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악화’를 가리키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은 3조원에 육박했고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 규모도 1조원 이상 늘었다. 고금리가 오래 이어진데다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도 연말로 후퇴하고 있어 앞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1분기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의 무수익여신은 2조 9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9%(2175억원)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차주로부터 3개월 이상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해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에 들어가 수입이 없는 대출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8668억원, 하나은행 8040억원, 신한은행 6866억원, 우리은행 6126억원으로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최대 37% 증가했다.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규모도 증가했다.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국민은행 0.33%, 신한은행 0.26%, 하나은행 0.24%, 우리은행 0.20%로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말 대비 상승했다.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3조 611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5991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었다.
연체율은 분기말 효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월말 연체율은 0.43%로 전월말 대비 0.08%p 하락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다. 다만 이는 은행들이 일반적으로 분기 말에 연체채권 상·매각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다. 연체율은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며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의 경우 올 3월말 0.58%로 2년 전(0.27%)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상승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희미하다는 것이다. 장기간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상황이 지속된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올해 말까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것은 단순히 ‘고금리’ 때문이 아니라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기업이나 개인도 버틸 체력을 많이 소진해 연체도 늘고 고정이하여신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금리가 내려가는 것이 최우선”이라면서도 “은행에서 봤을 때 고정이하여신이나 무수익여신이 늘어나고 있지만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수준은 아니고 은행은 대출시 신용평가를 보수적으로 하거나 사후관리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수익여신이나 고정이하여신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기엔 시장환경이나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당분간 조금씩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대내외 불안 요인 등으로 인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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