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은의 기분좋은 스피치
감정노동자 “우리에게도 감정이 있다 전해라~”(부산=NSP통신) “고객이 왕이다.” 언젠가부터 한국사회에서 이 말은 당연한 이야기로 통한다. 고객제일주의, 고객만족을 외치며 서비스직을 포함한 모든 업종에서도 고객이 왕이니 무조건 친절할 것을 요구한다.
얼마 전, 편의점에서 물건을 툭 던지면서 반말을 하며 계산하라는 고객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굳이 던질 필요까지 있었을까? 왜 반말을 할까? 하고 당황한 나머지 나는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숨긴 채, 고객이 왕이기에 웃으면서 응대를 했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감정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강의 때 만난 판매직원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늘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반말을 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해 억울한 순간에도 웃으며 응대할 때 힘이 빠지거나 자존감도 떨어진다고 표현했다.
감정노동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숨긴 채, 직무를 위해서 표정과 말투를 통제하며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표현한다. 다시 말해 고객과 회사가 원하는 표정, 말투, 몸짓만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실제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점점 무뎌지고 잊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고객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고 폭언을 들어도 참는 것이 감정노동자의 현실이다. 회사에 하소연을 해도 고객의 편에 서서, 고객이니 어쩌겠냐며 일방적으로 참으라는 소리만 되돌아 올 뿐이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는 점점 쌓이며, 결국 우울증을 앓게 되는 직원도 있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3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항공기 라면 사건’과 ‘경비원 분신 사건’ 등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상처받고 마음을 다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감정노동자는 약 800만 명이며, 콜센터직원, 승무원, 판매원들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손꼽힌다. 이들을 포함한 감정노동자가 겪는 고통과 인권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감정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후진국 수준에 가깝다.
감정노동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해소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반드시 제도적인 개선이 우선 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도 감정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와 의식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혹 자신도 모르게, ‘고객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거나 무례하게 한 적은 없는가?’ 되돌아보고 ‘과연 그들의 친절이 당연한 것일까?’ 에 대해 생각해보자. 친절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것이며 예의와 친절은 함께 지키고 베푸는 것이다.
고객이 왕이다라는 생각, 우리부터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어렵지 않다. 반말이 아닌 존댓말을 하고 인사를 건네면, “네~” 하고 받아주는 아주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고객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인격까지 낮추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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