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국민들은 법률상 부패행위가 아닌 공직자의 소극적 업무처리·근무태만·불친절에 대해 부패행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호윤 국민권익위 서울종합민원소장은 “기존에는 국민들이 뇌물수수, 횡령 등을 부패행위로 인식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공직자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불친절·불성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한남용과 사적인 일탈행위까지 부패행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공직자의 몸가짐을 바로하고 반부패 제도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에 신고 된 공직자 부패행위 분석 결과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이하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접수된 부패신고 중 ‘부패방지권익위법’이 정하는 부패행위 등에 해당되지 않아 소관기관으로 안내·송부하거나 자체 종결한 3239건을 대상으로 부패행위에 대한 국민인식을 분석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또는 법령을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 등을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부패방지권익위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부패신고 중 ▲신고내용이 명백히 허위인 경우 ▲진정성 민원 등 부패행위 또는 행동강령 위반행위가 아닌 경우 ▲감사원이 이미 감사했거나 수사·재판의 옳고 그름에 관한 사항 ▲언론매체에 의해 이미 공개된 사항 등에 해당할 경우, 감독․수사 기관 등에 조사를 의뢰하지 않고 소관 기관으로 송부하거나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관 기관으로 송부하거나 자체 종결한 부패신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의 업무처리 절차·결과에 대한 불만 또는 진정성 민원이 29%(938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단순 의혹 제기와 공직자가 아닌 사람의 행위 등이 각각 15.4%(500건), 근무태만 등 복무 관련 신고가 12.5%(405건), 수사·재판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가 11.1%(360건)로 나타났다. 각 유형별 신고내용을 살펴보면, 진정성 민원의 경우 ‘도로에 방치된 물건을 치워 달라고 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 치우지 않고 있다’는 신고와 같이 공직자의 소극적 업무처리도 국민들은 부패행위로 인식했다.
특히 불친절·성실의무 위반·품위유지의무 위반 등 공직자들의 복무행태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부패행위와 동일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복무 관련 신고의 유형별 통계
예를 들어, 여성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속적으로 게시한 공무원을 중징계 해달라는 신고가 있었다.
또 ○○시 공무원이 해당 관내에서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한 직후 골프를 즐긴 사실을 신고하기도 했다.
이 밖에 상급자의 폭언·욕설·회식참석 강요, 과도한 업무 부과와 같이 우월적 지위에서 행하는 소위 ‘갑질’을 부패행위로 인식하고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공무원이 빌려간 돈을 갚지 않고 있으니 처벌해 달라’는 등 공직자의 개인적 채무관계나 각종 체육협회·보훈·복지단체, 마을이장 등과 같이 법률상 공공기관이나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 단체 또는 개인의 행위에 대한 신고도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검·경의 수사 또는 법원의 재판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신고도 360건이 접수돼 검찰옴부즈만 등과 같이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들의 고충을 들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민권익위는 이 같이 법률상 부패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나 근무태만과 같이 복무의무 위반 등에 해당하는 경우, 신고자의 동의를 얻어 관련기관에 전달하고 조사·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고충민원으로 처리 가능한 경우에는 국민권익위 내 고충처리 담당부서가 이를 처리하고 있고 부패행위인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신고 사건의 경우에도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공공기관에 넘겨 신고내용을 소관기관에서 직접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NSP통신/NSP TV 강은태 기자, keepwatc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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