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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양의 명탐정

“영화만큼 친근한 연극” 광안역 내 AN아트홀, 부산연극에 활력 (1)

NSP통신, 차연양 기자, 2015-11-25 17:30 KRD3
#AN아트홀 #광안 #부산연극 #부산뮤지컬 #광안역

부산 지하철 2호선 광안역 안에 위치한 AN아트홀, 시민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연극의 ‘친근함’ 어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참신하고 실험적인 작품 선보여

NSP통신-부산 광안 지하철역 5번출구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AN아트홀.광안은 공연장 뿐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출입문을 개방해두고 있다. (플레이 더 부산 제공)
부산 광안 지하철역 5번출구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AN아트홀.광안은 공연장 뿐 아니라 시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출입문을 개방해두고 있다. (플레이 더 부산 제공)

(부산=NSP통신) 차연양 기자 = ‘차연양의 명소 탐방 정복기(차연양의 명탐정)’에서는 영남지역 곳곳의 숨은 명소를 소개하고 그 속에 녹아든 주인공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전한다. 누군가에게는 생업이고 누군가에게는 신념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이기도 한 생생한 현장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만나서 뭐하지?” “연극 어때?”

영화만큼이나 좋은 작품, 훌륭한 배우들이 넘쳐나고 있고 소셜커머스나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연극을 언제든 볼 수 있게 되면서 “만나서 연극 볼래?”라는 말이 전혀 뜬금없지 않게 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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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이나 경성대 주변에서 극단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공연을 홍보하는 모습, 객석이라고 하기에도 영 간소한 소극장의 그곳이 관객들로 가득 찬 모습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까지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공연예술을 활성화하려는 눈물겨운 노고가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연극이나 뮤지컬이 영화만큼이나 쉽고 가벼워지려면 갈 길이 조금은 더 남은 듯 보인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광안역사 안,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AN아트홀(대표 이성문)’은 시민의 발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극의 재미를 알리고 ‘영화만큼이나 친근한 연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 “시민의 가장 가까운 곁에”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AN아트홀의 문

역사 내에 위치한 AN아트홀의 경우 접근성이 매우 좋은 것도 같지만 처음에는 “이런 곳에 공연장이?”라는 편견이 오히려 접근을 더 어렵게 했었다.

“눈길에 걸려도 예사로 보며 지나다니는 탓에 처음에는 찾아오시는 분이 많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형편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AN아트홀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컴퍼니 주식회사 ‘플레이 더 부산’의 김소정 대리에 따르면, 교통공사 측에 위탁을 받아 이 공간을 꾸린 이유는 여전히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연극을 시민들의 좀 더 가까운 곁에 두기 위함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운대나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버스킹 공연이 수두룩하고 남포동 서면 대학로 등 젊은 인구가 많은 부산 곳곳에서 소규모 전시회나 다양한 공연도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부산에서도 수요와 관심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그 범위 또한 음악, 미술, 영상, 연극을 망라하는 등 문화예술분야가 활기를 띠고 있긴 하지만 수요자들은 아직 젊은 층에 쏠려 있다.

AN아트홀은 이런 문화편중현상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남녀노소 ‘누구나’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참신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관객들의 경우 대학로나 시내에 있는 극장과 비교해서 연령층이 다양한 점이 두드러진다.

20~30대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40~50대, 그 이상의 관객들도 눈에 띠게 늘고 있다는 김소정 대리의 말처럼 뛰어난 접근성이 연극 수요층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NSP통신-잠시 아픈 다리를 쉬게 할 수 있는 의자와 공연 정보지, 문화예술관련 자료 등이 비치돼 있어 만남의 장소 혹은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AN아트홀.광안의 로비. 시민들이 좀 더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항상 음악을 틀어두고 목을 축일 수 있는 물도 제공한다. (플레이 더 부산 제공)
잠시 아픈 다리를 쉬게 할 수 있는 의자와 공연 정보지, 문화예술관련 자료 등이 비치돼 있어 ‘만남의 장소’ 혹은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AN아트홀.광안’의 로비. 시민들이 좀 더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항상 음악을 틀어두고 목을 축일 수 있는 물도 제공한다. (플레이 더 부산 제공)

꼭 공연을 보지 않아도 좋다.

언제든 문을 열어놓고 있는 이곳의 직원들은 방문만으로도 반은 이룬 셈이라 여기고 연극공연장이 아닌 지하철 안에 있는 편한 ‘만남의 장소’ 혹은 ‘휴식장소’로 이용해 주길 바라고 있다.

난생처음 멋쩍게 영화관을 찾았던 우리네 부모님들이 이제는 예매권 발권도 쉽게 하게 됐듯 높게 느껴지는 문턱만 넘기면 두 번 세 번째 걸음은 더욱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쉬었다 가고,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목을 축이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나아가 누구나 AN아트홀의 관객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하지만 다정한 전술로 부산의 관객들을 끌어 모은 결과 이제는 주말마다 연타석 매진 홈런도 심심찮게 치고 있다.


◆ 잘 팔릴 것 같은 작품 < ‘실험적인 창작극’

김소정 대리에 의하면 여전히 연극은 특별한 날, 큰맘 먹고 봐야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연인과 함께 보기에 좋은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인기가 많다.

그러나 AN아트홀 광안에서는 소위 ‘잘 팔리는’ 장르보다도 창작극이나 실험적인 작품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 10월 2일부터 AN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복순이할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가 겪었던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랑의 정의를 다시금 짚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봐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NSP통신-뮤지컬 복순이할배 공연 장면. (플레이 더 부산 제공)
뮤지컬 ‘복순이할배’ 공연 장면. (플레이 더 부산 제공)

복순이할배에서 ‘조태수’ 역을 맡았던 극단 아트레볼루션의 배우 정종욱 씨는 “AN아트홀에서 첫 선을 보인 복순이할배가 벌써 6번째 재공연을 할 만큼 성장했다”며 “공연을 보고 갔던 관객들이 부모님을 초대하거나 티켓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석에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이 많이 앉아계신다”고 설명한다.

정 씨는 또한 “서울에 비해 부산이 아직까지는 연극이나 소극장 문화가 시민들에게 깊숙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데 부산이 결코 서울이나 여타 도시보다 문화역량이 떨어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더 좋은 공연을 해나가면서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고도 좋은 공연 보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눈을 반짝인다.

연극 ‘맛의 기억’은 무대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관객과 나눠먹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하필 식사시간 즈음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덕분에 눈과 입, 허기와 웃음을 동시에 만족했다는 평.

NSP통신-연극 맛의 기억 공연 장면. (플레이 더 부산 제공)
연극 ‘맛의 기억’ 공연 장면. (플레이 더 부산 제공)

이처럼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 공연의 최대묘미는 배우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니만큼 관객들의 호응도 매우 중요하지만 AN아트홀은 연극계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배우, 작가, 연출가 등 뮤지컬학과나 연극영화과에서 실력 있는 인재들이 매년 배출되고 있지만 아직도 “예술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배고프다”는 김소정 대리.

옆에서 지켜봐온 결과 예술인이라 자칭하며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하거나 부산 연극판에 남아있거나, 아예 다른 분야로 전향하는 세 가지 부류로 갈리더라고 말한다.

연극을 통해 밥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부산에서의 기회는 참 많지 않은 편이다.

영화관처럼 개체수가 많지도 큰 회사를 등에 업고 있지도 않은 연극장은 하나하나가 예술인들의 기회이자 꿈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AN아트홀은 ‘잘 팔릴 것 같은 작품’ 이외에도 다양하고 참신한 창작극을 선보이며 연극인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공연의 기회를 주는 데 애쓰고 있다.


[차연양의 명탐정] “영화만큼 친근한 연극” 광안역 내 AN아트홀, 부산연극에 활력 (2) 에서 계속.

NSP통신/NSP TV 차연양 기자, chayang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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