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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살아있으라사랑하라(9)

아프리카와 유럽,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이국적인 땅‘모로코’

NSP통신, 김연화 인턴기자, 2012-08-09 11:56 KRD1
#도용복 #살아있으라사랑하라 #모로코 #북아프리카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메디나의 심장’ 제마엘프나 광장, 무슬림 전통시장 ‘수크’

[도용복의 살아있으라사랑하라(9)] 아프리카와 유럽,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이국적인 땅‘모로코’
NSP통신-기업인이자 오지탐험가인 도용복 회장.
기업인이자 오지탐험가인 도용복 회장.

[부산=NSP통신] 김연화 인턴기자 = 나이가 조금 드신 분들이라면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했던 흑백영화 ‘카사블랑카’를 기억할 것이다. 두 주인공이 작별하는 마지막 장면이 감동을 주는 불후의 명작으로 할리우드가 세계 관객에게 선사해 준 가장 로맨틱한 영화로 꼽힌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 바로 2차 대전 당시의 모로코다.

일찍이 아랍 지배자들 사이에선 미지의 세계로 알려진 모로코는 대서양과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에 접해있어 고대의 정복국가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모로코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어 극도의 이국적인 멋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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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모래로 된 사막, 사막과 맞물려 있는 높은 산, 산 너머 화사한 들꽃으로 물든 벌판, 그리고 그 땅을 감싸고 있는 지중해와 대서양의 바다, 이 모든 자연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와 유럽,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자연 환경을 가진 곳이 바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다.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가기 위해 스페인의 최남단의 항구도시 알헤시라스로 갔다. 지브롤터해협과 아프리카 대륙으로 가는 거점도시다. 이곳에서 모로코로 넘어가는 배편은 모로코의 탕헤르로 가는 방법과 모로코 북단 해변에 붙어있는 스페인령 세우타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탕헤르는 사기꾼도 많고 정신없이 복잡하다는 말을 듣고 세우타로 향했다.

45분 정도 배를 타고 세우타에 도착. 모로코의 국경으로 이동하니 출입국 사무소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차가 관리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입국신고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영어는 조금이나마 알아듣지만 아랍어는 도통 모르니 답답할 수 밖에. 결국 큰 키에 잘생긴 청년에게 부탁하여 어렵사리 모로코로 입국했다.

국경을 넘어 처음 만나는 마을에 맥도날드 간판이 보인다. 입국하면서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보내 끼니를 걸렀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햄버거 하나를 주문하니 유로화도 받지 않고 카드도 안 된단다. 당연히 카드결제는 될 줄 알고 환전을 하지 않은 탓에 모로코화폐 디르함은 한 푼도 없고 여기선 쓸모없는 유로만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고작 햄버거 하나에 마음 상하고 끼니는 걸렀다.

NSP통신-마라케시의 대표건물인 쿠투비아 모스크.
마라케시의 대표건물인 쿠투비아 모스크.

카사블랑카를 거쳐 마라케시로 가는 차창 밖으로 유목민들의 생활이 보인다. 동네 아이들이 당나귀를 타고 양쪽에 물통을 매단 채 줄지어 다닌다. 사막 토질인 탓에 주변 나무들은 선인장이 대부분이다. 멀리 눈 쌓인 아틀라스 산맥이 보인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들을 지나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카사블랑카에서 차로 2시간 남짓 떨어진 마라케시는 사하라사막 가장자리에 위치한 오아시스로 도시 전체가 붉은 흙빛의 성벽과 모스크,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때문에 ‘붉은 도시’라 불린다.

마라케시는 모험과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여행자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이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면 마치 낙타 타고 사막을 건너다 오아시스를 만난 아라비아의 상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높이 9미터에 길이가 12킬로미터에 달하는 붉은 흙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메디나 안에는 아랍문명의 역사를 보여 주는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마라케시를 대표하는 건물은 쿠투비아 모스크다.

굳이 지도를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높은 건물이 없는 메디나에서 77미터 높이로 우뚝 서 있으니 어디서건 보인다. 12세기에 지어진 모스크로 예배소가 17개나 있어 2만5천명의 신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첨탑 가장 높은 곳에서 기도 시각을 알리는 기도의 종 아잔을 울려 사람들을 일깨워준다.

NSP통신-젤 에프나 광장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
젤 에프나 광장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

‘메디나의 심장’이라는 제마 엘 프나 광장으로 향했다. 모로코 사람들의 삶의 채취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수많은 노천식당이 열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취향대로 음식을 사먹는다. 다양한 철판 요리도 있고 달팽이 요리에 전통 모로코식 전통 소시지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우리 돈 5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는 즉석 오렌지주스도 일품이다. 광장 주변의 전망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구경할 수도 있다.

노천식당 주변으로는 뱀쇼를 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 곡예를 하는 사람, 문신을 그려주는 여인,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이야기꾼 등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다. 많은 관광객들 탓인지 사진을 찍으면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수많은 재주꾼들이 수 백명의 군중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분위기에 덩달아 흥분이 된다. 옛날에는 죄인을 처형하고 목을 걸어놓는 공개처형장이었던 제마 엘 프나 광장은 중세 때부터 내려온 메디나의 문화생활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사하라 사막을 거쳐 북쪽으로 향하는 수많은 대상들을 불러들였던 이 오아시스는 지금 전 세계의 이국적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NSP통신-마라케시 지역 수공예품이 가득한 무슬림전통시장 수크.
마라케시 지역 수공예품이 가득한 무슬림전통시장 ‘수크’.

이 광장을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 수크(무슬림 전통 시장)가 있다. 마라케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공예품이나 가죽 제품, 카펫 그리고 온갖 종류의 향신료와 견과류, 유명브랜드의 모조품까지 없는 것이 없다.

특히 수공예품들은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아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많이 구입한다고 한다. 그 비좁은 골목길을 사람과 오토바이, 당나귀가 뒤엉켜 다닌다. 점포를 지키는 사람이 모두 남자들인 것을 보면 아랍국가임을 알 수 있다.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물품들 탓에 원치 않던 지출을 하게 되는 곳이다.

NSP통신-모로코의 옛 수도 페즈의 전경.
모로코의 옛 수도 페즈의 전경.

모로코에는 예부터 염색기술이 뛰어났다. 이곳의 특산품이라 할 수 있는 가죽제품의 염색 공정 작업이 모로코의 옛 수도, 페즈 지방에서 행해져 왔다. 모두 수공으로 하는 세계 최고 품질의 모로코 가죽원단을 생산하는 곳이다.

페즈의 가죽 제품이 세계 최고인 것은 모든 공정과정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원료 또한 오직 자연에서 생산되는 것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양과 소를 잡아 가죽을 벗긴 다음 비둘기의 배설물로 털을 제거하고 독특한 색깔의 염색용 수조에서 염색하여 그늘과 햇볕에서 건조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수백 년간 이어왔다. 각종 혼합물과 가죽의 부패로 악취가 심하지만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최고의 가죽염색 과정은 이색적인 모습이다.

이곳을 찾아가기 위해선 세계 최대의 골목을 지나야 한다. 좁은 골목과 골목들이 사방으로 이어져 걸음을 옮길수록 점점 더 깊은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도시의 반경은 2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골목의 길이는 70킬로미터가 된다고 하니 세계 최대의 골목이라 할 만하다.

여러 민족의 침략과 빈번한 전쟁으로 재산과 목숨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만이 알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미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외국인들이 많아서인지 길안내를 부업으로 하는 소년들도 있다. 좁고 가파른 골목 때문에 자동차는 구경할 수도 없고 걷거나 당나귀를 타는 것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가죽으로 대표되는 페즈인 만큼 골목이나 가정집 곳곳에서는 공예품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아마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거의 다 있는 것 같다. 독특하고 섬세한 문양과 세련된 디자인이면서 가격은 저렴한 편이라 방문객들의 지갑을 수시로 열게 만든다.

카사블랑카로 돌아가는 길에 점심식사를 해결할 겸 베두인족 마을에 잠시 들렀다. 말이 마을이지 허허벌판에 흙으로 지어진 몇 채의 집이 전부다. 마을입구 공동우물에는 늙은 베두인 여인 두 명이 양가죽을 씻고 있다.

넓은 평지에 인적도 드문 이곳에서 이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양이나 오리, 닭 같은 가축을 키워 고기와 가죽을 파는 것이 수입의 전부다. 집 앞의 밀가루 빵을 구워먹기 위해 흙으로 만든 화덕에는 아궁이마다 타다 남은 장작들이 남아 있고, 땔감을 모아놓은 장작더미에서 이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어린 아기를 업고 있는 베두인 여인에게 조심스레 닭 한 마리를 잡아줄 수 있는지 부탁을 드렸더니 두말없이 OK이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지금의 21세에 엄마가 된 딸과 손녀 두 명과 살고 있다고 한다. 사위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가고, 혼자서 딸과 손녀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너무도 정성스레 푹 고운 닭요리를 대접하기에 5달러를 더 쥐어 주었더니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 마음이 고마워 억지로 손에 쥐어주니 손수 만든 노란 겉싸개를 두 개나 선물로 쥐어준다. 원래 손님대접을 잘 하는 것이 베두인족의 전통이라지만 이 여인의 마음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보게 되지만 무엇보다 오래 남는 것은 삶은 어렵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사람 냄새나는 이들과의 추억들이다. 여행은 고행의 다른 말이라고도 한다. 힘든 여행을 계속하는 것도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받은 정 때문이리라.

내레이션 = 도남선 기자 aegookja@nspna.com
촬영 = 조미양 기자 jmy5036@nspna.com
편집 = 오혜원 기자 dotoli5@nspna.com

김연화 NSP통신 인턴기자, yeonhwa080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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