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광용 기자 = KDB산업은행 조사분석부는 은퇴시점까지 축적한 은퇴자산의 미래 투자성과 및 은퇴시점 이후 기대수명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보고서를 ‘산은조사월보’ 2월호에 발표했다.
보고서는 보험수리적 모델을 통해 한국 가계의 은퇴준비 정도를 ‘파산가능성(probability of ruin)’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보다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국가 중 최하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고령화는 저출산과 더불어 심각한 사회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에 따라 2060년경이면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8명을 부양해야 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평균수명은 연장되고 있으나 고용불안 등으로 정년은 빨리 다가오는 현실에서 한국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평균 4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은퇴 이후의 여생을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다.
또한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를 넘어서고 있어 은퇴 후 자산처분 과정에서 유동성 제약 및 자산가격 폭락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은퇴 후 소비지출 수준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금액이 은퇴자산을 초과할 확률을 ‘파산가능성(probability of ruin)’으로 정의하고, 보험수리적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이다.
은퇴시점까지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은퇴 이후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경우 미래의 소비지출 수준이 높을수록, 투자성과가 저조할수록, 투자위험이 클수록, 미래 기대여명이 길수록 파산가능성은 높아진다.
은퇴연령을 55세로 가정하고, 은퇴자산을 모두 채권에 투자(투자수익률평균=5.13%, 변동성=0.36%)하는 보수적 자산배분 전략 수립 시 은퇴 후 파산가능성을 10% 이하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소비지출 금액(연간)이 은퇴자산의 2.75% 이내여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베이비부머(1958~1963년 출생)의 순자산(2억 9633만원) 감안 시 2.75%의 소비수준은 연간 815만원에 불과해 현재의 소비지출 수준(연평균 3400만원)은 감당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현 소비지출 수준을 은퇴 후 매년 유지하려고 할 경우 파산가능성은 85%를 초과했으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의해 은퇴 전 소득의 40%가 연금 등으로 수령 가능하다고 가정한 경우에도 파산가능성은 41.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55세에 은퇴하는 남성의 기대여명, 은퇴 후 소비수준 (은퇴자산 대비 2% 가정)을 상정해 분석한 결과 은퇴자산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100% 투자하는 경우의 파산가능성은 17.3%로 분석된 반면, 채권에 100% 투자하는 보수적 자산배분으로 변경 시 파산가능성은 3.8%로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돼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자산배분이 필요하다는 투자업계의 정설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보수적 자산배분은 오히려 파산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권에 100% 투자하는 대신 위험자산인 주식에 일정부분 투자하는 전략(주식:채권=20:80)으로 변경하는 경우 파산가능성은 3.8%에서 3.1%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개별 은퇴자의 건강상태, 자산상황, 소비여력, 리스크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차별화된 자산배분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차원에서는 다양한 노후준비 상품(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에 일찍 가입하여 은퇴 후 소득대체율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에서는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을 중장기적으로 금융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의 가입조건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유인체계를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광용 NSP통신 기자, ispyon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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