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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예술가의 영혼이 숨쉬는 푸른지대창작샘터

NSP통신, 조현철 기자, 2023-06-13 12:12 KR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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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통신-수원시 권선구 수원탑동시민농장 입구에 위치한 푸른지대창작샘터 건물 외부 전경. (사진 = 수원시)
수원시 권선구 수원탑동시민농장 입구에 위치한 푸른지대창작샘터 건물 외부 전경. (사진 = 수원시)

(경기=NSP통신) 조현철 기자 =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그들이 거닐던 공간은 추억이라는 단어로 머릿속에 각인된다. 시간이 지나도 향수를 느끼는건 그때의 기억을 다시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향수에 새로운 향을 입히면 옛것과 더불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어 또다른 추억이 덧입혀진다.

한때 딸기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고 명문대학의 실험목장이었던 곳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졌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화예술 꽃피는 곳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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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탑동의 푸른지대가 바로 그곳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미래로 가는 공간의 변화무쌍함을 느낄 수 있다. 호흡이 있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살아 숨쉬며 진화하듯 그땐 그랬지가 생각나게 공간의 생명력.

식물, 동물을 넘어 현재는 예술가의 영혼이 살아가고 있는 푸른지대창작샘터. 그곳에 가보자.

◇딸기밭과 실험목장의 역사를 품은 터전

수원의 모든 곳과 통하는 사통팔달의 중심 수원역에서 서수원으로 방향을 잡아 달리다 보면 ‘푸른지대삼거리’가 등장한다. 지금은 언뜻 생경하고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푸른지대’는 50대 이상 장년층에게 수원의 과거를 상기시키는 단어다.

푸른지대는 탑동 일대 들판을 말한다. 권선구 초입 서울대 농대 뒤편에 위치해 있다. 1950년대부터 박준철이라는 사람이 경영하던 과수원으로 딸기와 포도 등을 경작하던 땅이다. 이곳이 대표적인 딸기 산지가 된 것은 인근 서울대학교 농업대학에서 개발한 국내 최초 신품종 딸기인 ‘대학 1호’를 재배하면서다. 딸기밭이 인기를 끌자 인근 농가도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21만 여㎡에 달하는 일대가 딸기밭으로 성업하며 푸른지대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푸른지대는 1970~1980년대 봄철 나들이 명소로 유명세를 떨쳤다. 당시 푸른지대에서 딸기를 먹고 서호를 산책한 뒤 수원갈비를 먹는 수원나들이가 꽤 인기였다고 한다. 늦봄 딸기밭 소풍이 나들이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면서 수원의 번화가가 사람으로 가득 차고 대중교통편도 확대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부터 푸른지대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비닐하우스가 보급되고 이에 적합한 딸기 품종의 개발과 보급이 늘어나 딸기 산지로서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푸른지대 일부 공간에 서울대 농대가 축사를 지어 실험목장으로 사용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오래된 철제 구조물과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사료탑 등 곳곳에 이색적인 구조물이 이 공간의 특별한 기능을 가늠케 한다. 하지만 2003년 서울대 농대 캠퍼스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실험목장도 옮겨 갔다. 그렇게 70년 이상 동물자원 연구가 이뤄졌던 공간에 건물과 구조물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후 시는 방치됐던 실험목장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역사성이 뛰어난 사료창고 등 건축물은 보존하고 실험용 축사로 사용된 건축물은 리모델링을 해 지역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오래된 축사, 예술적 공간으로 변신

NSP통신-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의 작업실 내부 모습. (사진 = 수원시)
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의 작업실 내부 모습. (사진 = 수원시)

사실 지금도 이 일대는 여전히 푸른지대다. 시민을 위해 운영되는 수원탑동시민농장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텃밭마다 작물이 한창 푸름을 뽐내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정겨운 전원풍경을 만나기 위해 수원탑동시민농장 정문으로 들어서면 입구에 오래된 단층 건물이 입구에 눈에 띈다. 언뜻 봐도 반백년은 넘어 보이는 외관이다. 하지만 세련된 글씨체의 간판과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소품 등 곳곳에 새로운 활력이 느껴진다.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을 개축한 ‘푸른지대창작샘터’다.

원래는 동물이 사용하던 축사 건물을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원시는 2019년 3월부터 건물 안전진단과 실시설계를 시작으로 거의 1년간 공사를 추진해 2020년 1월 푸른지대창작샘터 건물 리모델링을 완공했다.

안전에 중점을 두고 외벽과 천장, 지붕 등에 대해 단열과 방수 등 공사를 진행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원래 있던 공간이 축사와 실험실, 기계실, 사료실, 세척실 등 거주용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중앙에 위치한 주출입구로 들어서면 외관과는 달리 세련된 공간이 펼쳐진다. 깔끔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로는 예술인들의 레지던시 공간이 마련됐다. 일부 축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을 철거하고 생긴 공간을 빙 둘러 15개 작업실(37.7㎡ 14개, 62.3㎡ 1개)이 배치돼 있다. 작업실들 사이에는 회의실, 전시공간, 냉장고 등 시설이 구비된 공용공간이 있다. 덕분에 개인적인 작업을 하며 생활하거나 다른 작가와의 소통이 가능하다. 공간마다 남겨진 오래된 벽은 건물이 견뎌온 세월을 느끼게 해준다.

중앙에서 왼쪽으로 넓게 펼쳐지는 ‘오픈스페이스’에는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각각 다른 목적으로 활용됐던 공간을 이어 붙인 흔적을 바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지붕 구조물도 그대로 노출돼 오래된 지붕도 확인 가능하다. 가운데 부분에 새로 낸 천창으로 채광이 원활해 공간에 빛이 자연스럽게 머물러 아늑한 느낌도 있다. 특히 끝부분에는 소가 여물을 먹던 시설을 존치해 역사성을 이었다.

시각예술이 움트고 소통하는 푸른지대

NSP통신-푸른지대창작샘터 내부 공간에 과거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 축사 관련 시설물이 존치돼 있다. (사진 = 수원시)
푸른지대창작샘터 내부 공간에 과거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 축사 관련 시설물이 존치돼 있다. (사진 = 수원시)

푸른지대창작샘터는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다. 지난 2020년부터 매년 프로그램 참여작가를 선정해 현재 3기 작가들이 활발한 예술활동의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푸른지대의 넓게 트인 공간과 깔끔한 내부 구조 등 쾌적한 환경을 갖춰 작품활동에 집중하기 좋은 동시에 접근성도 좋아 작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3기 공모 당시 경쟁률이 9대1에 달할 정도였다.

시는 레지던시를 회화,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 분야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학교수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단을 꾸려 레지던시 활동과 작품 및 전시 경력, 포트폴리오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참여 작가를 선발한다. 참여 작가들은 이 공간에서 예술창작 활동에 주력하며 서로 소통하며 작품활동을 한다.

2기와 3기로 참여한 전은진 작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레지던시 중에서도 깔끔하고 접근성이 좋은 편이어서 다른 작가들도 관심이 많다”며 “레지던시에 모인 작가들끼리 동시대 미술인으로서 좋은 자극을 주고 받으며 역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푸른지대창작샘터는 시민과 예술의 접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프로그램 참여 작가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문화예술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에 동참한다. 오픈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일 년에 한 번 푸른지대창작샘터 전체를 개방하는 행사다. 작품 감상은 물론 평소 예술가들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일반 시민은 물론 전업 작가를 희망하는 예술인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행사다.

여기에 시민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프로그램 등에 필수적으로 참여하면서 시민들과 예술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낸다. 수원연극축제 또는 수원문화재야행 등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주관 행사 등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작가들이 직접 만들어 활동한다.

특히 올해는 여름 방학 기간 중에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학생들이 시각예술을 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작가들이 중심이 되는 전시회를 개최해 푸른지대창작샘터가 시민들에게 다양한 시각예술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오래된 축사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시각예술 작가들이 선호하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됐다”며 “매년 더욱 훌륭한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수원의 문화예술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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