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①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EU서 中 디리스킹 업고 실익 찾나(서울=NSP통신) 최정화 기자 =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 격화 및 중러 결속 등으로 대외 경제 불안 요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EU 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터리사업이 통상 리스크를 해소하고 미국과 유럽(EU)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주>
국내 배터리 기업이 EU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보다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EU는 최근 EU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라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과 강제노동제품 판매금지 규정(FLR)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역내 핵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을 본격 가동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4일 오전 한진빌딩 법무법인 광장에서 열린 ‘EU 배터리 정책 기업 활용 세미나’에서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태성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중국 배터리기업의 유럽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EU는 (중국)배터리산업 육성과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 대응을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ESG 경쟁력에 있어 중국 기업 보다 우위에 있고 선진 유럽시장의 엄격한 환경, 인권, 노동 기준은 중국 기업에 엄청난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국내 배터리 기업이 폴란드와 헝가리에 투자해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고, BMW와 폭스바켄, 스텔란티스와 같은 유럽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점도 큰 강점으로 봤다.
그러면서 “EU 배터리 관련 규범을 잘 알고, 이에 대응할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면 EU 배터리 규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발판과 성장의 스프링보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또 “탄소발자국과 공급망 실사, 배터리 패스포트 등 다양한 배터리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통상 전문인력 양성과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라며 “EU 규제는 탄소량 배출규제와 라이프 싸이클 규제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공급망 전체의 대응역량 제고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 배터리 규정은 오는 8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CE 마크 부착을 시작으로 탄소발자국과 위험물질 제한, 폐배터리 수거 의무화 등 주요 요건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될 방침이다. 지난 2월 법안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던 EU 공급망 실사도 지난달 이사회 공식 승인 후 이달 14일 발효될 예정이다.
한편 같은 날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도 ‘EU의회 선거 관련 정당 그룹별 주요 공약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배터리 기업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그린딜 추진에 대한 농민 반발이 심해 의회 선거 결과에도 보수적 색채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집행위원회와 의회가 농민과 기업 부담을 고려해 그린딜 속도를 조절하고, 중국 디리스킹 전략을 추진해 역내 핵심 산업을 보호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종욱 무협 브뤼셀지부장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EU 역내에 생산기지가 있고 생산도 하고 있어서 이미 EU내 기업이나 마찬가지라 다른 나라 회사라고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라며 “배터리법 자체가 이제 막 만들어지고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여 지부장은 또 “중국 디리스킹 정책이 본격 시행될 전망이라 한국은 EU와의 우방국 지위를 공고히 다져 EU 시장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EU 배터리 규정 준비 어떻게?
EU 배터리 규정 본격 시행일이 두 달 남짓한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대응 현황을 살펴봤다.
오는 8월 18일 가장 먼저 시행되는 CE(유럽품질인증) 마크 부착과 관련해 SK온은 ‘위험물질제한’ 조항에 대한 적합성 선언 후 CE 마킹을 획득하고 부착할 예정이다.
2026년 2월 시행 예정인 탄소발자국 인증을 가장 먼저 획득한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지난해 6월 영국 정부 인증기관인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4.8Ah(암페어아워) 원통형 배터리 셀과 49.5Ah 각형 배터리 모듈에 대한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LG엔솔 관계자는 EU 배터리 규정에 대해 “시행에 맞춰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도 “각 항목별로 적용시기가 다른 만큼 대응방안 수립해 단계적으로 잘 실행하겠다”고 답했다. SK온 측은 “8월 이후 적용 시점 별 의무 적용되는 조항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대응 및 이행을 통해 EU 시장 내 당사 배터리의 원활한 공급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EU 배터리 시장, 5년 후 60조원대로 급성장
유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 ESS 시장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전략지역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럽 배터리 시장은 올 연말 3억4000만달러(약 4680억원)에서 2029년에는 438억4000만달러(60조3545억원)로 5년간 연평균 13.4%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장 상황에 발맞춰 K-배터리 3사의 유럽 공략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LG엔솔은 지난 2016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18년 가동해 운영 중이다. 생산능력은 90GWh까지 확대 예정이다. LG엔솔 관계자는 “단기적인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에서 차세대 각형 배터리 P6를 생산하면서 현대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헝가리 공장은 연간 40GWh 안팎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SK온은 올 하반기 이후 고객사 신차 출시 계획에 따른 고객 선택지 확대로 배터리 수요 촉진을 기대하고 있다. 고객사 재고 조정 완료에 따른 출하량 증가 예상된다. SK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EV수요 회복 지연에 대비한 글로벌 사이트 라인 운영 효율화 및 관리 수준 강화를 통한 비용구조의 선제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원가 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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