믹의 길, 기상이변 속출, 러·우 전쟁 지속, 패권전쟁 격화, 경제위기 심화 등 2022년부터 시작된 위협들이 2023년에는 더욱 두껍게 쌓이고 서로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이러한 위기는 ‘대인내(Great Endurance) 시대’의 서막에 불과하며 2023년 이후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책의 문체는 어둡지만은 않다. ‘총론: 지속가능발전의 갈림길’, ‘팬데믹 시대: 뉴노멀의 물결’, ‘도시의 미래: 주택 버블과 친환경’, ‘디지털 대전환: 위기에서 피어난 혁신’, ‘글로벌 패권전쟁: 접경지대에 선 대한민국’ 등 5개 파트, 36편의 글을 통해 다중 위기뿐 아니라 다중 기회의 면면도 포착할 수 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의 도전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가 드러낸 ‘제2근대’ 진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데믹이 가족에 남긴 상처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노력을 통한 회복탄력성 강화로 가족의 신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기술혁명과 팬데믹으로 인해 탄생하게 될 15분 도시, 컴팩트시티, 메가시티 등 도시공간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한다. 김한성 한국은행 자문역은 금융위기로 인한 디지털 금융혁신이 금융의 탈중앙화와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영주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미·중 패권경쟁 심화에 따른 외교적 도전 상황에서 4강외교와 북핵외교를 넘어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를 위한 차분한 준비를 강조한다. 책 곳곳에 표시된 석학들의 새로운 좌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2023년에 대한 총체적 방향성과 인사이트를 얻게 될 것이다.
NSP통신 박유니 기자 ynpar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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