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연재도용복 ‘살아있으라 사랑하라’(3)
이란 ‘사막의 오아시스’[부산=NSP통신] 강혜진 인턴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으로 넘어가는 비행기에서 지도를 살펴보다 무심히 창밖을 내려다보니 끝없는 모래파도와 눈 덮힌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만든 사막의 광경은 보드라운 실크를 바닥에 깔아놓은 듯도 하고, 잔잔하게 물결치는 호수 같기도 하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첫 인상은 아주 산뜻하다. 비행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핵문제로 반미 열기가 이란을 덮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낌새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나이든 여자들은 검은 차도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쌌지만 젊은 여성들은 스카프로 머리만 둘렀다.
어떤 지명의 유래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점이 많다. 광주의 금남로처럼 역사적인 인물의 호를 따오는 경우도 있고 부산의 광복동처럼 조국의 광복을 기리는 역사적인 유래도 있다.
IT 중심지로 명성이 높은 서울의 테헤란로는 우리나라가 이란의 테헤란 시와 자매결연한 것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가 석유파동을 겪고 있을 때 산유국이던 이란의 테헤란 시와 자매결연 했던 적이 있다.
수교는 그보다 훨씬 빠른 1962년 맺어졌지만, 중동국가 중에는 이란이 제일 처음이다. 이란은 1980년대의 이란-이라크 전쟁을 비롯해서 최근의 핵문제까지 중동전에서 언제나 핵심에 있는 나라다.
그래서 전쟁의 피폐함을 안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 모르나 직접 가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야말로 사막 위의 오아시스가 따로 없다. 그것도 인공적으로 만든 거대한 오아시스라 더욱 놀랍다.
개방적인 테헤란 교통문화는 최악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아주 분주하고 역동적이다. 도시야경도 아주 화려하다. 중심가의 한 대형 상점가에는 이슬람 전통복장을 벗어 버린 젊은이들이 간편한 차림으로 쇼핑을 즐기는 것이 여느 서방사회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청바지도 디자인이 다양하고 의상 또한 검은색 일색을 탈피하고 있다. 상가의 꽃집에 진열된 꽃들도 도시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하고 가판대에는 인기 연예인들의 소식지가 진열되어 있다.
이슬람 사회가 대개 엄격하고 보수적이지만 그래도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나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서 개방적인 편이다. 저녁 퇴근 무렵은 도심은 상당히 혼잡하다. 이란은 산유국인 탓에 휘발유 값이 저렴하니 자동차 천국이다.
하지만 운전문화는 최악이라 출퇴근 시간대의 도로는 교통지옥이다. 건널목이 있으나 지키는 사람이 없고 교통경찰관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성들조차 무서운 속도로 끼어들기를 하며 아무데서나 중앙선을 넘어 유턴하고 심지어는 역주행도 종종 일어난다. 중앙선이 없는 곳도 많다.
이란 사람들이 주로 믿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종교행사인"아슈라"축제는 이슬람 달력으로 '무하람 달'에 열린다.
이 날은 680년 당시 시아파 지도자였던 후세인이 이라크 수니파 사람들과 싸우다가 전사한 것을 기념한 날로 시아파 사람들은 그 고통을 함께 한다는 뜻에서 철칼로 자신의 가슴과 등을 때리며 피가 날 때까지 스스로에게 가혹한 벌을 내린다. 무하람 기간에는 결혼식 같은 축하행사는 하지 않으며 전통음악을 연주한다는 식당에서도 공연을 볼 수 없다.
이스파한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고도
이란은 국토의 절반이 산악지대인 나라다. 그 중에서도 중부지방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지대인데 그 중심에 옛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이스파한 시가 있다.
1700년대 말까지 이스파한은 이란의 수도였고 그 당시 나라이름은 사파비 민족이름은 페르시아였다. 중앙도로를 끼고 양쪽 인도에는 나무를 많이 가꾸어 유럽에 가까운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비가 가장 많이 오는 1월의 강수량이 우리나라 하룻저녁 촉촉이 내리는 20밀리미터에도 못 미치고 여름과 가을엔 그나마도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파한은 물의 도시다. 자그로스 산맥의 눈 녹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며 자얀데 강을 만들어 아름다운 이 도시를 동서로 관통한다. 이스파한에는 페르시아 건축의 백미, 이맘모스크를 비롯해 수많은 모스크와 화려한 왕궁, 아르메니안 교회, 이슬람 학교 등 찬란한 유적들이 줄을 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걸작은 이란이 자랑하는 이맘 호메이니 광장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시오세 폴이다.
이맘 호메이니 광장은 일찍이 16세기에 조성되어 지금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거쳐 가는 명소다. 주변의 화단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도심에 이런 크기의 광장이 있기로는 중국의 천안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라고 한다.
해 지고 어둠이 내리자 광장은 더욱 화려해지고 페르시아 고유의 푸르스름한 타일도 달빛과 조명 속에 멋지게 빛난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식으면서 거리에는 하나둘 사람도 늘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소녀처럼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먹는 여성들도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자얀데 강변은 피서 나온 시민들로 운치를 더한다. 16세기에 지어진 시오세 폴 다리는 길이 160미터에 33개의 아치가 놓인 우아한 2층 돌다리다. 안에서는 쓸쓸하게 피리 부는 거리악사의 선율도 물결치고 다리 아래 자리잡은 ‘차이쿤네’라 부르는 찻집은 차 마시며 물담배 피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시오세 폴 다리는 유람의 정취를 즐길 수 있도록 차는 다니지 않고 사람만 통행할 수 있다. 해질녘이 되면 수많은 이스파한 시민들이 이곳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저녁 한때를 보낸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 이스파한은 세상의 절반이라는 뜻을 지녔다. 옛 왕국의 수도로서 아주 번창했기에 곧 세상의 절반과 같다는 이 도시 사람들의 자부심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촬영/편집 = 진종훈기자 jin0412@nspna.com
강혜진 NSP통신 인턴기자, hjkang0710@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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