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NSP통신) 도남선 기자 = ‘소강(小康)’은 소란이나 혼란이 그치고 조금 잠잠해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형태로 쓴다.
중국에서는 이 ‘소강(小康, 샤오캉)’을 생활수준의 개념으로 해석한다.
1979년 떵샤오핑(邓小平)이 의식주가 해결되는 단계에서 부유한 단계로 가는 중간 단계의 생활수준을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 쓴 이후 ‘샤오캉’ 사회는 중국식의 현대화를 의미한다.
또한 ‘샤오캉’ 사회는 중국의 경제, 정치, 문화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사회를 가리킨다.
◆ ‘창고가 넉넉해야 예절을 안다’
사마천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이런 말이 있다.
“창고가 넉넉해야 예절을 알고(倉廩實而知禮節), 먹고 입을 것이 넉넉하면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을 알며(衣食足而知榮辱), 지도자가 법을 지키면 육친이 화목하다(上服度則六親和).”
춘추시대 제나라의 정책 전반을 이끌면서 중상주의(重商主義)를 도입해 상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크게 성공시켰던 관중(管仲)의 저서 ‘관자(管子)’에서 인용한 말이다.
관중(管仲)은 형편이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친구를 위하는 두터운 우정을 뜻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이자 중국의 경제와 삶의 질을 결부시킨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다.
약 2800년 전에 이미 부와 삶의 질을 연계시키는 실용적 경제관을 이루고 있었던 중국은 지난 200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넘어서면서 떵샤오핑이 국민소득 800달러로 제시한 초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 목표를 달성했다.
2002년 제16차 중국공산당대회에서는 쟝쩌민(江泽民)이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6,000 달러에 이르는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마저 2012년에 초과 달성했다.
그런 중국이 5년 뒤인 2020년이면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7,600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전년(2만8,100달러)에 비해 500달러 줄어들 것으로 LG경제연구원이 전망했다.
이럴 경우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총소득(GNI)이 감소하며 1인당 국민소득도 2023년에야 4만 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도자가 바로 서야 육친(六親)이 화목하다’
앞서 인용한 ‘화식열전’에서는 경제와 삶의 질, 정치지도자의 역할을 한 데 묶어 강조했다. 다시 말해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발전이 선행되거나 적어도 같은 수준으로는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국정원 해킹 의혹이 잦아들기도 전에 국회의원 정수 논란 등 공방으로 하루가 저물고 결론 없는 정쟁(政爭)이 거듭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를 인용해 “실체도 없는 고기를 잡으려고 ‘안보 연못’을 말리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야당은 정쟁을 멈추고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로그파일 원본 등 자료 제출을 재차 요구하며 국정원 불법 해킹논란 규명이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노동개혁도 여당은 9월 정기국회를 노동개혁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지만, 야당은 정부의 노동정책이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공격한다. 임금피크제 도입, 최저임금, 정규직ㆍ비정규직 격차, 기업 간 상생 등 노동개혁이 사안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해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온포(溫飽)’를 위한 정치권의 역할
앞서 인용한 관중의 말을 되새겨 보자.
“창름실이지예절(倉廩實而知禮節), 의식족이지영욕(衣食足而知榮辱), 상복도즉육친화(上服度則六親和) - 백성이 먹고 사는 데 걱정이 없어야 정신생활이 가능하고 지도자가 법을 지킬 때 부모형제처자(父母兄弟妻子)가 화목하다”
경제적 부가 넉넉해야 체면을 차리고 여유로운 정신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가족과 사회가 화목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근에 남성 뇌졸중 환자 가운데 28.5%가 홧병을 앓고 있으며 경제난, 가정불화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급기야 가계빚에 쪼들린 50대 가장이 강도행각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청년층은 청년층대로 취업난에 학자금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
‘온포(溫飽)’라는 말이 있다.
큰 욕심 없이 그저 ‘따뜻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기’를 바라는 국민을 위해 이제는 정치권이 사심(?) 없이 나설 차례다. 그에 대한 평가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해야 할 역할이다.
◆ 최인락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을 공부했으며, 방송인으로서 부산MBC ‘별이 빛나는 밤에’, TBN 한국교통방송 ‘낭만이 있는 곳에’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방송, SNS 등에 쓰이는 매체언어를 관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옴니암니’는 ‘다 같은 이(齒牙)인데 자질구레하게 어금니 앞니 따진다.’는 뜻으로, 아주 자질구레한 것을 이르는 우리말이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매체들의 사소한 표현을 소재로 우리말을 보살피는 길을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NSP통신/NSP TV 도남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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