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산업은행 안 엘리베이터에는 “부장님, 실장님, 지점장님 죄송합니다. 부산 이전 관련 회유와 설득 듣지 않겠습니다 속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담긴 종이가 벽에 붙어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한 어떠한 말에도 귀를 막겠다는 직원들의 마음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에겐 ‘불통 회장’이라 부르며 소통의 부재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던 직원들이 오히려 임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강 회장과 직원들의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20일 강 회장은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전 공공기관 지정 진행 과정에서 노사 소통 부재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열심히는 했으나 능력이 안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는 산은의 회장으로서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본점 이전 추진을 가지고 직원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를 실현할까, 산은의 재도약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이같은 방향으로 직원들과 이야기를 굉장히 나누고 싶다”며 “그렇지만 직원들은 ‘부산에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대화 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강 회장과 직원들은 산은 부산이전 논의에 대해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이 갈등이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 회장은 “제가 직원들과 ‘산은이 부산에 가지 않는다’는 옵션을 갖고 토론을 하기에는 제가 그러한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제가 가진 한계 내에서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는 하지만 ‘부산에 안 간다는 소리를 안 하면 안 만나겠다’는 논의가 계속되면 노사간에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애초에 부산 이전 미션을 강 회장이 받았을 때부터, 정부에서 이같은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노사 협의가 있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1년간 강 회장의 행보가 ‘소통 노력’과는 거리가 멀었다고도 지적했다.
산은 노조는 “강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격의없는 소통과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을 약속했지만 부산 이전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사내 게시판 글들을 검열하고 삭제하며 소통을 불통을 바꿔놨다”고 밝혔다.
이어 “산은법 개정에 대한 국회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막무가내로 이전준비단을 구성하고 직원들을 피해 외부 호텔에 숨어서 산은을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 신청하는 안건을 의결해 갈등과 불신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강 회장이 본점 이전이라는 전제를 내려놓고 진정한 소통의 자세를 보인다면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내년 강 회장 취임 2주년 행사는 축복과 화합 속에서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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