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고강도 검사를 예고하자 농협금융은 난색을 표했다. 배임사고로 촉발된 고강도 검사가 지배구조 문제로 옮겨붙자 농협금융 및 농협 계열사는 검사 결과를 지켜보겠면서도 갑작스러운 검사 확대에 당황한 기색을 표했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진행될 예정이었던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정기검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검사 주기가 도래한 가운데 수시검사를 위한 인력이 이미 파견돼있어 정기검사로 전환한 것이다.
정기검사는 옛 종합검사 성격을 띠는 검사로 주기마다 사업영역의 전반을 점검한다. 수시검사는 검사반 인력이 4~5명이고 기간은 2주에서 필요시 연장되는 반면 정기검사는 검사인원은 약 35명, 기간은 6주를 기본이라 은행권에서는 “먼지까지 다 털어가는 검사”라며 악명이 높기도 하다.
이처럼 농협금융 등에 대한 검사 강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배임사고에서 촉발된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궁극적으로 농협중앙회의 특수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농협은행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업무를 담당한 한 직원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9억 4733만원 규모의 배임을 일으켜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부터 8월까지 1년간 고객으로부터 2억원을 편취한 돈으로 주식에 투자한 직원, 2022년 신용카드 결제대금 3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전산조작에 가담한 직원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대표 선임 과정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목소리를 낸 것도 금감원이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정기검사의 계기를 제공했다. 이번뿐 아니라 2016년, 2020년에도 신임 중앙회장이 취임하면 농협금융 계열사 임원들이 줄줄이 교체된 바 있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임원선임 등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그룹은 건전한 운영이 필수적이고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인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농협금융의 경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있지만 거꾸로 그 리스크가 명확히 구분되는지는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칫 잘못 운영이 되면 금산분리의 원칙이나 내부통제 관련 합리적인 지배구조법상의 규율·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있다”며 “지배구조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연장선상에서 NH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2년 농협금융지주(금융부문)와 농협경제지주(신용부문)으로 신경분리를 실행했다. 금산분리의 취지이지만 협동조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중앙회가 금융지주·자회사 등에 대해 관리·감독할 권한을 인정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 및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인사개입이 이뤄지고 브랜드 사용료와 배당을 적절한 절차 없이도 가져갈 수 있다는 것 등이 전체적으로 내부통제를 흔든다고 보고 있다.
이번 정기검사에 대해 농협금융 관계자는 “아직 정기검사가 있을 것이란 소식만 들었고 세부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2년에 한 번 하는 정기검사를 이번에 하는 이유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검사 중에 지배구조 부분을 같이 보는 것인데 중앙회에서 금융지주 인사권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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