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NSP통신) 염공료 기자 = 계절은 참으로 속일 수 없이 절기에 맞추어 잘 지나간다. 용광로 같았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니 햇볕이 강하게 내리쪼인다. 열매가 튼실하게 익어 가려면 낮에는 뜨거운 태양열을 맞아야 하고 밤에는 서늘하게 그 열기를 식혀 주어야 한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름 없이 지나야 좋은 결과가 오듯이 수덕사의 얽힌 역사도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차가웠다.
고려 시대에 지어진 목조건물 중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서울, 경기, 충청, 호남지역 중에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수덕사는 대웅전으로 가기 전에 4개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 문이 원문이다. 원문에서 매표를 하고 큰 나무 숲길을 걸어 올라가면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금강문이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사천왕문이 있다. 사천왕문을 지나 황하정루를 지나 다시 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대웅전의 널은 경내 마당이 보인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가기 전 왼편으로 보면 고암 이응노 화백이 나혜석을 자주 만났다던 수덕여관이 보인다.
나혜석이 1944년 이곳을 떠난 뒤에도 수덕사의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이곳을 사들여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파리로 유학을 떠난 후에 부인이 여관을 운영하였는데 동백림 사건으로 귀국하여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 후 다시 파리로 돌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사연이 있는 곳이다. 그는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수덕여관 옆에는 2010년 3월, 불교 최초의 미술관이 세워졌는데 고암 이응로 화백의 작품 15점과 습작 50점이 전시되어 있다.
수덕사의 세월만큼이나 수덕사에 오르는 길목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많다.
수많은 세월의 혼란 속에서 굳건히 버티며 수덕사를 지쳐온 나무들에게 그간의 역사라도 묻고 싶을 정도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대웅전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시름이 사라지는 것 같다.
나무 그늘에 앉아 바라보는 소박해 보이는 대웅전은 국보 49호로 지정되었다. 백제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연화문 와당, 맞배지붕의 겹처마의 건축물은 수덕사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대웅전 앞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삼층 석탑이 있으며 그 모습이 작지만 듬직한 장수의 모습처럼 우뚝 서 있다.
대웅전을 지나 관음전 뒤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오르면 벽초 스님의 1080 돌 계단이 나오고 더 올라가면 관음보살 입상과 정혜사(능인선원)이 나온다. 이 모든 것을 둘러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꼭 한번 올라가 봐야 하는 곳이다.
벽초 스님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 선원이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무더운 날에 경내를 둘러보고 마당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부드러운 산세 사이에 자리 잡은 예산의 풍경이 보인다.
산 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가까우면서도 쉽게 찾아오지 못했던 수덕사를 하필이면 무더운 날에 찾아왔을까 올라오면서 후회를 했지만 풍경을 보는 순간 후회는 사라졌다.
몽글몽글 안개가 피어 오르 듯 뭉쳐 있는 소나무의 모습과 충청도 특유의 부드러움을 느끼게 하는 산세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면서 문뜩 단풍 든 가을의 모습이 몹시 궁금해진다.
수덕사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 산천리 덕숭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65세 이상은 무료이다.
NSP통신/NSP TV 염공료 기자, ygr632@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