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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헌의 20's Navi

사생활 문제를 공직자 윤리라 호도하는 경마 저널리즘

NSP통신, 도남선 기자, 2013-10-01 08:20 KRD5
#채동욱 #검찰총장 #조선일보 #혼외자 #경마저널리즘

“조선일보, ‘경마 저널리즘’ ‘하수구 저널리즘’ 반성하라”

NSP통신-홍준헌 WANNA 편집장.
홍준헌 WANNA 편집장.

[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국가와 국민들이 개인의 가정사를 감찰하고 나섰다. 채동욱 검찰총장과 그의 혼외자(추정) 말이다. 사안이 공론화된 데는 조선일보의 공이 컸다.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의혹을 입수하자마자 확정적 어조로 1면 헤드라인에 기사를 올렸다. 이후 사건을 꾸준히 비중 있게 다룬 조선일보의 노력 덕에 여타 언론도 채 총장을 옹호하든 비난하든 앞다투어 그를 가리키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국민 다수가 이에 관심을 갖고 지켜 보니 채 총장 주연의 일일 막장드라마가 방영 중이래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 의도는 배제하고라도 언론들이 이 이슈를 적극 보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잘 팔려서’다. 연예인의 신변잡기나 개인사를 다루는 스포츠신문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를 적극 소비하는 대중들의 존재 때문이다. 공직자라 해서 다를 것 없다. ‘결혼제도 바깥에서 태어나 숨겨졌을 지도 모르는 아이.’ 그 진위가 드러나기까지 밝혀지는 여러 사실들은 결과가 어찌 나든 간에 대중의 흥미와 오지랖을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흥미 본위로 보도하는 태도를 ‘경마 저널리즘’이라 한다.

언론사 입장에서 채 총장 혼외자 논란은 시작부터 끝까지 상세히 중계할 가치가 더욱 크다. 대한민국 특유의 가족 의식과 맞물려 이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착시를 낳고 있어서다. 일부일처제를 중시하는 우리 전통은 남성 남편과 여성 아내의 결합 그 외의 관계를 용납하지 않는다. 또 법적으로 인정받은 부부만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 유독 심하다. 때문에 합의된 가정 외의 구조는 대중의 호기심과 분노를동시에 유발하고, 그의 직무 적합성까지 의심할 만한 문제 의식을 낳아 버린다. 실제로 사생활과 공직 능력에는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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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이해하고 또 이용하는 언론들의 행태는 언론 윤리에 부합되는가? ‘공직자 윤리’를 내세우며 실제로는 사생활을 생중계하기 바쁘다. 공직자의 본분은 깨끗한 사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대해 헌신하는 것이다. 즉 공직자의 본분은 권력과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직무에 성실히 임함으로써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감시하기는 커녕 대중을 호도한 채 잇속만 챙기는 언론은 스스로가 지켜야 할 윤리를 위반한다고 봐야 옳다.

1984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에게 혼외 딸이 있다는 파문이 인 바 있다. 그러나 보도 가치를 못 느낀 프랑스 언론들은 최초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를 ‘하수구 저널리즘’이라 비판했다. 이번 채 총장의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조선일보 역시도 2009년 한 장관의 혼외 자식 논란이 일자 사생활 폭로 저널리즘을 비난했다. 사생활과 공직 수행은 별개라며 “그래서 어떻단 말이냐”는 기사로 일축한 것이다. 당시와 작금의 태도가 왜 이리도 다른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정통 언론의 자존심을 지킬지 황색 저널리즘을 지속할 것인지 말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본 기고/칼럼은 뉴스통신사 NSP통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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