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기업은행이 쏘아 올린 ‘육아휴직 3년제’ 시행이 시중은행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현재 ‘육아휴직 2년제’를 시행 중이다. 직원들은 오후 12시에 하교하는 초등학교 1학년 자녀들을 위해 1년 육아휴직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하지만 사측은 업무 공백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KB국민은행 노사협의회는 육아휴직 3년제를 두고 논의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리딩뱅크’인 KB금융에서 육아휴직 3년제가 시작되면 업계 전반에 확산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육아휴직 3년제 시행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임원급 교섭에서 육아휴직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육아휴직 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는 것을 요구하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아 오래 전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공식 안건으로 제안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의 경우 육아휴직 기간은 여성 직원 2년, 남성 직원 1년 6개월이다. 월 단위로 분할 사용이 가능하며 급여는 1년만 지급한다. 3회 분할 사용을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남녀 모두 2년이며 1년간 유급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임신기 단축근무, 자녀 초등학교 입학시 3월 한달간 10시 출근 등 단축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남녀 모두 2년이며 휴직일로부터 22주(6개월)는 전액, 22주~1년까지는 월급여의 25%, 나머지 기간은 무급이다.
신한은행은 출산 전후 휴가를 포함해 2년 이내 유급으로 남녀 동일하게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휴가 직후 약 5~6개월간 정상급여, 이후 휴직 1년까지는 월 기본급의 27%가 제공된다. 나머지 기간은 무급이다.
은행권 실무자들에 따르면 2년 육아휴직의 경우 대부분 출산시 1회,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1회로 분할 사용한다. 때문에 육아휴직 2년이 주어져도 아이가 태어나 어린이집에 등원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랄 때까지 함께하긴 어렵다. 1년 육아휴직 후엔 외부 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초등학교 1학년은 오후 12시면 수업을 마치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은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2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도 팀 내에서 업무분장, 팀이 맡은 프로젝트 등을 다 고려해 조율할 수 밖에 없다”며 “이 문제가 개선돼야 저출산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육아휴직 2년제’의 분위기 속에서 기업은행이 3년제를 택할 수 있었던 것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육아휴직 확대 기조에 맞춰야 하는 상황인 것과 임금인상률 동결 결정으로 인한 노사협의회 육아휴직 확대 적극 추진이라는 타이밍이 만들어낸 결과다. 또 기업은행의 경우 육아휴직 중에는 기간과 상관없이 무급이다.
2019년 당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육아휴직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고 이에 따라 육아휴직 3년제도가 시행됐다. 이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서도 육아휴직 3년제도를 차례로 시행했다.
3년 육아휴직을 시행중인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3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타 업계에서도 기업은행의 3년 육아휴직을 상당히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중은행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한다면 그 자체가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시중은행 노조에서는 여러 차례 육아휴직 확대를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육아휴직 3년제도를 시행하면 만약 자녀 2명을 낳게 되면 각각 3년, 총 6년의 업무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사측에서는 업무공백이 너무 길어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번 KB국민은행 노조의 공식 안건으로 채택된 육아휴직 3년제도 도입과 관련해 은행권에서는 “리딩뱅크가 시작하면 타 은행들도 따라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특성상 한 은행이 노사협의에 성공하면 다같이 하는 분위기”라며 “리딩뱅크에서 육아휴직 3년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늘 리딩뱅크를 앞다퉈 차지하는 은행들이 먼저 육아휴직 제도 개선에 나서줬으면 한다”며 “일단 리딩뱅크에서 시작을 하면 타 은행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라는 명목으로 빠른 속도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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