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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볼까

제주여행, 역사와 함께한 안개 자욱한 '관음사'

NSP통신,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2015-05-09 10:49 KRD3
#제주여행 #제주 4.3사건 #관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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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NSP통신)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 제주도를 수 차례 여행을 했지만 그 때 마다 찾아간 곳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거나 관광지로 이름이 난 곳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제주의 날씨가 좋지 않아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관음사를 찾아갔다.

제주도는 날씨의 변화가 심해 날씨가 좋다가도 다음날이면 흐리거나 비가 내릴 때가 많다. 비가 내린 후 안개가 자욱한 관음사의 사진을 본 다음부터 제주도 여행에서 관음사를 다녀오는 것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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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많이 내리더니 다음날은 이슬비가 내리면서 안개가 잔뜩 끼었다. 안개 낀 한라산 중턱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3m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겨우 도착한 관음사는 완전히 안개에 휩싸여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차장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일주문을 찾아 들어서니 역시 멋진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날씨가 맑은 날이라면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산속의 사찰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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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안개 자욱한 관음사의 멋진 풍경에 푹 빠져 있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곳은 제주 4.3사건의 요충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안개 낀 모습이 멋스럽게만 보이지 않았다.

제주 4.3사건(당시는 대한민국 정부 이전 미군사정부시대임)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 3일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4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됐던 사건을 말한다.

30년 전 김석범의 장편소설 ‘화산도(火山島) 읽으면서 관심을 가졌던 제주 4.3사건은 기억 속에 희미하게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관음사 주위에서 4.3사건 당시 사용됐던 경계참호를 보면서 제주 4.3사건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주위에는 당시 사용했던 경계참호가 여럿 있는데 입구 근처부터 경계참호가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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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에서부터 양 옆으로 놓여진 부처님의 석상은 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기 전까지 이어졌다. 사찰 경내로 들어서기 전 왼쪽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연못에는 작은 방사탑이 있고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기 위한 연등이 연못 주위에 달려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연등의 알록달록한 모습이 운치를 더하는 모습이다. 맑은 날 관음사를 찾았다면 대웅전 왼쪽에 위치한 금동 미륵불도 볼 수 있었겠지만 워낙 안개가 심해 내려오는 길이 바빠 둘러 보지 못했다.

NSP통신- (<관음사 대웅전>)
(<관음사 대웅전>)

구전에 의하면 관음사는 고려 문종 때 세워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조선 숙종 1702년 숭불 억제정책으로 제주의 사찰들이 완전히 폐사돼 이로부터 200년간 제주에는 불교와 사찰이 존재하지 않았다.

1908년 10월 비구니 해월스님이 현재의 위치에 옛 관음사을 복원해 창건했지만 제주 4.3사건 당시 토벌대와 입산무장대의 대치 중에 모두 전소 됐던 곳이다. 제주 4.3사건의 자료를 찾아보면 그 당시 사건이 얼마나 치열했는가 알 수 있다.

김석범의 소설 화산도(火山島)에서도 유격대가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관음사 근처에 무기를 만들거나 훈련을 했다고 쓰여있다.

NSP통신- (<대불>)
(<대불>)

그저 안개에 쌓여 있는 관음사의 풍경이 아름다워 찾아왔던 관음사에서 제주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됐다. 그래서일까 안개 속에 희미하게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당시 무고하게 희생당했던 주민들의 모습의 모습처럼 보였다.

슬픈 역사와 다르게 일주문에서부터 세워져 있는 돌부처상의 표정들은 하나같이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대웅전의 관음사목조관음보살좌상(觀音寺木造觀音菩 薩坐像)의 미소 또한 온화한 것을 보니 제주 4.3사건 당시 희생됐던 주민들의 슬픔이 치유됐다는 생각이 섣불리 들었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아픈 역사를 간직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특히나 제주는 아름다움에 취해 그들의 역사를 잊고 있었다. 관음사를 다녀오면서 아름다운 제주를 배경으로 쓰여진 실천문학 소설 김석범의 화산도(火山島)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NSP통신/NSP TV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ygr63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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