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역대 최장 기간 금리를 동결했다. 여전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함에 따라 기준금리가 1년 4개월째 3.5%로 묶였다.
23일 한은 금통위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이후 11차례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한은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이 우선 거론된다. 지난 4월 미국의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둔화됨에 따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최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사록은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2%p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여기서 금리차가 더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을 다시 끌어올리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잡히지 않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가계부채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까지 떨어지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환율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도 143.68로 2022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에서 실시한 채권시장지표 관련 설문조사에서 설문응답자의 98%가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금투협은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높은 목표 수준(2%)을 상회하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기준금리를 붙잡았다. 전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2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했으나 지난 4월 4조 1000억원 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잔액은 1103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반기 인하 가능할까…한은, 금리인하시 ‘부동산 쏠림’ 우려 비춰
이에 따라 올 하반기 기준금리의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글로벌 IB사를 비롯해 시장 참여자들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올 10월로 지목하기도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에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시에도 구조조정을 이어가야 하고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은은 해당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재차 집중되지 않고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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