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물가상승으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자 대출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한 30대 전세거주자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은은 경제전망보고서 ‘고물가와 고비: 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최근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총 12.8%(연율 3.8%)로 2010년대 평균(연평균 1.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재화 소비의 경우 2021년 3분기를 정점으로 하락 전환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며 전체 민간소비 둔화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산 측면에서 물가상승은 가계가 보유한 자산(부채)의 실질가치를 하락시킴으로써 소비 여력을 제약(확충)하기도 하며 이 영향은 가계의 재무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금융자산을 부채에 비해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령층에서 물가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컸던 경향이 있었다. 반면 청년층은 생애주기상 부채를 많이 보유하는 연령층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거주자의 전세보증금 실질가치가 하락한데 따른 영향으로 물가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전세거주자 등 순명목포지션(NNP)가 높은 가계는 2021년 이후 이어진 높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그간 축적해놓은 저축의 가치를 상당폭 잃게 된 셈”이라며 “해당 가계의 중장기적인 소비여력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중·저연령층 중 차입 등으로 현금흐름 제약이 있는 가계나 노후대비가 부족한 고연령층 등의 취약가계에서는 단기적으로도 소비에 작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은 물가상승 및 이에 대응한 금리상승의 영향을 살펴보면 많은 가계에서 금리상승이 물가상승의 영향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봤다.
한은은 “물가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컸던 고령층은 전반적으로 물가상승의 손해를 보는 대신 금리상승으로는 이득을 보는 계층”이라며 “반대로 주택담보대출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저연령층 자가거주자는 물가상승에 따른 부채가치 하락의 이득을 봤지만 금리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늘어 그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