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지자 차주들이 필요한 돈을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에서 채우고 있다. 3개월새 1조원이 넘게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불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지나친 규제는 차주들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마통, 3개월새 1조 넘게 증가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마이너스통장(이하 마통) 잔액이 38조 81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이후 1조 207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마통은 은행에서 설정한 한도에서 필요한 만큼 수시로 빌려 쓸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최근 마통 금리가 하락하고 주담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차주들이 마통에서 돈을 끌어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도 주택담보대출만으로 집을 살 수 없어서 신용대출, 마통까지 다 끌어다 집을 사는 상황이었는데 최근 주담대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마통 수요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통 금리가 내려가고 안정화됨에 따라 마통 수요를 한층 끌어올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잔액기준 마통 금리는 지난 1월 연 5.88~6.56%, 2월 5.66~6.50%, 3월 5.67~6.46%까지 올랐다가 4월 5.68~6.40%, 5월 5.68~6.39%, 6월 5.58~6.26%로 내려왔다.
신규취급액 기준 마통 금리는 지난 1월 연 5.81~6.02%, 2월 5.21~5.81%, 3월 5.36~5.58%, 4월 5.36~5.58%, 5월 5.07~5.41%, 6월 5.10~5.39%로 하락했다. 지난 2022년말 최고 연 7.28%까지 올랐던 마통 금리가 5%대까지 내려간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경고로 은행권이 연이어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것도 마통을 늘린 요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또 한차례 주담대 고정금리 인상을 결정헀다. 지난 12일과 24일에 이어 다음달 2일에도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이달 2차례 주담대, 전세대출 금리를 0.05%p 올렸고 NH농협은행도 대면 주담대 금리를 0.2%p 인상했다. KB국민은행도 이달 2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하나은행도 이달 초 금리를 올렸다.
◆ 은행권 “이자에 이자 붙는 구조…섣부른 규제는 위험”
이같은 마통 급증세에 은행권은 이자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마통의 실제 대출금액과 관련 없이 ‘대출 환도’에 따라 서류상 대출금액이 잡히기 때문에 대출금을 사용하지 않아도 신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 또 마통 금리는 ‘역 복리 방식’, 즉 원금에서 발생한 이자가 다시 원금에 더해지는 방식으로 붙기 때문에 연체가 많아지면 이자가 불어난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통계에서 마통이 한도 약정액이 아니라 대출 잔액만 집계되는 터라 실제 대출 규모가 가려져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선 이 부분을 정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통의 경우 규제를 하게 된다면 신용등급 기준을 더 높이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차주들이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들어 제2금융, 제3금융으로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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