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많은 시청자들이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의 결말에 대해 ‘허망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혹자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식 결말이라며 허탈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 최민식은 자신이 맡은 ‘차무식’이라는 주인공의 마지막에 대해 “‘느닷없는 죽음’은 가장 차무식스러운 결말”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삼청동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카페에서 배우 최민식은 NSP통신과 만나 드라마 ‘카지노’ 후기를 허심탄회하게 말하며 차무식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카지노’를 본 사람들은 극악무도한 ‘차무식’이라는 인물을 자기도 모르게 어느샌가 응원하게 된다. 최민식이 말하는 차무식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힘’은 ‘평범함’이다.
차무식이 한국에서 엄마가 담은 김치의 간을 보고 아내와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장면은 최민식이 꼽은 ‘카지노’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다.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가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일을 하냐에 따라 인생이 이렇게 기구하게 흘러갈 수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
그는 “차무식은 한 엄마의 아들이자 또 어떤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버지”라며 “카지노라는 정글에서 벗어나면 한국에서 엄마가 만들어주는 김치를 맛보고 차려주는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차무식은 정관계 인사들을 수하에 두고 10년만에 700억을 벌고 허세를 부리지만 결국에는 그냥 한국의 평범한 아저씨다. 그런 인간이 저렇게 조악한 인생을 살다가 그냥 떨어지는 꽃잎처럼 죽어가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차무식은 빌런(악당)이지만 베트맨에 나오는 조커같은 인물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초들의 로망이 가득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뭘 보여주려고 하냐, 이에 대한 대답은 ‘불나방들이 모여들어 다 타죽는 얘기’”라며 “화무십일홍, 그 자체”라고 말했다.
‘카지노’의 처음과 끝엔 ‘화무십일홍’이 자리한다. 화무십일홍은 ‘열흘 내내 붉은 꽃은 없다’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찰나’를 표현한다. 권력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차무식의 인생은 가장 아끼던 동생이 쏜 총알 한 방으로 느닷없이 끝나버린다. 말 그대로 화무십일홍의 인생이다.
최민식은 “욕망을 쫓던 인간이 느닷없이 죽어버리는 허무함, 그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세상에 멋있는 엔딩을 가진 영화들은 많다. 폼나게 그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볼 때 결국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화무십일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차무식이 가장 애정하는 정팔에게 목숨을 잃었다”며 “차무식에겐 자식같은 사람, 아픈 손가락인 정팔이 차무식에게 배신을 당해야 그의 인생이 더 허무해진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참여한 최민식이 ‘카지노’를 선택한 이유는 긴 호흡을 갖고 가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었다.
그는 “영화 ‘원스 어폰 어타임 인 어메리카’, ‘대부’와 같은 영화를 보면서 3~4시간짜리 영화, 방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젠 한국에서 만든 작품도 전 세계에서 존재감이 알려졌으니 긴 호흡을 갖고 가는 드라마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이 작품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인물의 서사를 길게 한번 해 보는 것에 끌렸다”며 “초고를 보고 뭘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지 그 의도가 보였다. 쉽진 않겠지만 꼼꼼하게 한국형 드라마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카지노’와 같은 방대한 이야기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그간 영화 ‘남한산성’이나 대하드라마와 같은 묵직하고 긴 작품들이 등장했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진 못했다. 방대하고 긴 ‘명작’을 열망하는 그는 앞으로 한국 영화 혹은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결국은 이야기 자체에 달렸다”고 말한다.
최민식은 “참 어려운 문제”라며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작품을 두고 대중의 취향을 따라가는게 옳은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서 대중을 끌고 오는게 맞냐는 고민을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중들의 입맛은 변동이 심하고 트렌드는 오래 가지 않는다”며 “내가 하는 작업, 감독과 배우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면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 소통을 함으로써 오락, 사회비판,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 등 여러 가지로 뻗어간다. 결국 우리는 이 이야기를 만드는 것 자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결론에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뭘 좋아할지 생각해서 던져주는 것보다 우리가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었을 때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며 “웰메이드란 어떤 장르가 됐든지 우리가 잘 만들어서 대중에게 보여드리면 공감하고 화제가 되고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호러가 됐든 멜로든 사회 비판적인 영화가 됐든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에 취해서 이야기를 영글게 만들어 관객들 앞에 나아가야 한다는 제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