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입후보 선거 단골 공약인 예금보험료율(이하 예보료율)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장, 예금보험공사, 저축은행 업계 등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아직 저축은행 사태에 투입됐던 특별계정도 마이너스인데다 예보료 측정 구조상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 게다가 최근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제 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인 오화경 현 회장도 예보료율 인하에 대한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1년이 넘는 임기 동안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예보료는 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지급불능 사태에 이르게 됐을 때를 대비해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에게 걷는 법정 부담금이다.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예보료율 인하’는 1순위 공약으로 내걸렸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번 제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인 오화경 회장 역시 사상 최초 민간 저축은행 출신으로 예보료 인하에 대한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국회 정무위원회는 물론 중앙회 내부에서도, 예보 실무자들과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예보료율 인하는 안 되는 일”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재 예보료율은 시중은행 0.08%, 보험·증권 0.15%, 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0.2%로 설정돼 있다. 저축은행은 이보다 상당히 높은 0.4%다. 2011년 저축은행사태로 인해 저축은행 예보료는 기존 0.15%에서 0.4%로 오른 뒤 지금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 회장은 지난해 5월 예보료율 인하를 위한 내부 테스크포스(TF)를 꾸렸으며 최근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과 저축은행 대표들의 소통 자리를 만들고 예보료율 개선을 포함한 업계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같은 오 회장의 활동에도 정무위와 업계, 저축은행중앙회 내부에서도 “사실 예보료율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혜련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미 SVB사태 이후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등 유럽으로도 금융불안이 확산된 상황에서 국회에선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나온다”며 “저축은행 예보료율은 예보료율의 구조적인 문제와 이같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의논해야 할 문제이지 당장 인하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불안이 해소되고 예보료율을 둘러싼 업계의 이해관계가 모두 맞아떨어지지 않는 한 저축은행의 예보료율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오 회장의 예보료율 인하를 위한 움직임에 대해 “퍼포먼스일 뿐”이라며 “현재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라 오히려 예보료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이러한 분위기에 예보료율 인하는 사실상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와 관련해 미 바이든 정부에서 예금자보호한도를 기존 약 3억원에서 더 늘리라고 압박했고 이후 국내에서도 23년째 5000만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보료율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과학’”이라며 “특별계정도 아직 다 안 채워졌고 타 업권에서도 특별계정에 넣어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사태로 인해 마련된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에 저축은행은 예보료의 100%, 타 업권은 예보료의 45%를 넣고 있는 상황인데다 이마저도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예보 금융안정기획부 관계자도 “저축은행 예보료율 인하는 특별계정 때문에 쉽지 않다”며 “워낙 특별계정 규모가 크고 아직도 마이너스인 상태라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화경 회장은 “새마을금고, 신협도 예보료율이 0.2% 이내인데 0.4%를 내는 곳은 저축은행 뿐”이라며 “이 비율은 결국 어려운 서민 차주와 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이어지는 질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보료율은 기금 목표와 업계 리스크 모형에 따라 기본적으로 결정이 되는데 과거의 부실사태로 인해 추가적으로 모으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라며 “목표 기금이 문제라면 달성 기간을 길게 잡고 예보료율을 낮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역시 저축은행 업계의 숙원 사업인 예보료율 인하를 주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같은 상황을 통해 짚어보면 저축은행의 예보료율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잠재워지고 복잡하게 얽힌 업계를 설득해 예보료율을 인하할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을 만들어야 하는 등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짊어지게 될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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